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한국의 간디’ 고당 조만식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비폭력 크리스천 민족운동가 조만식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한국의 간디로 널리 알려진 조만식 장로는 1883년 2월 1일(음12월 24일) 평남 강서군 반석면 반일리 내동에서 아버지 조경학(曺景學)과 어머니 김경건(敬虔)의 독자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병약한 조만식에게 격투기의 일종인 날파람을 익히게 했고, 의리와 곧은 절개의 중요성을 삶의 원리로 강조했다. 이런 아버지의 굳은 가정교육은 조만식의 평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조만식은 22세에 기독교 장로교에 귀의해 평양 장대현교회에 출석했다. 평소 놀기를 좋아하고 대주가(大酒家)였던 그는 신앙생활을 하면서부터 술과 담배를 끊고 방탕한 생활을 정리했다. 그는 1905년 초 장대현교회 신년사경회에 참석, 설교에 은혜를 받고 평양에 있는 기독교 학교인 숭실학교에 입학했다. 학창시절 안창호의 연설에 감화를 받은 그는 실력만이 일제에서 한민족을 구할 수 있는 길이라 확신하고 일본 유학을 결심했다.

1908년 숭실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1910년까지 정칙영어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유학 시절 조만식은 인도의 독립운동가 마하트마 간디의 일대기 <간디전>을 감명깊게 읽고 그의 인도주의와 무저항주의, 민족주의 사상에 깊이 공감했다. 1910년 봄 정칙영어학교를 졸업하고 메이지대 교 법학부로 진학, 1913년 메이지대 법학부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귀국해 정주 오산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1915년 그 학교 교장이 됐다. 이후 1919년 오산학교 설립자인 이승훈과 함께 3·1운동에 참가했다 체포돼 평양 감옥에서 1년간 복역했다. 1921년 석방된 뒤 그는 평양 YMCA청년회 총무가 됐고, 산정현교회(山亭峴敎會) 장로에 선출됐다. 1922년 국산품 애용을 독려하기 위해 조선물산장려회를 결성해 회장에 취임했으며, 이때부터 조선의 간디로 불리기 시작했다. 1932년에는 경영난에 빠진 조선일보를 인수해 사장이 됐다. 그때에 조선총독부로부터 신사참배와 지원병제도에 협조하라는 요청이 왔으나, 양심있는 하나님의 사람 조만식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

해방 후인 1945년 8월 16일 ‘조선건국 준비위원회 평안남도 지부’를 결성하고 혼란기를 극적으로 수습했다. 조만식은 치안 공백상태에 있던 당시 북한 지역의 정치적 혼란을 크리스천 입장에서 훌륭하게 정리해 나갔다. 이북에 진주했던 소련 25군 정치사령부 정치담당관이었던 G. 메크레르는 ‘평양은 조만식의 판이었다’고 회상할 정도였다. 같은 해 9월 12일 평양 산수소학교에서 ‘인민 정치위원회’가 조만식의 사회로 개최됐지만, 공산 측의 방해로 민족 진영의 의견은 빈번히 묵살됐다. 공산진영 측에서 민족진영을 향해 인신공격까지 퍼붓자 조만식은 분연히 일어나 이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1945년 11월 3일 조만식은 민족·민주 계열이자 최초의 기독교 정당인 조선민주당을 창당했다. 조선민주당은 ‘105인 사건’을 기념하여 105인의 창당발기인을 두었고,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을 상징해 33인의 중앙상임위원을 뒀다. 조만식은 조선민주당 당수(黨首)가 돼 반공 노선과 신탁통치 반대운동을 양심적으로 적극 펼쳤다. 조선민주당은 창당 수개월만에 50만 당원을 확보할 정도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당원 대부분은 조만식의 인품과 독립국가 건설에 대한 순수한 염원을 보고 입당했다.

조만식은 인도의 간디가 주창한 비폭력 무저항주의와 민족주의 사상을 일관된 평생의 지표로 삼았다. 그는 광복을 맞을 때까지 그 사상에 근거하여 일제에는 불복종하되 비폭력과 무저항을 수단으로 삼는 민족자본 육성, 민족교육 및 민족언론 활동 등에 몰두했다. 조만식은 태평양전쟁으로 탄압이 심했던 일제 말기까지도 그들에게 협조하지 않고 지조와 신앙양심을 끝까지 지켰기 때문에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조만식이 이북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몰락하고 그를 따르던 기독교계 사람들이 대거 월남, 북조선 공산주의자들은 아무런 장애도 없이 수월하게 이북 지역에 공산체제를 수립할 수 있었다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그러나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비폭력과 무저항을 인생관으로 삼고 살다 간 그는 오늘날까지도 우리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폭력도 마다하지 않고 행사하는 현대 교회와 크리스천들에게 신선한 교훈을 주고 있다. 그는 크리스천과 교회라면 어떤 상황이라도 폭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그리스도의 사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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