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죽음보다 더한 형벌, ‘땅의 저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타락한 세상의 설립자 가인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최초의 인간, 아담과 하와는 아름다운 에덴동산에서 모든 인간의 조상으로 창조됐다. 죄가 전혀 없는 정결하고 고상한 인격을 지녔다. 하나님을 닮아 매우 세련되고 온전한 자유의지를 마음 속에 보유했다. 그들은 선한 길과 악한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이 있었다. 하나님은 그들과 맺은 행위언약을 근거로 수직적인 평화 관계를 아름다운 동산에서 유지했다.

첫번째 인간들은 에덴동산 중앙에 있는 선악과를 임의로 따 먹으면 죽게 된다는 하나님과의 언약을 불시에 어겼다. 불순종한 아담과 하와는 아름다운 그들의 고향인 에덴동산에서 즉시 쫓겨났다. 다시는 에덴동산 안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하나님은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비록 한계는 있었어도 동산 밖에서 그들은 계속해서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하나님이 세상에 창조한 만물들도 여전히 그들의 통치 아래 있었다. 부부간 뜨거운 사랑의 열매로 자녀도 수태할 수 있었다. 첫 아들의 출산을 통해 전능하신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그들은 직접 참여했다. 처음으로 출산된 가인은 ‘얻다, 획득하다’ 라는 히브리 단어에서 파생됐다. 그들이 낳은 최초의 아들, 가인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 수여받은 하나님의 최고 선물이었다.

가인은 하나님을 경외하도록 가르친 부모 밑에서 동생 아벨과 함께 자랐다. 청년이 된 가인은 열심히 농사해 많은 수확을 거뒀다. 부모의 가르침대로 하나님의 제단에 많은 양의 헌물(곡식)을 드렸다. 그러나 여호와 하나님은 그의 헌물을 전혀 받지 않았다. 믿음이 전혀 없는 가인의 마음을 하나님이 읽었다. 제물과 믿음은 순행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가인은 세상의 괴수, 사단에게 자신의 거짓된 마음을 열었다.

사단의 품성을 지니게 된 가인은 이제 하나님께마저 대항해 크게 분노했다. 적절하지 않은 그의 분노는 동생 아벨의 생명을 잔혹하게 끊는데 사용됐다. 동생 아벨의 헌물만을 받은 하나님에 대한 교만한 도전이었다. 모든 만물의 생명을 주관하신 하나님의 사역을 악한 가인이 대신했다. 사단의 마음을 가진 가인은 하나님의 자리를 마음대로 포탈하려 시도했다.

분노 때문에 동생 아벨을 살해한 가인은 이제 하나님께 거짓말까지 했다. 하나님이 동생 아벨에 대한 안부를 묻자, 거짓말쟁이 가인은 모른 척 시치미를 뗐다. 가인은 우주의 왕이신 하나님마저 입술로 공격했다. 그가 범한 죄는 즉각적인 죽음으로 처리돼야 했지만, 사랑의 하나님은 가인의 생명을 즉시 취하지는 않았다. 정처없이 세상을 방황하도록 조치했다. 목적과 목표가 없는 가인의 삶은 죽은 것보다 더욱 힘들게 됐다. 비전도 없이 세상을 살아가던 그에게 죽음은 최고의 선물일 수 있었다. 주권적 공의를 원리로 삼는 하나님은 그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방황으로 치루게 했다. 이 땅에 살아있는 동안 죄책과 오염 속에 고통을 당하며 살게 됐다.

죄로 오염된 가인은 더 이상 하나님을 찾지 않았다. 하나님께 무릎 꿇고 자신의 죄를 회개하지도 않았다. 타락한 가인은 죄의 노예로 전락했다. 원래 농사꾼인데, 하나님의 저주로 땅에서 열매를 얻을 수도 없었다. 그는 고통을 잊기 위해 에덴 동편에서 농사 대신 도성을 건축했다. 세속적 권력과 폭력의 상징인 도성을 열심히 쌓았다. 이 땅에 최초로 사악한 ‘세상’을 설립해, 동산에서 잃어버린 행복을 찾으려고 구슬땀을 흘렸다.

그의 후손들도 대대로 가인처럼 세상의 허무한 행복을 열심히 찾고 만들었다. 세상의 쾌락과 기쁨을 위해 필요한 각종 기구들과 악기들을 제작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음악까지 작곡해 세상에 보급했다.

하나님 주신 신성한 일부일처의 결혼제도마저 가인의 후손들 때문에 왜곡됐다. 인격적 평등 관계로 세워진 부부제도가 수직적 상하 관계로 바뀌었다. 남편과 아내 관계는 이제 사랑보다 갈등과 폭력이 지배하게 됐다. 여성은 남성의 한 순간 쾌락을 의미하는 노리개로 전락했다.

가인 이래 세워진 세상은 노아 시대에 이르러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됐다. 홍수 심판으로 그의 후손들은 모두 하루 아침에 수장되고 말았다. 가인의 후손들을 통해 세워진 세상은 깨끗하게 청소됐다. 하나님의 사람 노아와 후손들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하나님이 꿈꾸는 세상은 노아의 후손을 통해 이 땅에 재창조돼야 했다.

[송태흔 목사의 <시사교회사> 지난 연재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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