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열 교수가 읽는 ‘에딘버러 세계선교사대회 100년 평가(4)’
세계선교 흐름 속에서 역사적인 날을 하나 꼽는다면 1910년 6월 14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에딘버러 세계선교사대회이다. 에딘버러대회를 전후해 여러 선교대회가 개최되었지만 철저한 준비 속에 각 국가별 선교전문가와 선교사들이 적극 동참하여 탁월하게 선교전략을 분석하고, 교단을 초월해 연합과 일치를 추진한 이 에딘버러대회를 세계 최초의 에큐메니칼대회라 부르고 있다. 이제 100년 지난 이 시점에 한국교회는 에딘버러대회를 회고하며 한국교회의 선교방향을 재점검해 보고 대안을 제시할 때가 왔다.
먼저 에딘버러대회의 긍정적인 영향을 살펴본다면 첫 번째, 선교전략지를 탁월하게 선택했다는 점이다. 이는 존 모트(John R. Mott)의 풍부한 세계여행 경험에 의해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어느 곳에 선교를 집중해야 할 것인지 알았고, 각 선교단체로 하여금 선교전략지에 집중적으로 선교사를 파송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는 오늘날 10/40창과도 같은 세 지역을 선정하여 집중토록 요청하였는데 바로 그곳이 극동지역(한국, 중국, 일본, 몽골), 인도, 이슬람권이다. 모트의 판단은 옳았다. 예를 들자면 에딘버러대회의 제1위원회의 보고에서 ‘한국인은 동방의 모라비안’이라 극찬하며 한국에 선교사를 집중 배치한 것이 유효했음을 보고하였다. 한국 외에 중국과 인도에 관한 선교보고도 참석한 대의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두 번째는 연합과 일치를 극대화시킨 점이다. 에딘버러대회의 가장 큰 목적 중에 하나는 모든 교회가 선교사역에 일치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연합과 일치’는 제8위원회의 주제로 다루어졌고, 대회 한 달 전에 「월간회보」(Monthly News Sheet)에도 이에 관한 특집이 실렸다. 그렇다면 에딘버러대회가 추구한 연합은 무엇일까? 존 모트는 10가지 영역에서 연합을 제안하였는데 △선교자문위원회 구성 △강력한 선교지분할정책 △학교교육 평가 △연합대학 설립 △협력의료선교 △선교신문 △선교잡지 △찬송가 △사상 교류 △교회연합위원회 구성 등이다. 에딘버러대회는 연합과 일치의 좋은 예로 한국을 소개하였다. 한국 선교사들이 서울에 대학을 설립할 때에 교단별로 경쟁하지 않고 필요한 곳에 대학을 세워 사역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선교사 준비를 철두철미하게 시킬 것을 강조하였다. 많은 선교사들이 선교사 훈련을 받지 않고 ‘독립군’으로 나가는 현시점에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선교사준비위원회는 제5위원회로 소속되어 선교사의 자질 다섯 가지를 강조하였다. 첫째는 타종교를 연구해야 하고, 둘째는 선교 역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야 하며 셋째는 사회학을 알아야 하고 넷째는 가르치는 기술이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는 현지 언어를 공부하고 습득해야 하는 것이다. 당시 식민지 팽창주의 시대에 자문화우월주의(ethnocentrism)에 빠지지 않고 현지 언어 습득을 강조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별히 보고서에는 언어 습득 훈련을 잘하는 선교단체로 중국내지선교회(CIM)를 소개하였고, 아랍언어훈련을 잘하는 훈련센터는 카이로에 있다고 보고하였다. ‘현지어는 혈관(血管)과 같다’고 하는데 에딘버러대회는 참석한 대의원들에게 이를 확실하게 인식시켜 주었다.
한편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교회개척에 관한 전략 평가와 새로운 제안이 미약했다는 점이다. 에딘버러대회가 열릴 당시 서구 선교사들은 전통적인 선교기지식(mission station) 교회개척을 선호했다.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길목이 좋은 곳에 땅을 구입하여 자신들의 사역에 필요한 교회, 병원, 약국, 학교 등을 세우고 활동해 나가는 것을 선교기지라 말한다. 선교기지는 현지인들을 쉽게 모을 수 있고 사역을 용이하게 할 수 있지만 현지인을 지도자로 세우는 데는 목적을 두지 않는다. 식민주의 선교시대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취약점을 극복하여 현지인 스스로 자립, 자치, 자전하는 ‘3자 원리’로 교회개척을 할 것을 주장한 사람이 헨리 벤(Henry Venn)이었다. 당시 3자 원리식 교회개척은 서구인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그렇다면 에딘버러대회 8개 주제위원회 가운데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었는가? 그렇지는 않다. 사실 제2위원회의 ‘현지인 교회와 사역자 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립, 자치, 자전을 강조하기는 하였다. 예를 들어 제2위원회에서는 한국교회의 자립과 자전하는 능력을 잠깐 소개하여 한국인의 탁월한 교회개척을 각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선교기지식 교회개척에서 왜 자립에 실패하였는지, 왜 성공하게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고하고 토론하지는 않았다. 에딘버러대회는 ‘이 세대 안에 세계복음화’라는 주제에 붙들려 선교사 동원과 파송을 강조한 것에 비해 안식년 선교사나 베테랑 선교사들이 자신들의 교회개척사역을 돌아보고 무엇이 잘되고, 잘못되었는지를 지적해 주는 위원회 활동이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이것은 서구 선교사들의 계몽주의적 사고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에딘버러대회는 ‘how mission’ 대회라 할 수 있다. 세계복음화를 성취하기 위한 8개 주제위원회를 구성해 ‘교회가 어떻게 선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가?’를 찾는 대회였기 때문이다. 존 모트와 1,200명의 대의원들이 내린 결론은 연합(cooperation)과 일치(unity)였다. 서로 경쟁하지 않고 함께 연합할 때 상생할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에딘버러 대회는 오늘날 우리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함께하는(with) 선교를 하라!’
사실 에딘버러대회는 연합과 일치를 교단의 장벽을 뛰어넘어 타종교와도 시도하면서 훗날 ‘확대 전도’(Larger Evangelism)까지 확장된 선교로 변질되었지만, 한편으로 복음주의자들에게 세상의 아픔과 상처에 눈을 뜨게 하였고 연합의 힘을 알게 해 준 귀한 대회였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에딘버러대회 100주년을 맞이하여 앞으로 어떻게 ‘함께하는 선교’를 감당할 것인지 고민하며 과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끝)
1. 경쟁을 뛰어넘어 함께 연합하는 선교사대회
2. 세계복음화를 꿈꾼 존 모트
3. 에딘버러대회에서 한국선교를 보고한 마포 삼열 선교사
4. 에딘버러 세계선교사대회의 교훈
안희열 교수
침례신학대학교 선교학 교수
세계선교훈련원(WMTC) 원장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