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영국교회에 한인 목회자의 열정과 헌신 필요해

이지희 기자  jhlee@chtoday.co.kr   |  

유럽 재복음화의 필요성과 전략(6)

목회자 부족한 영국교회, 한인 목회자 공급 절실

영국은 많은 교회가 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목회자 수가 남아있는 교회 수에 못 미치고 있다. 한 교회당 한 명의 목사가 배정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도시의 큰 교회들에 2~4명의 목사가 임직하고 있어 시골에는 담임목사를 모시지 못한 교회가 더 많다. 한 목사가 2~4개 교회를 돌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담임목사가 없는 교회들은 대부분 격주로 예배를 드린다. 이러다가 교회가 문을 닫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고,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인 감소, 교회 감소, 성직자 감소, 신학생 감소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푸는 방안으로 목회자가 없는 영국교회에 한인 목회자를 공급하는 전략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유럽 목회자의 약점은 안일함이라고 본다. 반면 한인 목회자의 장점은 열정과 헌신이다. 웨일즈에서 영국인 장로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중환 목사는 영국교인들이 한인 목회자의 열정과 부지런함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말했다. 이것은 한인 목회자들이 영국 목회자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장점이다.

비전과 열정, 실력을 겸비한 한인 목회자들이 한국교회의 보수적 신앙과 강한 영성으로 영국교회에 새로운 사역 모델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유럽의 문화와 의식구조, 언어에 대해 미리 훈련 받을 필요가 있다. 여러 면에서 실력을 갖춘 한인 목회자들이 겸손한 자세로 영국교회를 섬기게 된다면 영국교회의 목회자 부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새롭게 개척을 시도하라는 것이 아니다. 목회자가 절대 부족한 영국교회에서 한인 목회자는 우선 부사역자로 부임하여 섬길 수 있다. 이 기간에 문화와 언어를 익히며 열심히 관계를 형성하고 영국교인들의 신임을 얻는다. 담임목사가 휴가나 병가로 목회를 잠시 비우는 사이에 설교하고 심방하며 사역할 기회가 자연스럽게 찾아 올 것이다. 이 때에 영국교인들이 한인 목회자의 영어설교가 혹 서툴다 하더라도 하나님을 향한 열정과 성도들을 향한 사랑을 느끼고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신뢰가 쌓이면 어느 날 영국교인들이 영국인 목사에게 “목사님이 못 오시는 주일에는 한인 목사님을 보내주세요. 매주 예배를 드리고 싶습니다”고 부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인 목사가 그 지역에서 계속 심방하고 전도하면서 교회는 조금씩 성장하게 되고, 문 닫는 수순을 밟아가던 교회가 소생할 것이다. 많은 한인 사역자가 이처럼 영국교회를 다시 일으키는 사역을 통해 영국 재복음화에 중요한 일익을 감당할 수 있길 기대한다.

한인 목회자가 영국교회에서 부사역자로 일하며 세례, 성찬, 결혼, 장례 등 성례를 행하고 주택을 제공받으며 어느 정도 사례도 받으려면 해당 영국교단으로부터 한국에서 받은 성직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교단과 신앙노선이 같은 영국교단이 에큐메니칼 파트너십 (Ecumenical Partnership, 동반자 협약)을 맺어 교단적 차원에서 협력목회가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렇게 동역의 손을 잡고 한인 목회자들이 사랑의 빚을 갚는 심정으로 겸손히 영국교회와 목회자를 섬기면 영국교회에 새로운 사역 모델로 자리잡으며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역을 보다 성공적으로 하려면 영어설교, 팀워크, 비전, 행정력에서 탁월한 인재를 영국에 파송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언어에 익숙하고 다문화에 적응된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의 청년들과 이민 2세들이 앞으로 유럽선교를 활발하게 이끌고 갈 큰 자원인 것은 말 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전세계에 형성된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가 유럽선교의 비전과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

유럽선교 네트워크 및 파트너십 구축해야

유럽선교에 관심을 가진 국내외 한인교회들과 선교기관들이 교파를 초월하여 서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비전과 전략을 나누며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선교사 훈련 과정 등을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처럼 교회와 선교단체 간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 진다면 한국교회의 선교적 잠재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유럽선교의 열매도 극대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 기존 교회, 교단, 기관들과의 동역 체제를 구축해가야 한다. 유럽에는 유럽교회의 감소 추세를 바꾸어 보려고 시도하는 기관들이 있다. 이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한국교회가 동역할 수 있는 부분을 감당하면 좋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대로 한국의 교단과 유럽의 교단이 서로를 인정하며 협력하는 동반자 협약을 맺는 것도 바람직하다.

유럽교회의 간절한 부름에 다시 응답할 때

‘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마게도냐인의 간절한 부름에 응답해 사도 바울은 선교 향로를 유럽으로 바꾸었다(행16:9). 이제 유럽에서 다시 아시아를 향하여 ‘와서 우리를 도우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도 그 부름에 응답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한국은 선교대국으로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고 적어도 향후 20~30년은 계속 주도적으로 세계선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유럽선교도 우리가 참여해야 할 선교의 영역임이 분명하다. 한국교회는 겸손함과 함께 자신감도 가져야 한다. 지난 20년 사이에 한국의 위상이 엄청나게 달라졌다.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베푸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는 경제원조뿐만 아니라 복음으로도 남을 도울 수 있는 위치, 아니 도와야 하는 위치에 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유럽에 교회를 개척하고 목회자 없는 교회에 목회자를 공급하는 사역을 하나님께서 축복해 주시리라 확신한다. 지난 30년 동안 영국에서만 9,000개의 교회가 문을 닫았다. 유럽 전체에서는 수 만 개에 달할 것이다. 이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언어를 포함하여 부족한 면이 많다 할지라도 누구든지 “주님, 실추되어 가는 예수님의 이름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하여 교회의 문을 하나라도 더 열고자 합니다”, “닫히려는 교회에서 어찌하든 계속 모여 예배를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기도하며 간절한 열망과 헌신의 모습을 보인다면 주님은 그 사람들을 반드시 도우실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당신의 몸 된 교회를 유럽에서 다시 일으켜 세우실 것이다.

유럽의 교회가 다시 살아난 후 유럽에 이주해 온 수많은 타종교 이주민들에게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소생한 유럽교회가 다시금 정치, 경제, 외교적 영향력으로 세계를 복음으로 섬기면서 과거의 영광과 역할을 회복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그날이 있기 위하여 먼저 우리는 ‘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유럽교회의 간절한 부름에 응답하며 유럽 재복음화 비전을 조금씩 실천해 나가야 한다.

“네게서 날 자들이 오래 황폐된 곳들을 다시 세울 것이며...너를 일컬어 무너진 데를 보수하는 자라 할 것이며 길을 수축하여 거할 곳이 되게 하는 자라 하리라”(사58:12)(끝)

 

 

최종상 선교사(철학박사, 로마서 전공)는 런던 근교에서 영국인 교회인 이스트버리교회를 개척해 담임목사(1997~2004)를 지냈으며 런던신학대학 객원교수를 역임, 현 동 대학 연구교수(1995~현재)로 재직 중이다. 오엠(OM)선교회 선교사로 로고스호(1979~1984), 둘로스호(1987~1988)에 승선하여 세계 90여개국에서 순회사역을 하고 이후 둘로스 선교선 단장(2004~2009)으로 활약했다. 저서로 ‘Paul as Apostle to the Gentiles’(Paternoster Biblical Monographs, 1997)와 그 번역본 ‘이방인의 사도가 쓴 로마서’(아가페, 2003), 신앙간증을 담은 ‘기도로 움직이는 배 둘로스’(홍성사, 200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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