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월드컵 16강, 모세-아론처럼 동역의 결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이스라엘 최초의 제사장 아론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주전 15세기 이스라엘 민족을 이끈 종교 지도자, 최초의 제사장 아론은 주전 1529년경 이집트의 고센 땅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야곱의 셋째아들 레위의 3대손 아므람이었고, 모친은 레위 족속의 신실한 딸인 요게벳으로 알려져 있다. 아론이 태어날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고센 땅에서 요셉 총리의 공적을 무시하는 이집트 제18왕조(아모세 1세 설립) 2대 황제인 아멘호텝 2세(주전 1546-1526)의 강력한 식민통치를 받고 있었다.

같은 왕조 3대 황제인 투트모세 1세(주전 1526-1512)가 집권하면서 고센의 이스라엘 민족에 대한 철권통치는 더욱 강화됐다. 황제는 집권하자마자 갓 출생한 히브리 남자 아이들을 모두 나일강에 수장시키라고 명령했다. 지혜와 힘이 뛰어난 히브리 민족이 성장해 이집트를 격침시킬 것을 마음으로 우려했다. 얼마 전 이집트를 통치한 제17왕조가 셈-아시아계 혼합족인 힉소스임을 감안, 황제 투트모세 1세는 두려움에 떨었다. 혹시 이스라엘 민족이 제2의 힉소스 족속이 돼 자신들을 몰아내고 이집트를 다시 역통치할 것이 우려됐다. 그런데 아론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종교지도자로 사용되기 위해 그토록 악한 투트모세 1세의 수장 명령을 피해 태어나도록 조치됐다.

주전 15세기 이스라엘의 종교 지도자, 대제사장 아론은 ‘견식있는, 밝히다, 능력의 산’이라는 어원을 가진 히브리식(또는 이집트식)이름이다. 지도자 모세의 대변인으로, 이스라엘 최고의 종교 지도자로 밝은 지혜와 품위를 지니고 있었고, 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만나 큰 능력을 받아 최대로 발휘한 인물이 가질 수 있는 적합한 이름이었다. 아론이 출애굽 이후 시내산에서 모세를 만나 하나님 주신 사역을 시작하기 전의 사생활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출 4:28 이하). 모세가 이집트 왕자로 있을 때 아론이 그를 만났는지도 기록상 분명하지 않다. 추정이지만, 이집트 왕자로 있을 당시도 모세는 식구들을 가끔 만났을 것으로 보인다.

아론은 모세보다 언변이 뛰어난 인물로, 하나님 주신 좋은 달란트를 지니고 있었다. 매사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설명하는 능력을 겸비했다. 여호와 하나님은 그런 아론의 탁월한 능력을 지도자 모세를 위해, 나아가 이스라엘 민족을 위해 선하게 사용하도록 했다. 연령이 3살이나 많은 형이었지만 동생 모세에게 종속되도록 아론을 사용했다. 당시 이스라엘 문화는 ‘장남 우선주의’가 불변의 전통으로 굳어져 있었다. 여호와 하나님은 그런 인간의 전통마저 무너뜨리고, 하나님의 사역을 준비해 나가셨다. 전통보다 하나님의 지시나 명령이 우선시 된다는 메시지를 백성들에게 주시기 위함이었다.

하나님이 인간의 경험이나 인습 또는 전통을 무조건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통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임을 강조하셨을 뿐이다. 에서를 버리고 야곱을 선택한 것이나, 므낫세를 버리고 에브라임을 우위로 삼은 것은 여호와 하나님이 무엇을 중시하는가에 대한 성경적인 답이다.

뛰어난 재능이 있다고 하나님의 공동체를 이끌어 갈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볼 때 능력이 부족해도, 전능하신 하나님이 결정하고 부르면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우주 속에서 인간이 보유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능력은 하나님의 부르심이기 때문이다. 대학자, 대정치가, 대발명가의 능력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능가할 수는 없다. 당시 상황에서 동생 모세는 형 아론에 비해 탁월한 위치를 가질 수 있는 인물이 못 됐다. 그러나 하나님이 그를 리더로 부르셔서 최고의 능력을 지닌 지도자로 살 수 있었고, 형 아론은 조력자였다.

아론은 모세의 중요한 팔로어(Follower)로 하나님 주신 리더(Leader)를 성실히 섬기면서 여호와로부터 인정받게 됐다. 자자손손 대를 이어 여호와 종교를 이끌어 나갈 최고 종교지도자 가문으로 발탁됐다. 신실한 팔로어로 성공해야 능력있는 지도자로 살 수 있다는 성경적 교훈을 알려줬다. 출애굽기·레위기·민수기 등의 성경은 그러한 아론을 뛰어난 종교 지도자로 묘사하며, 그의 역할이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했다고 기록한다.

종교지도자 아론은 때때로 율법과 계명을 해석하는 사법권을 행사했다. 모세가 자리를 비울 때 이스라엘 백성들을 대신 이끌며 통치했다(출 24:13,14). 지도자 모세를 겸손하게 보좌하며 살아 가던 중 하나님의 영광도 직접 경험할 수 있었고(출 24:9,10, 민 16:42),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지성소를 출입하는 당대 유일한 인물이 되기도 했다(레 16:17). 권위의 상징인 여호와의 지팡이를 선물로 받아 하나님의 사역을 대행한 인물이었다. 수천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순종의 모본으로 많은 사람의 입술에 회자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론은 중요한 정책 결정의 시기에 우유부단했고, 불의와 타협하는 어리석음을 보이기도 했다. 지도자로서 져야 할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비겁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직위가 높아진 아론은 하나님의 명령으로 구스 여자와 결혼한 모세를 못마땅하게 여겨 리더의 영적 권위에 도전하는 교만도 드러냈다. 하나님이 많은 복을 수여하자, 자신의 것으로 알고 거들먹거리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전 1406년 에돔 변경에 있는 호르산에서 123세의 나이로 외롭게 세상을 떠났다.

팔로어(follower)로 성공해야 훌륭한 리더(leader)가 될 수 있다. 참모로 실패한 사람이 공동체의 지도자가 되면 불행하다. 참모와 지도자는 하나님이 정하신 것으로 알고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 신실한 열매를 공동체가 맛볼 수 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이 거둔 16강의 성과는 팔로어와 지도자의 유기적 관계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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