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철 칼럼] 2010년 동계 올림픽을 보면서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美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신용철 담임목사.

▲美 임마누엘한인연합감리교회 신용철 담임목사.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나는 고등학교 학창 시절 경상북도 안동에서 잠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생활을 한 적이 있다. 거의 38년 전이니 그 당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생활이라는 것은 지금에 비해 보면 선수라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연습장은 주로 깊은 계곡 사이에 겨울에 찬바람이 많이 몰아치고 그늘이 많이 지는 강변이 얼어붙으면 그곳에서 했고, 시합도 주로 그곳에서 했던 기억이 난다. 작은 대회였지만 군 대회가 있었고, 시 대회, 도 대회가 있기도 했다. 몇 차례 입상을 하면서 한때는 ‘이 방면으로 나가볼까’ 하는 생각을 가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가난해서 먹는 것이 부실했고 늘 더 좋은 성적은 낼 수 있는데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고 집안이 뒷바라지 해줄 형편도 안 되어서 한 1년 정도 선수 생활을 하다가 접었다. 스케이트 마련할 돈이 없어 한 달 동안 막노동을 해서 지금 돈으로 약 20만 원 정도 하는 스케이트를 구입하였고, 그것을 얼마나 애지중지했던지 그 후 겨울만 되면 그 스케이트를 꺼내 한 번씩 타 보곤 했는데, 스케이트 날이 거의 절반이나 닳아 없어질 정도로 타다가 더 이상 탈 수 없는 지경이 되어 폐기처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군 생활을 1976년도부터 1978년도까지 대통령 경호실 소속 예하 부대에서 하면서 부대가 청와대 바로 앞 경복궁 안에 있었기에 겨울이 되어 경회루 연못이 얼면 서울 일반시민에게 스케이트장을 10시에 오픈하기 전에 오전 8시부터 9시까지는 군인들이 이용을 자주 했는데, 그 때 스케이트 시합도 많이 했고 상도 타보았고 고급장교들에게 스케이팅을 강습을 하기도 했다. 가끔은 잘 타시는 귀한 분들을 모시고 지금은 없어졌겠지만 당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하나 있던 국제 경기 규격인 태릉 실외 링크에 가서 선수들과 함께 연습해 보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운동을 다 좋아하고 무슨 운동이든지 다 해보곤 하는데, 운동 가운데 스피드 스케이팅이 가장 체력소모가 많은 운동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다른 운동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뻗어나갈 수 없는 운동이 스피드 스케이팅이다. 그래서 선수생활의 수명도 짧은 편에 든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그 동안 동계올림픽에서 항상 체격이나 체력의 문제로 입상을 잘 못해 왔었는데 최근 들어 조금씩 진보를 보이더니 급기야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큰일을 벌이고 말았다. 육상의 100미터와 견주는 스피드 스케이팅 500미터에서 남, 녀가 동반으로 한 나라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올림픽 역사에 없는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하는데 이 일을 우리나라 선수들이 해내고 말았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마라톤이라고 부르는 1만 미터 경기에서도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따내었다. 김연아 선수가 한국 피겨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땄다. 모두가 다 G세대라고 불리는 20대 초반의 어린 청년들이다.

경기를 보고 또 보면서 저 선수들이 진짜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맞는가라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선수 생활을 잠시 해본 나로서는 격세지감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보면서 이제 우리 고국 대한민국은 모든 면에서 이미 선진국으로 우뚝 서 있구나라는 자긍심이 내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경험하였다. 나뿐이겠는가? 참으로 자랑스럽고 기쁘다.

한편 이번 경기를 중계하는 한국 방송사의 해설위원이었던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출신인 제갈성렬 씨는 이승훈 선수의 일만 미터 금메달이 확정되자 너무 흥분해서 해설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우리 주님께서 허락해 주셔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주님의 뜻입니다”라고 했다가 해설위원 중도하차를 했다는데, 그 분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것 같다. 중도하차는 했지만 이미 전국에 50%대 방송을 시청하는 분들에게 그런 고백을 해 버렸으니 어찌 되었거나 어떤 모양으로든지 주님의 이름을 높이는 기회가 되고 말았다. 이승훈 선수가 독실한 기독교 신앙인이어서 무심결에 나온 말인 것 같다.

경제가 찬바람이다. 그래도 실망치 말자. 주님이 반드시 우리에게도 승리의 그 날을 주실 것이다. 바울은 이렇게 고백했다. “운동장에서 달음질 하는 자들이 다 달아날지라도 오직 상 얻는 자는 하나인 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너희도 얻도록 이와 같이 달음질하라”. 신앙의 금메달을 목에 거는 성도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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