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무늬만 성도’인 사람들의 성경적 ‘모델’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장자권을 빼앗긴 에서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하나님의 사람, 이삭은 40세의 늦은 나이에 밧단아람에 살고 있던 나홀 족속 리브가와 어렵게 만나 결혼했다. 아내가 아무런 이유 없이 20년 동안이나 아이를 낳지 못하자, 출산을 위해 날마다 기도했다. 여호와 하나님은 신실한 이스라엘의 2대 족장 이삭의 기도에 응답해 결혼 20년만에 쌍둥이 아들을 허락했다. 이삭의 부부는 장자의 이름을 ‘에서’라 지었다. 살결이 유난히 붉고(에돔), 온 몸이 털투성이(세일)여서 ‘에돔’과 ‘털투성이’의 복합어인 ‘에서(Esau)’로 작명했다.

형 에서는 조용한 성격의 동생 야곱과는 달리 성격이 매우 급하고 거칠 뿐만 아니라 생각이 얕은 인물이었다. 부모의 성품과 다르게 장자 에서는 폭력적이었다. 들판에 나가 짐승을 사냥하여 요리하는 것을 취미로 삼았던 야성적 인물이었다. 또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세속적 인물이었다. 하나님 주신 장자권을 경홀히 여겨, 팥죽 한 그릇에 팔아 넘긴 무지한 불신자였다. 에서는 청년이 돼 아버지요, 이스라엘의 선지자인 이삭을 통해 장자로서의 축복을 받으려 했다. 그러나 동생인 야곱에게 장자권과 축복의 기회를 모두 빼앗기고, 분통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하나님이 마음 속에 없어 완전히 삐뚤어진 세상 사람 에서는 40세가 되자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인들을 있는 대로 골라서 결혼했다. 여호와 하나님을 모르는 이방 여인, 헷 족속의 딸 유딧과 바스맛을 외모만 보고 아내로 취했다. 아브라함과 하갈의 아들, 이스마엘의 딸인 마할랏을 아내로 선택해 부모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도 했다. 외모가 아름다운 이방 출신 헷 족속 여인 아다와 히위 출신 오홀리마를 후처로 삼았다. 정력이 넘친 에서의 가정은 더러운 이방인의 문화가 지배했다. 여호와 하나님 및 아브라함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불신자의 가정으로 변모했다.

한편 형제간 불화로 동생 야곱이 밧단아람에 있는 외가를 향해 급히 도주했다. 들사람 에서는 세일 지역을 무대로 에돔이라는 민족 국가(에돔 공동체)를 세웠다. 선지자 이삭의 예언대로 에서는 무력과 폭력을 중심으로 인간 제국을 탄생시켰다. 폭력을 통해 세일 주위의 땅과 족속들을 정복했으며, 일인 독재체재를 확대해 나갔다. 하나님의 생각과는 관계 없는 인간들의 세속적 모임을 성취해 나갔다. 권위의 상징인 인간 바벨탑을 높게 쌓아 공포정치를 시행했다. 악한 제국의 군주로 에서를 허용하므로, 사악한 나라의 영원한 표본이 되게 했다.

에서의 후손들은 에돔 민족이 됐으며, 사해 남쪽과 아카바만의 에시온과 게벨 사이의 아라바 지역에 모여 살게 됐다. 야곱의 후손들이 세운 이스라엘과 늘 적대 관계를 가졌다. 통일 이스라엘의 2대 왕 다윗 때에 이르러 에돔 족속이 일시적으로 정복됐다. 그러나 남쪽 유다의 5대 왕 여호람 때 에돔 족속들이 반란을 일으켜,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났다. 에돔 족속들은 기회만 있으면 형제국인 이스라엘을 비겁하게 후미에서 괴롭혔고, 여호와 하나님의 사역을 방해했다.

이삭의 장남이요 야곱의 형 에서는 매우 망령된 사람이었다. ‘망령’ 이라는 단어는 ‘성전 밖’이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에서 유래한다. 그것은 ‘세속적인’ 또는 ‘누구에게나, 무엇에나 개방적인’ 이라는 뜻을 지닌다. 아무나 들어올 수 있도록 울타리나 경계가 없음을 의미한다. 헬라어 신약성경은 ‘망령’ 이라는 단어를 ‘문지방’과 연관해 기록한다. 망령된 사람은 누구나 쉽게 넘어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문지방과 같다는 것이다.

에서는 마음 속에 거룩한 것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 말과 행동은 제법 그럴 듯 했지만, 마음 속에는 세속적인 것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자신이 원하면 성경도, 하나님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하나님은 그런 망령된 에서를 지명해 교회가 본받을 수 없는 사람, 즉 허용적 작정의 대상이 되게 했다.

오늘날 교회 속에도 허용적 작정의 대상으로 보이는 소위 ‘무늬만 성도’가 다수 있다. 친교 모임이나 야외 행사는 멋지게 주도하지만, 마음 속에는 성경적인 거룩성이 전혀 없는 성도들이 허용적 작정의 대상이다. 하나님의 교회 공동체를 괴롭히고, 사역을 방해해 개인의 사욕을 채우며 권위를 높이려는 사람들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에서와 같은 망령된 성도들을 교회 밖으로 내보내라고 말한다. 망령된 자들이 교회 속에 있는 한, 하나님의 공동체가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에서와 같은 망령된 한 사람 때문에 하나님의 교회가 성장하지 못하고 골머리를 앓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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