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소위 ‘강의석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옴으로써, 이제 이 문제에 대한 법적 공방은 일단락됐다. 강의석 씨가 모교인 대광학원과 서울시 교육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 대광학원 등에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강의석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학내 종교자유와 종교사학의 건학이념 실현, 그밖에 고교평준화 등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상징하는 사건이었기에, 이번 판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매우 컸다. 특히 백년대계인 사학과 관련된 문제에 항상 큰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던 기독교계는 이번 판결을 주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이 “피고는 원고에게 사실상 종교교육을 강요했고, 원고의 지속적인 반발에도 교육을 계속했다”는 취지의 선고를 내리자 교계는 실망의 빛을 보이고 있다. 자칫 이 일로 종교교육이 위축될까 심각하게 염려하는 눈치다. 일선 교목들 사이에서는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미 대법원 판결은 내려졌다. 학내 종교교육과 종교자유에 대한 하나의 중요한 판례가 나온 것이다. 사전에 교계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더 힘썼다면 하는 등의 아쉬움이 남지만 이미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헌법재판소까지 갈 수도 있겠지만, 이제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헤아리고 종교사학이 더욱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많은 기독사학들이 현명하게 교육해왔겠지만, 맹목적이고 강제적인 종교교육을 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교를 선택해 들어온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으나, 고교평준화 이후 학교와 학생 모두 선발권과 선택권을 상실한지 오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사학은 어떻게 건학이념을 실현해나갈 수 있겠는가.
먼저는 학교의 선발권과 학생의 선택권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 운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교육자와 학생 모두 서로의 의사를 존중받는 교육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미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입학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종교수업, 혹은 예배에 대한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철학수업이나 다른 교양수업을 병행개설해도 좋고, 그럴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자율학습을 하도록 해도 좋을 것이다. 복음을 전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고 염려할 수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강제하지 않아도 만인을 감화할 만큼 충분히 위대하니까 말이다.
모쪼록 이 판결로 기독교 교육 현장이 위축되거나 좌절하지 않고, 더욱 성숙하고 발전하여 활력과 즐거움이 넘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