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모리아산으로 가던 부자의 동상이몽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예수님의 예표,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이삭은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나이 1백세(B.C. 1890)에 90세에 이른 불임녀 사라의 몸을 통해 출생했다(창 21:1-3, 마1:2). 히브리어 이삭(Issak)이라는 단어는 ‘웃음’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큰 민족을 이룰 수 있는 명품 아들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아브라함은 1백세 된 늙은 사람이 어떻게 아들을 낳을 수 있으며, 아내 사라도 나이가 90에 도달했으므로 사람을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웃어넘겼다.

그것은 여호와 하나님의 언약에 대한 해학적 웃음이었으며, 인간의 합리적 사고에서 비롯된 불신에서 나온 웃음이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선 언약하신 대로 늙은 아브라함과 사라에게 건장한 아들, 이삭을 선물로 주셨다. 두 부부의 해학적 웃음을 참된 기쁨으로 바꿔 놓았다. 이삭은 인간의 합리성과 자연 질서를 초월한 하나님의 깊은 은혜를 통해서 태어난 멋진 생명이었다.

25세 정도의 청년이 됐을 때, 이삭은 아버지 아브라함의 요구로 집에서 멀리 떨어진 모리아산까지 여행을 하게 됐다. 모리아산 정상에 도달하자, 125세가 된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잡혀 몸이 결박됐다. 미리 준비된 장작더미 위에 올려져 번제의 제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 효심이 극진하고 여호와에 대한 절대적 신앙을 가진 젊은 이삭은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고 번제물이 되는 것에 순종했다. 아버지 아브라함의 무모한 행동에도 전혀 반항하지 않았다. 예수님이 백성들의 속죄를 위해서 골고다 십자가에 달리실 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창 20:1-5, 22:2-13).

40세의 장년이 됐을 때, 같은 셈족 후손인 부두엘의 딸 리브가를 아내로 취했다. 그들은 결혼 이후 20년 동안이나 자녀를 갖지 못했다. 아름다운 여인, 리브가도 사라처럼 불임녀였다. 이삭의 나이 60세에 이르러 하나님은 쌍둥이 아들을 낳게 했다. 남성다운 야성적 기질을 가진 에서와 가정적인 조용한 성품의 야곱이 그 집안에 태어났다(창 24:67, 25:20-26). 2배의 조화로운 기쁨을 누리기 위해 그들은 20년 동안이나 인내하며 기다려야 했다.

이삭은 가나안 땅에 몰아닥친 흉년을 피해 그랄 지역으로 이민을 갔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방의 그랄왕으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그랄왕의 호출을 받고 연약한 이삭은 아내 리브가를 누이라 속였다. 아버지 아브라함이 젊었을 때 밟았던 전철을 그대로 복사했다. 진실한 여호와의 간섭으로 이삭의 거짓말은 탄로가 나서 큰 창피를 당했다.

여호와 하나님은 그의 가정에 큰 복을 내렸다. 여호와께서 조상 대대로 내려온 생업인 농사에 직접 간섭해 풍족한 삶을 살도록 했다. 그랄 지역의 현지인들보다 더 많은 재물을 소유하므로 큰 기업가가 됐다. 하나님이 정하신 분배적 공의를 통해 이삭 공동체에 큰 복을 내렸다.

이삭이 이방 사람들처럼 하나님을 속이고 큰 잘못을 범했어도 징계 없이 그냥 복을 준 것은 아니다. 하나님은 물에 술탄 듯, 술에 물탄 듯 행동하는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가 아니다. 태초에 정하신 공의를 통해 백성들을 진실되게 다스린다. 이삭이 태어나기 전 정하신 하나님의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복을 주신 것 뿐이다. 인간이 과실을 범했다고 해서 진행하던 하나님의 사역을 변경하지는 않는다.

거부가 된 이삭을 현지의 그랄 사람들이 시기했다. 이삭 공동체가 한 마음으로 땀흘려 파놓은 우물을 그들은 메워버렸다. 온유한 리더십의 소유자, 이삭은 그들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사해서 또다시 우물을 팠다. 그랄 사람들은 이삭 공동체를 계속 따라다니며 최소 세 차례나 우물을 메웠다. 하나님의 사람 이삭과 공동체 식구들은 그들의 악행을 끝까지 참고 견뎠다.

네 번째 지역으로 옮겨서 우물을 파매, 그랄 사람들이 더 이상 메우지 않았다. 이삭은 그 우물 이름을 르호봇이라 칭했다. 르호봇은 ‘넓은 장소’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랄 사람들이 더 이상 방해하지 않으므로 이삭은 그곳을 넓은 장소라고 선언했다. 그는 가는 곳마다 먼저 하나님께 제단을 쌓고, 자신과 이웃의 번영을 위해 끝까지 우물을 파는 지도자가 됐다.

하나님의 선지자요, 히브리 민족의 2대 족장인 이삭은 장남 에서를 축복하려고 날을 잡았다. 그 소문을 이삭의 아내 리브가가 장막 뒤에서 듣게 됐다. 남편 이삭을 계승해 히브리인을 이끌 제3대 족장은 야곱인 것을 알고 있었다. 리브가는 눈이 어두운 남편 이삭을 속여 작은 아들 야곱이 히브리 민족의 족장이 되도록 전략을 세웠다. 이후 에서가 야곱을 죽이려 하자, 이삭은 작은 아들에게 밧단아람에 있는 외가로 피신하도록 했다. 외삼촌 라반의 딸들 중 하나에게 장가들 것을 권고했다.

성경은 이삭의 성품을 온유하고 겸손하며 정직하다고 적는다. 현대의 많은 신학자들은 그런 이삭을 신약 시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로 말하며 가르친다. 이삭은 부모의 가업을 이어 농업에만 전념했다. 아버지 아브라함이나 작은 아들 야곱처럼 복잡하고 힘든 생활을 하지 않고, 대체적으로 평온한 삶을 살았다. 이삭은 180세까지 하나님의 사람으로 평안하게 살다 헤브론에서 별세하니 아브라함과 사라가 묻혀 있는 집안 공동묘지, 즉 막벨라굴에 장사됐다(창 35:28-29). 은은한 이삭의 삶은 오늘까지 우리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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