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가정의 달, 리브가를 생각한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과정을 철저히 무시한 야곱의 어머니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이삭의 아내 리브가는 어원상 ‘노끈’ 또는 ‘암소’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녀가 노끈처럼 강직하여 결단력있고, 암소처럼 부지런하며 풍만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당시 농경사회에서 암소라는 이름(또는 별명)을 갖는 것은 여성으로서 최고의 작위요, 영예에 해당했다.

아름다운 여인 리브가는 밀가가 나홀(아브라함의 형제)에게 낳은 아들 브두엘의 딸로 아브라함의 친조카였다. 그녀는 결혼하기 전까지 메소포타미아에 있는 나홀성에서 아버지 브두엘, 오빠 라반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그녀의 집안은 나홀성의 성주였고, 큰 부자였으며, 귀족이었다. 리브가는 나홀성의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공주요, 귀족 가문의 수려한 여인으로 대접받았다.

여호와 하나님의 지시로 가나안 땅에 거주하고 있던 아브라함은 아들 이삭이 40세가 되자, 참신한 며느리를 찾기로 결정했다. 가나안 땅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방 족속들만 살고 있었기 때문에 신실한 며느리를 만날 수가 없었다. 아브라함을 이어 여호와 공동체를 이끌어 나갈 히브리인의 제2대 족장 이삭의 아내는 반드시 하나님의 딸이어야 했다. 능력과 미모와 경력도 중요하지만, 최고의 우선순위는 하나님을 경외하는 경건한 신앙이었다. 참된 믿음을 마음 속에 지닐 때, 뛰어난 능력 및 준비된 경력과 미모가 역동적으로 빛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신자가 지닌 빼어난 미모와 뛰어난 능력은 세상을 더럽히는 악의 조건이 될 수 있다. 아브라함 당시 가나안에는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들이 많이 있었지만, 이삭의 아내가 될 수 없었던 중요한 이유였다.

아브라함은 이삭의 결혼을 위해 하나님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나홀성으로 그의 종을 파견했다. 아브라함의 메시지를 지니고 떠난 종의 이름은 ‘엘리에셀’ 이었을 것이다. 그는 평생 주인 아브라함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여호와 공동체를 아름답게 일궈온 신실한 인물이었다. 힘들고 어려워도 주인과 여호와 공동체를 위해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친 신실한 청지기였다. 아브라함의 곁에는 수많은 종들이 있었지만, 늙은 종 엘리에셀을 선택해 중대한 사명을 맡긴 것은 그의 성실함과 신실함에서 비롯됐다. 이삭의 결혼이 아브라함의 가정과 여호와 공동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은 그의 종 엘리에셀을 불러 환도뼈 맹세를 시킨다. 고대 이스라엘 문화에서 환도뼈는 사람들의 생식기와 관련해 특별한 뜻이 주어져 있었다. 어떤 사람이 손을 환도뼈 옆에 넣고 맹세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엄숙한 사건임을 암시했다. 환도뼈 맹세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귀중한 생명을 잃을 수 있었다. 환도뼈 맹세를 주도한 아브라함에게 있어 제2대 족장 이삭의 아내를 얻는 것은 그만큼 중요했다.

메소포타미아 나홀성에 도착한 엘리에셀은 당시 고대 사회 전통대로 하나님의 표적을 구했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이삭의 아내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직 전능하신 여호와 하나님만 이삭의 아내를 결정할 수 있다고 믿었다. 우물가에 나온 처녀에게 음료를 요청하면, 당사자 엘리에셀 뿐만 아니라 그가 몰고 간 짐승에게도 물을 마시게 한 여인이어야 아내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여인은 하나님 주신 넓은 마음과 지혜를 충분히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삭의 아내가 될 자격이 있다고 믿었다. 하나님은 엘레에셀의 간절한 기도를 듣고 그렇게 응답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브두엘의 딸 리브가가 나홀성 우물가로 나왔고, 그녀에게서 하나님의 표적을 발견했다. 리브가는 엘리에셀이 기도한 대로 자신 뿐만 아니라, 그가 몰고 간 약대에게도 물을 먹였다. 엘리에셀은 그녀의 가족을 즉시 만나 결혼을 승낙받았고, 리브가를 데리고 이삭이 있는 가나안으로 복귀했다. 리브가는 그녀의 이름처럼 강력하고 결단력 있는 하나님의 딸이었다. 자신의 결혼에 대한 가족들의 미온적인 태도를 웅변으로 극복하고 이삭과의 결혼을 성사시킨 결단력을 보여줬다.

가나안으로 시집온 리브가는 20년동안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히브리 공동체를 이끌어 나갈 종손 집안의 며느리로서 걱정이 됐다. 여호와 하나님에게 무릎을 꿇고 날마다 기도했다. 시어머니 사라처럼 몸종을 남편의 첩으로 주는 실수는 하지 않았다. 20년이 지나자, 하나님은 드디어 그녀의 태를 열고 쌍둥이를 허락했다.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어나갈 지도자와 에돔 족속을 리드할 두 아들을 선물로 받았다. 20년 동안 인내와 기다림 속에서 흘린 눈물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한 복을 얻었다.

리브가는 들사람 같은 에서보다는 조용하고 가정적인 야곱을 더욱 사랑했다. 남편 이삭이 하나님의 약속을 버리고 야성적인 에서를 히브리인 공동체의 제2대 족장으로 삼으려 하자, 거짓말 작전을 세웠다. 염소의 고기와 털을 사용해 눈이 먼 아버지 이삭을 감쪽같이 속였다. 염소의 털을 야곱의 팔뚝에 감아서 에서인 것처럼 이삭을 속였던 것이다. 야곱이 이스라엘 공동체의 족장이 되는 것은 그들의 뜻대로 성취됐다.

아버지 이삭을 속이고, 하나님을 속인 그들의 거짓말은 평생 모자를 괴롭혔다. 리브가는 갑자기 자신의 품을 떠난 아들 야곱을 죽을 때까지 만날 수 없었고, 야곱은 외가가 있는 밧단아람에서 비참한 머슴생활을 하게 됐다. 그곳에서 외삼촌 라반과의 거짓말 경쟁은 야곱이 도주할 때까지도 끝내지 못했다. 여호와 하나님의 뜻은 인간이 거짓 작전을 세우지 않아도 반드시 이뤄짐을 몰랐다. 리브가는 목적을 위해 과정을 철저히 무시한 여인으로 오늘날까지 우리들의 가슴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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