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의 로마’ 쥬네브에도 베드로 성당이 있다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프랑스 종교 개혁 발자취 36] 쥬네브의 종교 개혁 관련 유적들

1. 베드로 성당

쥬네브와 로마는 공교롭게도 '베드로'라는 이름의 성당을 갖고 있다. 쥬네브는 깔뱅의 명성을 크게 알린 곳이지만, 깔뱅 역시 쥬네브를 ‘개신교의 바티칸과 처럼 생각하며 사역에 임하였다.

▲깔뱅이 목회했던 쥬네브의 베드로 성당.

▲깔뱅이 목회했던 쥬네브의 베드로 성당.

깔뱅은 쥬네브를 개혁 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했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쥬네브에서 깔뱅의 흔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레만 호수의 거대한 분수, 국제 연합 본부 그리고 깔뱅이 목회했던 베드로 성당과 빠스띠옹 공원에 있는 종교 개혁자들의 벽만이 볼 수 있다.

깔뱅은 파렐의 요청으로 1536년부터 베드로 성당에서 일주일에 수 차례 성경을 갖고 설교했던 곳이다. 이 성당은 깔뱅이 도착하기 전인 1535년에 쥬네브 공화국 위원회에 의해서 미사를 폐지하면서 개신교 교회당으로 바뀌게 되었다. 성당 내부의 가톨릭적인 가구들과 걸상들은 오늘까지 그대로 남아있지만, 성당 정면의 가톨릭적인 요소들은 다 철거되었다. 제거된 작품 가운데는 유명한 그림도 있는데, Conrad Witz (1444년)의 고기 잡는 기적의 그림은 미술사에서 풍경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중요 작품이다. 이 그림은 쥬네브를 배경으로 물 위에 계신 예수님을 표현하고 있다. 성당에서 제거는 되었지만, 다행하게도 폐기되지 않고 쥬네브 박물관에서 여전히 이 그림을 볼 수 있다.

베드로 성당이 있는 현재 위치는 4세기 초반부터 종교적 건물이 있었던 곳이며, 500년 경에 그 건물은 파괴되고 만다. 그리고 6세기경에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 다시 세워졌다가 12세기에 로마네스크 - 고딕 양식의 새로운 성당을 짓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다. 이 성당이 완공하기까지, 예산이 부족하여 공사의 기간이 연장되다가 13세기에서야 마침내 최종 형태의 모습으로 완료된다. 성당의 탑은 13세기 말에 세워졌으며, 15세기 초에 성당 옆에 부속 건물이 추가되었고 외경 관련 도서들이 비치되었고 장례 예식장으로 자주 사용되었다.

현재 베드로 성당은 종교 개혁 시대 때 내부의 일부 변경한 것을 제외하고는 18세기 중반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건물 서쪽 부분의 붕괴 방지를 위한 건축물을 덧붙이면서 원래의 모습이 변경될 수밖에 없었다. 로마의 판테온에서 영감을 받아 대리석으로 된 6개의 기둥과 기둥으로 바쳐주는 거대 상판이 만들어 지게 된다. 그러나 베드로 성당은 길이70미터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성당의 모습으로 현존하고 있다.

2. 종교 개혁자의 벽

깔뱅 출생 4백주년과 쥬네브 대학의 모체인 아카데미 건립 3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종교 개혁자의 벽’이라 불리우는 기념물을 만들게 된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에서 존경받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명예 회장이 된 국제 위원회가 조직된다. 국제적 지원으로 자금이 조달되었고, 스위스 건축가들과 2명의 프랑스 조각가들이 콩쿨에 당선되어 공사를 시작하게 된다. 프로젝트를 첫번째 돌은 깔뱅의 생일인 1909년 7월 10일에 놓여지게 되며, 바시띠옹 공원에 위치한 고대 도시의 벽면을 이용하게 된다.

먼저 부르고뉴 지방에서 가져 온 100미터 길이의 석조 벽면 중간 지점에 5미터 높이의 4명의 개혁자 석상을 만들게 된다. 왼쪽부터 기욤 파렐(1489-1565)과 다른 석상보다 좀 더 큰 크기의 깔뱅(1509-1564)과 쥬네브 아카데미 교장이었던 테오도르 드 베즈(1513-1605) 그리고 쥬네브 망명 중 깔뱅에게서 깊은 영향을 받고 고국으로 돌아가 깔뱅주의 이념을 따르는 스코틀랜드 장로교회를 설립하는 죤 낙스(1513-1572) 순으로 되어 있다. 개혁자들은 손에는 자신들의 성경책을 들고 있고 제네바 식의 옷을 입고 있다.

▲높이 5미터의 종교 개혁자 석상.

▲높이 5미터의 종교 개혁자 석상.

이 석상들은 유럽의 역사와 미국의 종교개혁과 관련된 석판 그림에 둘러싸여 있으며, 1535년 쥬네브 종교 개혁의 표어였던 “Post tenebras Lux”라는 글귀를 벽에 새기게 되는데, ‘어둠 이후 빛’이란 뜻으로 의역하면 ‘어둠 이후에 빛이 온다’는 의미이다.

▲루터를 기념하는 화강암.

▲루터를 기념하는 화강암.


▲쯔빙글리를 기념하는 화강암.

▲쯔빙글리를 기념하는 화강암.

벽면 양쪽 부분에는 루터(Luther)와 쯔빙글리(Zwingli)를 기억하기 위한, 그들의 이름이 새겨진 각각의 화강암이 있다. 2002년 12월 3일 종교 개혁 축제일에 이 기념비에 3명의 이름을 더 추가했다. 삐에르 발도(Pierre Valdo), 존 위클리프(John Wyclif), 얀 후스(Jean Hus), 그리고 최근에 개혁자 Froment의 부인이며 종교개혁 역사 가운데 최초 여성 신학자인 벨기에 르네(Tournai) 출신의 마리 덩띠에르(Marie Dentière)도 포함된다.

▲루터 기념 화강암 다른 면에 기록된 개혁자들.

▲루터 기념 화강암 다른 면에 기록된 개혁자들.


▲쯔빙글리 기념 화강암 다른 면에 기록된 마리 덩띠에르.

▲쯔빙글리 기념 화강암 다른 면에 기록된 마리 덩띠에르.

이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두 조각가는 프랑스인이며 깔뱅의 사촌인 올리베떵(Olivétan)과 영국의 크랜머(Cranmer)의 석상을 만들기로 하였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하였다. 이 엄청난 규모의 종교 개혁자의 벽 공사는 1917년에 전쟁이 일어나기까지 계속되었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완공되었을 때는 자신의 참여를 발표했던 독일의 황제는 끝내 오지 않았다. 중앙의 4명 개혁자상 옆으로는 신학자는 아니지만 정치가로 개신교의 확실한 정착을 위해 싸운 남자들, 그러나 무엇보다 독립과 자유를 위해 싸웠던 인물들이다.

▲큰 석상 좌우 각각 세 명의 석상.

▲큰 석상 좌우 각각 세 명의 석상.


▲네덜란드의 기욤 르 따시튠.

▲네덜란드의 기욤 르 따시튠.


▲독일의 프레드릭 기욤.

▲독일의 프레드릭 기욤.

프랑스 종교 개혁을 위해 일한 꼴리니 제독(l’amiral Coligny), 네덜란드의 기욤 르 따시튠 (Guillaume le Taciturne) 그리고 독일로 망명한 위그노들을 숨겨 보호했던 브란드부르그의 프레데릭 기욤(Frédéric-Guillaume de Brandebourg)의 석상이 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신대륙을 위해 일한 로저 윌리엄스(Roger Williams), 대영 제국의 올리비에 크롬웰(Olivier Cromwell) 그리고 헝가리의 István Bocskay의 석상이 있다.

▲영국의 크롬웰.

▲영국의 크롬웰.


▲미국의 로저 윌리엄스.

▲미국의 로저 윌리엄스.


▲헝가리 István Bocskay.

▲헝가리 István Bocskay.

프랑스 파리에서, 권현익 선교사
paris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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