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 세대 안에 세계복음화’를 꿈꾼 존 모트

이지희 기자  jhlee@chtoday.co.kr   |  

안희열 교수가 읽는 ‘에딘버러 세계선교사대회 100년 평가(2)’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 삼으라’는 지상명령은 마치 지중해 바다를 물컵으로 퍼내어 없애라는 황당한 말씀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주님의 명령은 헌신된 복음전도자들에 의해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존 모트(John R. Mott, 1865-1955)이다. 그는 20세기 탁월한 선교동원가로 수많은 젊은이들과 평신도들에게 선교의 불을 지펴 세계복음화에 앞장섰다.

▲ 존 모트의 사진. 두번째 줄 왼쪽이 1910년 에딘버러 세계선교사대회 당시 존 모트의 모습이다. ⓒ안희열 교수 제공

▲ 존 모트의 사진. 두번째 줄 왼쪽이 1910년 에딘버러 세계선교사대회 당시 존 모트의 모습이다. ⓒ안희열 교수 제공

모트는 1910년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세계선교사대회를 개최하며 더 이상 과다경쟁으로 인한 소모전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에딘버러대회의 주제인 ‘이 세대 안에 세계복음화’(The Evangelization of the World in this Generation)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선교의 긴박성과 참여를 촉구하였다. 원래 이 구호는 학생자원선교운동의 구호이기도 하였다. 1886년 무디의 헐몬산 학생대회 때 로버트 윌더(Robert P. Wilder) 선교사가 100명의 학생들에게 자발적으로 선교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 것이 학생자원선교운동을 태동시켰고, 이 학생들 가운데 한 명이 존 모트였다.

모트는 대학시절부터 조직력과 리더십이 탁월해 1888년에는 학생자원선교운동의 의장이 되어 대학생 선교동원에 큰 기여를 하였다. 학생자원선교운동의 놀라운 결실이라면 자신들의 구호처럼 1890년부터 1940년까지 기독교 선교의 꽃을 피운 것이다. 이 운동은 1939년까지 약 2만5천명의 젊은이들을 선교사로 헌신케 하였다.

스테반 니일(Stephen Neil) 박사는「기독교세계선교사전」(Concise Dictionary of the Christian World Mission)에서 학생자원선교운동이 “1910년 에딘버러 선교사대회를 이끄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고 지적하였다. 모트는 또한 YMCA와 세계기독학생연합(World's Student Christian Federation, WSCF)을 위해 전 세계를 누비며 젊은이들의 선교동원에 불을 지폈다. 이처럼 모트는 일생을 ‘학생복음전도자’로서 삶을 바치다가 자연스럽게 세계복음화에 눈을 뜨게 되었다.

에딘버러 선교사대회 때 세계교회의 회원들에게 보내는 공식 메시지에서 모트의 세계복음화를 향한 강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우리는 세계복음화를 우리에게 위임하신 하나님의 큰 신뢰와 전능하신 힘에 대한 응답으로 더할나위 없이 깊은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이 부탁은 우리 선교사들이나 선교단체나 또는 이 대회의 우리 회원들에게만 위임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각 기독교인 가정, 나아가서 교회의 모든 회원들에게 의무로 지워진 것이며,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소망과 사랑의 기초적인 덕목들입니다. 그것은 한 인간, 한 그리스도인이 자기를 위임에 참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고 강조하였다.

▲YMCA 활동당시 존 모트(맨 오른쪽) ⓒ안희열 교수 제공

▲YMCA 활동당시 존 모트(맨 오른쪽) ⓒ안희열 교수 제공

‘이 세대 안에 세계복음화’는 전천년주의 종말론 신앙을 그대로 함축하기도 하였다. 전천년주의 종말론이란 주님 오실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사상이다. 이 사상을 믿는 자들은 그리스도의 임박한 재림, 환란 전 휴거, 문자영감설을 믿고 세계복음화의 절박성을 지닌 자들이었다.

이 사상에 빠진 서구 선교사들은 마태복음 24장14절의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의 말씀을 실현하는데 앞장섰고, 당시 제국주의 선교에도 한 몫을 감당하였다. 에딘버러세계선교사대회의 의장인 모트는 학생자원선교운동 출신으로 전천년주의 신앙의 핵심 인물이었고 그의 정신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빠르게 확산되었다.

사실 19세기 말경 학생자원선교운동, 무디부흥운동, 나이아가라사경회(Niagara Bible Conference, NBC)에 영향을 받은 선교사들은 대다수가 전천년주의 종말론 사상을 지니고 있어서 오지지역에 복음을 전하는데 상당한 열정을 보여줬다. 그래서 이들은 오늘날 창의적접근지역(Creative Access Nations, CAN)과 같은 위험하거나 열악한 지역에서 선교하는 자들이 많았다.

1910년 에딘버러선교사대회에 참여한 1,200명의 대의원 가운데 선교단체 출신 선교사들은 대다수가 비기독교국가에서 사역하는 자들이었는데, 요즈음으로 말하면 ‘World A지역’(미전도지역) 선교사들이었다. 이 사실을 제1주제인 ‘비기독교세계를 위한 복음전달 위원회’에서 보고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1주제 위원회가 지정한 비기독교국가는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네덜란드령 동인도, 필리핀, 호주 및 오세아니아, 인도, 스리랑카, 동부 지중해연안,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였는데 당시 에딘버러대회에 참석한 선교사들이 이곳 출신들이었다.

▲1891년부터 1933년까지 존 모트의 세계여행 경로 ⓒ안희열 교수 제공

▲1891년부터 1933년까지 존 모트의 세계여행 경로 ⓒ안희열 교수 제공

한국 대표로 참석한 모펫과 게일 선교사는 전천년주의 사상으로 꽉 차 있었다. 전천년주의 종말론 사상이 묻어있는 100만인 구령운동(1909-1910)은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기독교가 전달된 지 불과 25년 밖에 안 된 한국이 전체 인구 960만명 가운데 100만명 구령운동을 추진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당시 원산부흥운동과 평양대부흥운동은 100만명 구령운동을 추진하는데 큰 기초가 되었다. 이처럼 전천년주의 종말론 사상은 ‘이 세대 안에 세계복음화’에 박차를 가하는데 일조를 담당했다.

에딘버러선교사대회가 진행되는 10일 동안 오전과 오후에는 8개 위원회가 보고하며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고 저녁 모임에는 전반적으로 선교의 주요 이슈들을 듣는 시간이었다. 매일 아침에는 약 25분 간의 예배가 진행되었고 5분 간의 짧은 광고가 있은 뒤 곧바로 발표로 들어갔다. 발표시간은 치밀하게 짜여 있어서 누구도 예외 없이 ‘7분 발표’ 시간을 엄수해야만 했다. 각 발표자가 6분을 경과할 시에는 벨을 울려 마침시간을 알려 주었고 “벨을 울려라!”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 나와 회의장에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존 모트는 탁월한 사회자로서 할 말만 하고 논쟁에 끼어들지도 않았으며 각 보고를 잘 할 수 있도록 인도하였다. 그래서 대회 전체를 은혜롭게 진행한 그의 인품과 영향력에 대해 “존 모트는 침착하고 신중하여서 마지막 시간에 대의원들에게 간결하게 끝맺는 말로 하루를 마무리할 때까지 그의 부드러움이 회의장에 흘러나와 대회가 분열되지 않도록 자신을 잘 관리하는 자”였다고 한다. 이처럼 군더더기 없는 대회 진행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큰 박수를 보내게 만드는 등 좋은 인상을 심겨 주었고 에딘버러대회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도록 했다.

 

 

1. 경쟁을 뛰어넘어 함께 연합하는 선교사대회
2. 세계복음화를 꿈 꾼 존 모트
3. 에딘버러대회에서 한국선교를 보고한 마포 삼열 선교사
4. 에딘버러 세계선교사대회의 교훈
 

안희열 교수
침례신학대학교 선교학 교수
세계선교훈련원(WMTC) 원장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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