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최초 여(女)선지자 미리암
주전 16세기 아론과 모세의 친절한 누이요, 이스라엘 최초의 여선지자 미리암은 레위 지파 소속 아므람과 요게벳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남편은 출애굽 이후 첫번째 전투인 아말렉과의 싸움에서 모세의 왼팔로 활동한 유다 지파 소속 장로, 훌로 추정된다. 훌은 아론이 이스라엘의 종교 지도자로서 활약한 것처럼, 모세를 최측근에서 보좌한 최고 정치지도자였다. 미리암은 이스라엘 4대 족장인 요셉의 공적을 잊어버린 이집트 18왕조 제2대 황제인 아멘호텝 1세(주전 1546-1526) 치하에 태어나 악독한 투트모세 1-3세 황제들의 통치를 거쳤다. 주전 1446년 출애굽 당시 황제인 아멘호텝 2세의 철권통치까지 경험한 불운(?)의 여인이었다.
주전 1526년경 이집트 황제 투트모세 1세의 명령으로 갓 태어난 히브리 남자아이들이 나일강에 수장됐다. 미리암의 남동생도 어머니 요게벳이 만든 갈대 상자에 넣어져 출생 3개월 만에 나일강 갈대 사이로 여행(?)을 떠났다. 미리암은 어머니 요청대로 그 갈대상자가 어떻게 되나 멀리서 지켜봤다. 자신이 믿는 여호와 하나님의 구원을 확신하면서, 동생이 담긴 갈대 방주를 유심히 살폈다. 옛 조상 노아가 제작한 구원의 방주처럼 그 안에 탄 동생을 구해주도록 기도했다. 초라한 갈대상자 속에서 울고 있는 생명의 탄원 같은 비명을 들으면서, 그 비극의 현장에 전능자의 손이 강하게 나타날 것을 간구했다.
그때 이집트 황제의 딸, 하셉투스가 나일강에서 목욕을 하며 거룩한 정결 의식을 수행하고 있었다. 요게벳과 미리암은 하셉투스 공주의 목욕 시간을 지난 3개월간 자세하게 관찰했을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된 요게벳과 미리암은 갈대상자가 목욕 장소에 도착하도록 방향을 잡아 띄워 보냈다. 갈대상자는 하셉투스가 목욕하는 장소에 예상대로 정확히 도착했고, 공주는 상자 안에서 울고 있는 히브리 남자 아기를 발견했다.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던 미리암은 하셉투스에게 나아가 히브리 아이를 위해 유모(사실은 모세의 생모 요게벳)를 주선했다. 그 아이가 친동생이라는 사실, 이집트 황제의 명령을 어기고 3개월이나 몰래 집에 숨겨서 키운 사실을 알게 되면 미리암은 당장 죽을 수도 있었다. 신실한 신앙을 가진 하나님의 사람, 미리암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여호와의 이름으로 담대히 나아갔다.
40년이 지난 후 모세를 지도자로 삼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하여 홍해를 무사히 건넜고, 반대로 이집트 군대는 몰살당하게 됐다. 히브리인의 여성 지도자 미리암은 소고를 들고 춤추는 이스라엘 여인들을 진두 지휘했다. ‘너희는 여호와를 찬송하라 그는 높고 영화로우심이요 말과 그 탄 자를 바다에 던지셨음이로다(출 15:20-21)’라고 목청 높여 찬양했다. 그날 밤 경이로운 축하 행사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유월절 방향을 제시했다. 성경 기록상 최초의 여성 선지자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성경 및 기독교 역사를 읽다 보면 공동체 지도자들은 대부분 큰 일을 앞두고 최측근들을 통해 부당한 비난과 위기를 경험하곤 한다. 모세에게도 그런 비난과 위기는 빗겨나가지 못했다. 지도자에 대한 비난 사건은 이스라엘이 가나안 입성을 얼마 앞둔 시점에 발생했다.
성경은 모세의 아내 십보라가 언제 죽었는지에 대해 침묵한다. 십보라가 죽은 이후 모세는 어느 시점에 구스 여자를 두번째 아내로 취했다. 공동체의 실세로 있던 형 아론과 누이 미리암이 모세의 재혼을 이슈로 삼아 크게 분노하며, 지도자를 비난했다. 중요한 직분을 가졌거나 교회에 영향력있는 사람들이 교만해져서 탈선하는 것처럼, 미리암도 영적 자만에 빠져 하나님의 사역권에서 벗어나게 됐다. ‘여호와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지 아니 하셨느냐’ 라고 외치면서, 자기들에게도 모세의 영권(靈權)과 동일한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리암은 모세의 두번째 아내, 구스 여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구스 여인의 거무스름한 피부색이 미리암에게 분노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미리암이 피부색을 문제삼아 모세를 그토록 험악하게 공격했을 리는 없다. 아마도 구스 여인이 히브리인 공동체의 안방마님으로서 권위를 가지고 영향력을 끼친 데 대한 반발이었을 것이다. 구스 여인은 첫번째 아내 십보라와는 다르게 모세의 사역에 직접 개입해서 안방마님 역할을 감당했다. 미리암이 지닌 권한의 폭이 예전보다 크게 축소됐다.
공동체 내의 권력축소 및 영향력 상실에 대한 불만이 급기야 지도자 모세의 재혼을 정면으로 비난하게 만들었다. 조용한 내조의 여왕, 십보라가 살아있을 때는 히브리 공동체 내 여성에 관한 모든 권한이 미리암에게 있었다. 구스 여인이 안방마님으로 들어오면서 미리암이 갖던 특권과 권위가 그녀에게로 전격 이동됐다. 아직 준비가 덜된 사람이 높은 위치를 갖게 되자 교만해졌고, 영안이 어두워지게 됐다. 주전 16세기에 미리암은 인간 바벨탑을 쌓게 됐던 것이다.
미리암은 주전 16세기 당시 불치병으로 알려진 문둥병에 걸렸다. 모세의 기도를 통해 문둥병은 치료됐지만, 7일간 진 밖에서 비참한 생활을 해야 됐다. 영적 교만 때문에 히브리 백성들에게 지도자로서 얼굴을 들 수 없는 부끄러움을 당하게 됐다(민 12:1-16). 때가 되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데스에 머물고 있을 때에 사막에서 조용히 죽게 됐다(민 20:1).
돈과 지위로 공동체에 영향력을 끼치게 되면서 영적인 눈이 어두워진 교만한 사람을 우리는 가끔 만난다.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보다 자신을 더욱 신뢰하며, 자신을 공동체의 정점에 두곤 한다. 미리암처럼 영적으로 교만해진 사람에게는 문둥병같은 징계와 멸망만이 남아있다. 차라리 돈과 권력이 없었으면 좋을 뻔했다고 느껴지는 교만한 사람들이 오늘도 공동체 속에 존재한다. 21세기 불행한 미리암이 되어 고통의 삶을 살기 전에 회개하고 낮아져야 한다. 아무리 유능해도 인간은 하늘 아래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