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모세에게는 ‘내조의 여왕’이 있었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출애굽의 지도자 모세의 아내 십보라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주전 15세기에 태어나 하나님 주신 사역을 성실하게 감당하며, 현모양처로 살다 간 모세의 아내 십보라(Zipporah)는 미디안 제사장 이드로(직명 르우엘)의 일곱 딸 중 하나다(출 18:2-4). 성경 기자는 특별히 어떤 지면을 할애해 그녀의 삶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십보라는 단지 탁월한 이스라엘의 영도자 모세를 조용히 뒤에서 내조한 현숙하고 지혜로운 여인으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을 뿐이다. 십보라는 그녀의 이름이 의미하고 있는 것처럼 ‘하나의 작은 새’와 같은 삶을 평생 살았다. 남의 일에 괜스레 간섭을 하거나 개입하지도 않았다. 동역하는 사람들에게 상큼한 기쁨과 소망을 듬뿍 안겨준, 산소 같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이집트의 왕자로 있다가 미디안 광야로 야반도주한 살인범, 모세와 만나 결혼했다. 당시 모세는 인생을 포기한, 비전이 전혀 없는 남자였다. 십보라는 영적인 깊은 눈을 가지고 있어 일곱 자매 중 유일하게 미래의 지도자 모세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건강하고 조용한 두 아들 게르솜과 엘리에셀을 슬하에 뒀다(출 2:21, 출 18:2-4). 두 아들은 평생 영도자 모세의 사역에 장애가 되지 않았다. 모세를 이어 이스라엘의 후계자가 되려는 사적 야망도 갖지 않았다. 지혜로운 여인 십보라의 신실한 가정교육에 힘 입은 것으로 보인다.

성경에서 특별하게 다룬 그녀의 삶은 아들 게르솜에게 직접 돌칼을 취해 할례를 실시한 것이다(출 4:24-26). 떨기나무 관목 숲에서 출애굽 혁명을 위한 사명을 여호와로부터 부여받고 이집트 황실로 들어가는 모세를 하나님이 갑작스레 죽이려 하셨다. 모세가 아브라함 이래 이스라엘 민족의 법으로 내려온 아들에 대한 할례를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명한 모세의 아내 십보라는 여호와의 뜻을 곧바로 깨닫고 길가에서 차돌을 취해 돌칼을 만든 다음 신속하게 아들 게르솜의 양피를 베었다. 그것을 남편 모세 앞에 던지면서 “당신은 참으로 내게 피 남편이로다”라고 외쳤다. 어린 아들의 양피를 베어 피를 흘린 다음 모세가 죄를 용서받고 자기의 남편으로 다시 살게 되었다는 신앙고백이었다(출 4:24-26). 이것은 모세의 아내 십보라가 매우 센스있고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에 절대 순종하는 신앙인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주전 1446년 아빕월 15일, 이스라엘이 출애굽한 후 숙곳이라는 지역에 도착했을 때 십보라는 두 아들을 데리고 친정이 있는 미디안으로 돌아갔다. 아마도 대장군 모세는 말이 없는 조용한 아내 십보라를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의 외교사절로 비밀리에 임명해 미디안 족속에게 보냈을 것이다. 여호와 하나님의 명령대로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미디안 지역을 관통해야 하는데, 준비된 유목민들인 그들과의 무모한 전쟁을 미리 막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십보라는 미디안 땅에 먼저 도착해 그녀의 아버지인 제사장 이드로를 통해 양 족속간 발발할 수 있는 전쟁을 막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녀는 말도 없이 조용하게 남편의 나라 이스라엘과 그녀의 조국 미디안 사이에 평화를 구축하는 중요한 다리를 놓았다.

모세가 그녀를 이스라엘의 전령으로 보낸 것은 앞서 있었던 에서 족속 아말렉과의 전투가 큰 교훈을 줬다. 평화의 사람 모세는 이스라엘 군대와 사나운 아말렉이 전쟁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당시 이스라엘 민족은 갓 출애굽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민족과 전쟁을 할 수 있는 준비가 안된 상태였다. 모세는 이민족들이 살고 있는 시내광야 등을 조용히 통과만 하면 됐다. 그러나 아말렉은 이스라엘을 공격해 전쟁을 일으켰다. 그런데 미디안 족속들도 아말렉과 비슷한 유목 민족이었고, 용맹했다. 이스라엘이 그들과 싸운다는 것은 엄청난 국력손실이었다.

출애굽한지 2개월 후쯤 모세가 이끄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시내산 근처에 있는 미디안 지역 인근에 접근했다. 그때 모세의 장인 이드로(직명 르우엘)가 십보라와 두 아들들을 데리고 이스라엘 본진을 직접 방문했다. 이드로는 모세의 인척이어서 사적인 방문의 성격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외교사절로 돌아간 십보라 사역의 직접적 실천으로서의 공적 방문이었다.

지도자 모세는 본진을 반문한 이드로에게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어떻게 인도해 내셨는지,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얼마나 큰 역사를 행하셨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출 18:1). 산소같은 여인, 십보라의 조용한 외교적 능력으로 모세와 미디안의 제사장 이드로는 양국 간 ‘불가침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나아가 공동체의 행정에 많은 경험과 탁월한 능력을 지닌 장인 이드로를 통해 이스라엘의 통치 구조를 통째로 바꾸는 혁명이 일어났다. 모세 홀로 이끄는 중앙집권적 통치의 비효율적 구조를 십부장, 오십부장, 백부장 및 천부장 등을 세워 조직적으로 통치하는 지방분권 구조로 개혁했다.

십보라는 남편 모세가 이스라엘의 수장으로서 통치하는데 평생을 조용한 반려자로 남았다. 장남 게르솜의 후손들을 단 지파를 리드하는 종교적 지도자, 즉 제사장 가문으로 만드는 데 크게 공헌했다(삿 18:30). 그녀가 죽은 후 모세는 구스 여자를 취하여 결혼했다. 요세푸스의 고사기에는 모세가 십보라가 죽은 후 에디오피아의 공주와 결혼했다고 적었다.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성향을 가지고 세상을 사는 것도 유익할 수 있다. 그러나 산소같은 여인 십보라처럼 세상을 조용하고 여유있는 태도로 남을 배려하며 살아가는 것도 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뒤에서 남을 돕고 바라보고 배려하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산소같은 인생이 오늘날에는 더욱 그리워진다. 부정한 방법을 통해서라도 리더만 되려고 애쓰는 현 세태에 조용한 십보라의 내조는 우리들에게 신선한 강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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