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종교 개혁 발자취 최종] 위그노들의 순교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개혁신앙을 위해 삶을 바쳐 스러져갔던 그곳에는…

1. 이노성 분수(Fontaine des Innocents)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레알 지구에 앙리 2세의 파리 입성을 기념하기 위해 1549년 피에르 레스코(Pierre Lescot)가 설계하고 위그노 건축가인 장 구종(Jean Goujon)이 조각한 이노성 분수가 있다. 이 분수는 원래는 생드니(rue Saint-Denis) 거리에 있던 것을 1786년에 옮겨 놓은 것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마지막 분수대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이노성 분수. 원래는 무덤이 있던 곳이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이노성 분수. 원래는 무덤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수 많은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앉아 자신들의 삶을 즐기고 있지만, 원래 이곳은 슬픈 이야기가 있었던 곳이다. 필립프(Philippe de Gastine)라는 위그노의 집이 있었던 곳인데, 위그노 모임을 주선한 죄로 1569년에 그의 아들과 함께 오늘날 파리 시청인 그레브 광장(Place de Grève)에서 정죄를 받고 사형된다. 그리고 설교와 모임의 장소로 사용되었던 그의 집은 의회에 의해 재건축이 금지된 채 파괴되었다. 그리고 국왕 샤흘르 9세는 그 장소에 ‘Innocents’이라 불리우는 공동묘지를 세우게 하였다. 18세기까지 공동 묘지로 사용하다가 그 이후에 묘지를 없애고 광장을 만들게 된다. 그리고 묘지에 있던 200만 구의 유골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옮기게 하는 지하 무덤인 ‘까따꽁브(Catacombes)’로 이전하였다.

▲이노성 공동묘지의 유골들을 옮겨 놓으면서 시작된 지하무덤 까따꽁브. 이곳에는 위그노들의 유골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노성 공동묘지의 유골들을 옮겨 놓으면서 시작된 지하무덤 까따꽁브. 이곳에는 위그노들의 유골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까따꽁브는 도시 개발로 인해 1795년 이노성의 무덤을 이전 과정에서, 돌보는 후손이 없거나 방치된 유골들을 사용하지 않는 지하 채석장에 옮겨 놓으면서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 후에도 도시 개발로 여러 성당 묘지의 유골들을 옮겨와 현재 600만구 이상의 유골들의 각 부분들이 모여 마치 덕수궁 돌담길처럼 지하 20미터의 지하 갱도에 길을 이루고 있다.

까따꽁브가 만들어 진 유래는 이러하다. 도시 개발로 인해 1795년 이노성의 무덤을 이전하던 중, 돌보는 후손이 없거나 방치된 유골들을 파리 시내 지하 채석장으로 옮겨 놓기 시작하면서 여러 성당 묘지의 유골들을 옮겨 놓으면서 지하 무덤이 형성되게 되었다. 현재 600만구 이상의 유골 각 부분들이 모여 마치 덕수궁 돌담길처럼 지하 20미터의 지하 갱도에 길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모인 유골들을 보기 위하여 매년 16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지하묘지는 평균 높이 1.5m, 길이 1.5Km, 1Ha의 넓이지만 아주 일부분만 관광객들에게 공개되고 있으며, 프랑스 혁명 당시 혼자서 이곳을 산책하러 내려왔다가 길을 잃고 11년 뒤에 유골로 발견되기도 한 사람도 있을 정도로 미로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까따꽁브의 많은 유골 가운데는 온 가족이 학살되어 돌 보는 이 없이 쓸쓸하게 매몰되었다가 이곳으로 옮겨져 온 경우가 많다고 한다. 

2. 앙리 4세가 암살된 장소인 Rue de la Ferronnerie

이노성 분수 근처에 낭트 칙령을 통해 위그노의 신앙을 하나의 종교로 인정했던 앙리 4세가 Ravaillac에 의해 암살된 장소가 있다. Ravaillac은 두 개의 단검으로 마차를 타고 지나가던 앙리 4세의 가슴을 찔렀던 그곳에는 ‘앙리 4세, 1610년 5월 14’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앙리 4세를 기념하는 동상은 뽕네프(Pont-Neuf) 선착장에서 볼 수 있다.

▲앙리 4세가 죽은 곳. ‘앙리 4세, 1610년 5월 14’라는 글귀가 보인다.

▲앙리 4세가 죽은 곳. ‘앙리 4세, 1610년 5월 14’라는 글귀가 보인다.


▲앙리 4세의 암살 장면.

▲앙리 4세의 암살 장면.


▲뽕네프에 있는 앙리 4세 동상.

▲뽕네프에 있는 앙리 4세 동상.

3. 꽁시에르쥬리(Consiergerie)

파리에서 가장 예쁘다는 샤펠 성당과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꽁시에르쥬리는 현재 법원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처음에는 왕궁의 부속 건물로 왕궁 관리인들이 거주하던 장소로 사용되다가 감옥으로 사용되었는데,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뚜와네트가 갇혀 있다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던 곳이다.

▲감옥으로 사용되었던 왕궁 부속 건물.

▲감옥으로 사용되었던 왕궁 부속 건물.


▲순교장으로 가기 전에 위그노들이 감금되었던 곳.

▲순교장으로 가기 전에 위그노들이 감금되었던 곳.

그러나 이곳 역시 위그노들이 사형장으로 끌려가기 전에 잠시 감금되었던 아픔이 담겨 있는 장소이다. 위대한 순교자로 꼽혀지는 두 명이 이곳에서 머물렀는데, 1529년 프랑수와 1세가 마드리드에 감금되어 있을 동안에 왕의 고문관이었던 Louis de Berquin와 유명 학자로서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였던 Anne du Bourg가 이곳에 갇혀 있다가 순교했던 곳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위그노들이 순교의 행렬에 들어서기 위해 머물렀던 곳이다.

4. 위그노 사형장

위그노들의 화형 또는 교수형은 오늘날 시청 광장, 파리 노트르담 성당 광장, 파리 노트르담의 강 너머 모베흐 광장(la place Maubert)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위그노들의 사형장이었던 파리 노트르담 광장.

▲위그노들의 사형장이었던 파리 노트르담 광장.

la croix du Trahoir 사형장은 프랑수와 1세 때 발생한 벽보 사건으로 3명의 순교자가 산 채로 화형되었던 곳이다.

▲위그노들이 죽어갔던 사형장 la croix du Trahoir 1.

▲위그노들이 죽어갔던 사형장 la croix du Trahoir 1.


▲사형장 la croix du Trahoir 2.

▲사형장 la croix du Trahoir 2.

깔뱅이 파리에 처음 올라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1523년 8월에 프랑스 최초의 루터주의자 쟝 발리에르(Jean Vallière)가 혀를 잘리고 철줄로 사형대에 묶여 산 채로 화형 당했던 곳은 현재는 다른 건물들이 들어 서 있고, 일본 라면과 우동 집들이 그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가까운 곳 몰리에르 거리에는 프랑스 문학가 몰리에르를 기리는 동상이 서 있다.

▲최초의 순교자 쟝 발리에르가 순교했던 장소.

▲최초의 순교자 쟝 발리에르가 순교했던 장소.

5. 연재를 마치면서

프랑스 기독교 역사에 문외한으로 감히 이런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위그노들의 순교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신 주님의 인도하심과 돕는 여러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었다. 넉넉지 않은 삶을 사는 선교사이기에 책 한 권 구입할 여유가 없었지만, 이곳을 방문한 친구인 백석대학 김진하 교수가 선물로 사준 몇 권의 책들이 기회가 되어 연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순회 선교사로 세계 곳곳에 값없이 복음을 전하시는 장경두 목사님의 후원과 스위스에서 사역하시는 김정효 목사님 내외분의 정성 가득한 도움으로 스위스 전역을 다니며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어떤 때에는 자동차 접촉 사고로 생긴 보상비로, 때론 돕는 손길들의 도움을 통해 프랑스 곳곳을 방문하며 마침내 이 연재를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방문하지 못한 여러 곳들이 있고, 다 다루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지만 필자는 선교사 본래 직분으로 돌아가 말씀 사역에 전념하려 한다. 그리고 언젠가 더 월등한 분들의 노력으로 미비한채 끝난 위그노들의 신앙 흔적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될 수 있기를 기도하며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중세 교회를 공부하면서 교회의 타락의 원인이 ‘그리스도가 없는 그리스도인’들을 양산(量産)한 것에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교구라는 것이 있어 숫적 부흥에 대한 압박은 없었지만 큰 건물로 자신들을 증명하려는 노력들로 인해 사람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기 보다는 거대한 건물 안으로 그리고 인간의 예식에만 머물게 한 것이 중세 암흑 시기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성직자들은 예수님의 자리를 대신하여 버렸고, 자신들의 교리를 위해 성경은 인간의 가르침으로 전락되어 버렸고, 가진 자들이 우대받는 교회, 천국을 소망하는 신자가 아닌 성경에서 약속하시지도 않은 현세에 대한 병고침과 부유함을 복으로 가르치므로 그것을 추구하는 신자들로 만들어 놓았다. 결국 예수님은 이름으로만 불리워졌을 뿐 그 어디에서도 필요하지 않았고 또한 천국은 죽어서나 가는 곳이 되었으며, 이 땅에서 부유하게 사는 것이 천국 백성의 삶인 것처럼 변질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개혁을 외치고 그 암흑에서 나왔던 개혁자들의 후예인 오늘날 우리들은 점점 중세로 회귀하려는 듯한 노력을 하는 듯 하여 심히 안타까울 뿐이다. 목숨을 바쳐 삶으로 외쳤던 개혁자들의 그 외침들이 기억되기를 소원하며...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이니 보이는 것은 잠깐이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함이라”(고후 4:18) <끝>

프랑스 파리에서, 권현익 선교사
paris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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