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칼럼] 직통 계시 받았다?… 은혜와 위험 사이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배본철 교수의 성령론 Q & A (4)

▲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지난 1년간 ‘배본철 교수의 세계순회 성령사역’을 연재했던 본지는 배본철 교수(성결대)의 새 글 ‘배본철 교수의 성령론 Q & A’를 매주 화요일 연재합니다. ‘방언이란 무엇인가’ ‘예언이란 무엇인가’ ‘직통계시가 가능한가’ 등 성령론에 관한 많은 궁금증들을 질문(Q)과 대답(A) 형식으로 속시원히 풀어줄 예정입니다.

Q) 요즘 하나님으로부터 직통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 분들이 주위에 많습니다. 하나님은 성경에 기록된 계시 외에도 말세를 위한 특별 계시를 충성된 종들에게 보여주신다고 하던데, 정말 직통 계시가 오늘날에도 가능한 건가요?

A)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방법을 오해한 나머지, 잘못된 형태의 예언이라든지 새로운 계시(啓示)를 추구하는 위험한 신앙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로는 신앙적 상식에서도 벗어나고 기록된 말씀의 범주에서도 벗어난 계시 체험을 중시하게 될 경우, 여기에는 매우 큰 위험이 뒤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자칫하면 말씀보다도 개인의 주관적 체험을 더욱 신뢰하게 될 수 있고, 이것이 악용될 경우 신자의 정상적인 윤리성이나 사회성마저도 상실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신앙의 고전적인 실례는 고대교회의 몬타누스(Montanus)에게서 먼저 나타났습니다. 몬타누스는 주후 156년경 요한복음 14장에 약속된 보혜사 성령이 자기에게 임하여 특별한 계시를 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는 자기의 주장을 바탕으로 추종자들과 함께 독신생활과 금욕주의 그리고 집단적 신비주의 등을 추구하면서 극단적인 시한부(時限附) 종말론을 전하는 오류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결국 이들의 세력을 우려하던 교회는 수차례의 회의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200년경 이들을 이단으로 정죄하였습니다.

이러한 예는 우리나라에도 있었습니다. 1933년경 황국주라는 황해도 출신의 청년은 백일 간의 기도를 마친 후에 계시를 받았다고 하면서, 자기가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겉모습을 마치 예수님인양 장발로 머리를 내리고 수염을 기르고 다니면서 자기를 따르는 많은 추종자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결혼 관계 이외의 성적 관계도 전혀 죄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가는 곳마다 숙소에서 남녀가 혼숙(混宿)을 했기 때문에 큰 말썽을 빚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오히려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 행한 일이라고 합리화하였습니다. 마침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던 황국주와 그의 무리들은 ‘위험한 이단’으로 한국교회로부터 정죄 당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위험의 가능성이 역사상 특별한 인물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한 번 들어볼까요? 우리가 남을 위해 기도하다가 어떤 충동이나 메시지가 불현듯 떠오를 때, 어떤 이들은 이것이 예언 또는 계시라고 믿으면서 그 내용을 속히 당사자에게 전해야만 성령께 순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급한 마음으로 이를 말이나 행동으로 옮겨 신앙의 덕을 세우지 못하고 주위 그리스도인들 앞에 빈축을 사게 되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이런 분들은 비록 성경의 진리를 존중하긴 하지만, 자신에게 나타나는 주관적인 신비체험에 더욱 의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에게 나타난 어떤 내적 메시지나 충동을 무조건 하나님의 음성이나 예언 또는 계시라고 오해하는 경우입니다. 이 같은 경우는 안타깝게도 매우 순수한 의도로 하나님과의 영적 교제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 그럼 계시란 무엇일까요? 계시란 하나님의 전 인류의 구원과 창조의 질서에 대한 초시대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진리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말로서,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진정한 계시는 기록되어진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나타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께서 우리에게 개인적인 인도하심과 진리에 대한 가르치심을 주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내적 현상을 ‘계시’라고 표현해서는 안 되며, 또 내게 주어진 이 같은 깨달음이나 인도하심이 다른 그리스도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그러므로 계시라는 용어는 초시대적이며 범인류적 계시인 성경의 객관적 진리에 국한시켜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기도생활에서 이러한 신비로운 경험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우선 기도 중에 남을 위한 어떤 메시지가 떠올랐다면, 먼저 이를 분별해 보아야 할 것은 물론, 그 후 이를 어떤 방법으로 언제 당사자에게 전해야 할는지, 혹은 전하지 않고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릴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인도하심을 받은 후 이에 따라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내적 충동을 성령의 인도하심이라고 확신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분별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먼저 그것은 성경의 전체적인 정신에 비추어 보아서 합치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성경의 진정한 저자는 성령이시기 때문에, 같은 성령께서 서로 다른 뜻으로 나타내신다면 이는 하나님의 불변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그릇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양심적이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비양심적인 불순한 내용의 메시지가 거룩한 성령의 인도하심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성령과 동행하는 삶을 살려면, 무엇보다도 복음의 정신이 영혼 속에 충만하도록 성경의 말씀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영혼이 순수하게 주님께 헌신되어져 청결한 양심을 지닐 수 있게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이들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변화된 청결한 양심의 거울을 통하여 언제나 성령의 인도하심을 잘 분별하며 주님을 따라가는 제자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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