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음모와 술수로 차지한 장자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이스라엘의 조상 야곱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이스라엘의 조상 야곱은 주전 2006년 여호와 신앙의 모델 부부인 이삭과 리브가 사이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태중에서 형 에서와 싸웠고, 세상에 장자로 먼저 나오려 쌍둥이 형의 발목을 꽉 잡고 태어났다. 야곱이라는 그의 이름은 히브리어로 ‘발꿈치를 잡다’는 뜻인데, 출생 당시 그가 보여준 기이한 모습에서 비롯됐다.

인간적으로 볼 때, 야곱은 쌍둥이 형 에서보다 나은 점이 별로 없었다. 에서는 남성적인 자신감과 용기가 출중하고, 매사를 역동적으로 해결해 나갔다. 반면 야곱은 성격이 침착하고 내성적이며 명상적인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들이 아닌, 장막 안에서 모친 리브가와 함께 보냈다. 어머니를 도와 가사일을 담당하면서, 여성처럼 조용하게 자랐다. 가정적인 소심한 태도와 여성스런 성향 때문에 리브가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어 나갈 3대 족장으로 선택됐다는 여호와의 계시를 접하고 리브가는 야곱을 더욱 아꼈다.

소극적인 성품을 지닌 야곱이지만, 마음 속에 한번 먹은 목적이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당시 고대 사회의 장자는 전 가족 또는 부족 공동체의 생사여탈권을 한 손에 쥐고 있었고, 아버지의 유산을 대부분 물려받을 수 있었다. 야곱은 형 에서가 가진 장자권을 탈취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사냥 후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돌아온 에서에게 자신이 만든 팥죽과 부족 공동체의 장자권(長子權)을 교환했다. 야곱이 장자권을 탈취했다고, 공동체의 장자로 신분이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여호와 하나님의 권한에 놓여있었다.

그는 어머니 리브가와 함께 선지자요, 아버지인 이삭에게 장자로서 받을 축복까지 모두 빼앗는 열정(?)을 보였다. 눈이 먼 아버지를 철저히 속여, 장남에게 내려질 여호와의 복을 자신이 탈취했다. 이후 형 에서의 보복이 두려웠던 야곱은 리브가의 적극적인 주선으로 하란의 외갓집으로 야반도주했다. 아들 야곱과 어머니 리브가의 만남은 그때가 마지막이 됐다. 하나님과 이삭을 속인 죄값을 치르게 됐다.

하란 땅에 살던 외삼촌 라반에게는 레아와 라헬이라는 과년한 두 딸이 있었다. 야곱은 얼굴이 예쁘고 지혜로워 보이는 둘째 딸 라헬을 몹시 사랑했다. 그녀를 얻기 위해 7년 공식 계약으로 머슴살이를 시작했다. 그러나 라반의 음모로 첫날 밤, 큰 딸 레아가 야곱의 침실에 보내졌다. 캄캄한 밤중에 결혼식을 올리고 신방을 차려 그는 아내의 얼굴을 구별할 수 없었다. 하란에서는 동생이 언니보다 먼저 결혼할 수 없다는 전통을 악용해 라반이 술수를 부렸다.

야곱은 하란의 관습에 따라 1주일간 레아와 신혼생활을 했다. 사랑하는 라헬을 두 번째 아내로 얻은 후, 또다시 7년을 어쩔 수 없이 라반의 무급 머슴으로 봉사했다. 라반의 술수에 야곱이 완전히 패배한 결과였다. 남을 속이고 도주한 야곱이 라반의 사기 행각에 걸려들었다. 야곱은 두 아내의 극성으로 그녀들의 몸종인 빌하와 실바도 첩으로 맞았다. 야곱은 하란 땅에 살면서 네 여인을 아내로 맞이해 11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디나)을 얻었다. 막내아들 베냐민은 가나안 땅에서 라헬을 통해 출산했다.

14년 지참금 계약기간이 끝나자, 사유 재산을 갖지 못한 야곱은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새경(annual salary)을 받는 유급 머슴으로 취업했다. 야곱은 라반의 가축을 자기 소유로 만들기 위해 만 6년 동안 라반을 철저히 이용했다. 그의 마음 속에 있는 탁월한 집념과 술수는 사유재산 축적 과정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라반의 재산을 합법적(?)으로 빼앗은 야곱은 그의 가족들과 함께 가나안을 향해서 야반도주했다.

야곱은 얍복강 가에서 만난 하나님의 사자와 씨름해 승리했다. 조상들에게 말했던 가나안 땅을 야곱과 후손들에게 수여할 것을 다시 한번 약속했다. 평생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풍요로운 삶도 보장받았다. 야곱은 모든 소산의 1/10을 하나님께 헌금으로 평생 바치겠다고 선언했다. 야곱은 이집트의 재상이 된 아들 요셉 덕분에 이집트로 이주해 행복한 만년을 보냈다. 주전 1859년 그의 나이 147세에 죽어 할아버지 아브라함이 마련한 가족 공동묘지인 막벨라 굴에 매장됐다.

야곱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그가 보인 삶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이스라엘의 3대 족장이 돼 민족 공동체의 실질적인 조상이 됐다. 그러나 거짓과 음모 및 술수를 삶의 모토로 삼고 살아온 그는 평생 고통과 아픔 속에서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네 아내들의 극심한 시기와 질투, 12아들들의 기싸움 및 딸 디나의 강간사건은 바르지 못한 그의 삶과 절대로 무관하지 않다.

행복한 인생을 이 땅에서 구가하려면 하나님 말씀대로 깨끗하고 진실하게 살아야 한다. 정직과 진실이 상실된 요즘, 야곱이 홀로 견뎌야 했던 고단한 인생은 우리들에게 반면교사로 다가온다. 정직이 상실된 지자체 정치 지도자들이 주전 19세기 활동한 민족 정치가 야곱이 겪은 가시밭길 인생에서 큰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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