[송태흔 칼럼] 아버지·언니 죽인 독일군까지 품은 사랑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사랑의 사도 코리 텐 붐(Corrie ten Boom)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까지 진정한 그리스도의 대사요, 사랑의 사도로 널리 알려진 코리 텐 붐은 1892년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과 북해 사이에 위치한 할렘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경건한 신앙심으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을 살았다. 그녀의 가족들은 성경 한 장을 매일 읽으며 하루를 시작했고, 그녀의 부친은 매일 밤 모든 자녀들에게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해 주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녀 가족들의 경건한 삶의 전통은 제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군들이 네덜란드를 침공해 죄 없는 유대인들을 학살하는 광경을 그냥 넘길 수 없게 했다. 나치의 무참한 공격을 이유 없이 받고 있는 불쌍한 유대인을 코리와 그 가족들은 목숨을 걸고 숨겨주고 보호했다. 당시 그녀의 집은 나치에게 쫓기는 유대인들의 피난처로 바뀌었다. 1937년 아들 윌렘도 모전자전으로 어머니 코리의 사역을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악독한 나치의 공격과 압제 때문에 독일에서 네덜란드로 도망쳐 나온 늙고 병든 유대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인의 집을 열었던 것이다. 엄청나게 몰려든 유대인들을 그가 세운 노인의 집에 수용할 수가 없어, 윌렘은 이웃에 살고 있는 기독교인들을 찾아다니며 불쌍한 유대인들을 한 명씩만 보호해 달라고 부탁했다.

코리는 가족들과 상의해서 집안에 유대인을 보호하기 위한 비밀스런 방을 의식있는 건축가의 도움으로 마련했다. 집 꼭대기에 위치한 코리의 방을 건축 전문가의 도움으로 개조해 유대인을 숨길 수 있는 밀실로 만들었다. 밀실 외벽에는 더러운 얼룩이 심하게 묻어 있었고, 밖에서 보면 낡은 벽 모습을 하도록 지붕 밑 방을 개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지붕 밑 방을 ‘천사들의 밀실’ 이라고 칭했다. 독일의 나치들이 그곳을 급습해도 숨어있는 유대인들을 보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944년 2월 어느 수요일 밤, 독일의 비밀 경찰인 게슈타포의 급습으로 코리와 가족들은 모두 체포됐다. 게슈타포 경찰은 헤이그에 있는 비밀경찰 본부로 그들을 압송한 후 풀어주고자 했다. 석방 조건으로 더 이상 유대인을 숨겨주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도록 코리의 가족들에게 강요했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 카스퍼는 “우리를 집으로 돌려보낸다면 내일 아침 다시 도움이 필요한 사람 누구에게든 우리 집 문을 열어줄 것”이라며 그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 이 일로 코리와 그의 가족들은 독일군 형무소로 압송됐고, 적 앞에 당당했던 그녀의 아버지 카스퍼는 악독한 나치의 고문을 견디다 못해 이송 후 9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코리와 그녀의 언니 베시는 슈브닝겐에 있는 감옥으로 이송됐다. 그 때부터 열 달간의 지독한 감옥 생활이 시작됐다. 수용소에서 지내는 동안 코리와 베시 자매는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함과 고난, 때로는 공포와 두려움 및 온갖 악취와 더러움, 그리고 질병과 절망을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만나게 된다. 그녀들은 악독한 감옥 생활 속에서도 교도관 몰래 사람들을 은밀히 만나 성경을 가르치며, 고통 속에 있는 그들을 마음으로 위로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같은 해 9월 유엔 연합군이 나치를 폭격하기 위해 프랑스와 벨기에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감옥까지 전해졌다. 그곳에 잡혀있던 유대인 포로들과 코리 및 베시 자매는 곧 석방될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그들의 무지개빛 기대와는 달리 더 나쁜 환경을 가진 독일 라벤스브르크 포로 수용소로 이송됐다. 코리와 언니 베시는 그곳에서도 성경 및 이송 도중 그녀의 식구들로부터 선물받은 영양제를 손에 들고 연약한 포로들을 찾아 다녔다. 그들을 전도하고 위로하며 건강을 챙기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국적과 교단을 초월해 만나는 사람마다 복음을 들려주며, 고달픈 삶에서 희망을 잃지 않도록 격려 하는데 목숨을 걸었다. 평소에 몸이 약했던 언니 베시는 감옥에서의 고된 사역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세상을 떠났다.

1944년 12월 31일 드디어 감옥에서 석방된 코리는 전쟁의 상처와 상흔을 마음 속에 안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휴양소를 제공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임을 깨닫고, 그들을 위해 휴양소를 짓고 돌보는 일을 시작했다. 전쟁 중에 나치의 악한 도구가 돼 유대인과 포로들을 괴롭혔던 사람들까지 사랑으로 친절하게 돌봤다. 라벤스부르크에서 가장 잔인했던 보초, 총을 들고 여죄수들에게 옷을 벗으라고 재촉하며 음흉한 눈길로 여체를 바라봤던 전 독일군 간수마저도 성심껏 돌봤다. 그런 코리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분란과 비난을 몰고 왔다. 그러나 신실하고 경건한 신앙을 가진 코리를 통해 진정한 예수의 사랑과 용서의 복음이 만방에 선포됐다.

코리는 평생 자신의 힘으로 갈 수 있는 모든 나라를 순회했다. 예수가 성경을 통해 가르친 진정한 사랑과 용서의 복음을 마음껏 전했다. 파렴치한 죄인을 십자가 죽음으로 모두 용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온 세상에 마음껏 전했다. 사랑과 용서의 복음으로 영혼의 깊은 안식과 쉼을 죄인된 인간들이 누리도록 세상을 향해 힘껏 외쳤다. 사랑의 사도요, 그리스도의 대사인 코리는 1983년 91세의 나이로 하늘나라에 갈 때까지 용서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실천하며 살았다.

오늘 예수를 믿는 우리들에게도 변함 없이 필요한 메시지는 사랑과 용서의 복음이다. 지난날 우리를 괴롭혔던 원수라 할지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예수믿는 교회의 진정한 모습이다. 미움과 시기로 물든 세상, 쓴 물이 가득하여 절망적인 세상 속에서 예수가 성경을 통해 가르친 사랑과 용서의 복음을 적극 실천하는 21세기 교회 공동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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