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탐대실의 실패자 아간
구약성경 여호수아 7장에 등장한 주전 15세기의 인물 ‘아간’은 ‘흔들다, 곤란하다, 근심하다’ 등의 뜻을 지닌 히브리어 ‘아카르(대상 2:7)’에서 유래됐다. 성경은 그를 여호와를 믿는 신앙인으로서 반드시 보유해야 할 영적 주관이 없고, 상황과 환경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린 사람, 수많은 동역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실패자로 규정한다.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한 번뿐인 인생에서 실패하고 돌아간, 매우 덜 떨어진 한 인간으로 그를 평가하고 있다.
아간은 이스라엘 민족의 12지파 중에서 가장 중심에 있는 유대지파에 속한 명문 세라 족속의 한 사람이었다. 주전 930년부터 586년까지 남쪽 이스라엘을 통치하고, 메시아 예수를 탄생시킬 최고 지파 소속의 중요한 인재요, 인물이었다. 아마 아간은 여호수아 대장군 당시 유대 지파를 진두에서 지휘하고 있었던 정치적 지도자로서 ‘장로’라는 직분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유다 지파 백성들을 하나님 말씀대로 이끌어 가야 할 책임 있는 지도자의 위치에 있었다.
유다 지파 공동체의 지도자로 권위를 가진 아간은 바로 옆에 타락의 시궁창이 있음을 기억해야 했다. 특히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의 최고 지파를 통치하던 공적인 지도자로 아간은 공과 사를 분명히 구별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중간 지도자 아간은 그에게 주어진 공적 책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표자가 무너지면 그와 연관된 모든 사람들도 동일하게 고통을 당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갖지 못했다.
주전 1405년 이스라엘 군대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벌인 최초의 전쟁, 여리고성 정벌이 시작됐다. 가나안 땅에서의 첫번째 전쟁인 만큼 그곳에서 얻은 모든 전리품은 사람들이 하나도 갖지 말고, 하나님의 창고에 들이도록 전달됐다. 그런데 당시 유다 지파를 다스리던 중간 지도자 아간이 하나님의 명령을 무시한 채 범죄하고 말았다. 여리고성 정벌 도중 자신의 마음에 든 물건 몇 개를 훔쳐 사유화했다. 시날산의 아름다운 외투 한 벌, 은 200세겔과 50세겔 나가는 금덩이 하나를 몰래 훔쳐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 장소에 감춘 것이다.
그는 여호와 하나님이 그런 악한 행동을 전혀 보지 못할 것으로 알았다. 여호와를 전능하신 하나님으로 알지 못하고, 자신 수준에 놓여 있는 사람 쯤으로 생각했다. 외적으로 볼때 아간은 출애굽 2세대에 속한 신세대 인물로, 장래가 매우 촉망되는 지도자였다. 그러나 그의 내부는 아직도 출애굽 1세대와 전혀 다름없는 미숙한 구시대 인물이었다. 최고 지도자 모세와 여호수아의 가르침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의대로 행동한 고집 센 인간이었다.
어리석은 중간 지도자 아간의 고집과 무지는 자신은 물론 이스라엘 공동체에 엄청난 해악을 끼쳤다. 한 지도자의 실수로 인해 이스라엘 민족 군대는 아이성 전투에서 예상치 않은 패배를 당했다. 아이성 전투에 임한 이스라엘 정예부대 3천명이 스바림까지 급하게 쫓겨서 도주했고, 36명이나 살해당하는 우스운 꼴을 당하게 됐다. 두번째 공격 지점 아이성은 규모 면에서 여리고성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았다. 인간적으로 볼 때도 창피할 정도의 대패를 당한 것이다. 아간이 하나님을 무시하고 자기 욕심을 채우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아간의 범죄가 잘 나가고 있던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를 하루 아침에 고통으로 빠뜨렸다.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는 사기를 잃고, 불안에 떨게 됐다.
아간과 더불어 무죄한 그의 가족 및 친지들까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처형을 당했다. 분노한 이스라엘 회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을 돌로 쳐 죽여 화형시키고 말았다. 그가 소유하고 있던 모든 재산도 아골 골짜기 화형 장소에서 모두 태워져 한 줌의 재로 변했다. 세라, 삽디, 갈미, 아간으로 이어져 내려오던 유다 지파 명문 가문도 그들의 화형과 함께 문을 닫았다. 아간의 후손들은 이스라엘 역사 속에 더 이상 존재할 수 없게 됐다. 여호수아 통치 당시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당할 수 있는 가장 혹독한 처벌이었다. 아골 골짜기라는 불명예스러운 지명도 소탐대실(小貪大失)한 아간 때문에 생겨나, 이스라엘의 지도에 공식 표기됐다. 성경을 읽는 모든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중간 지도자 아간, 한 때는 명품 인간이었던 그를 악독한 반역자로 기억하게 됐다.
새로운 민족 국가를 건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아간의 사건은 이스라엘 민족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시각적으로 분명히 알려줬다. 가나안을 정복해 우주적인 국가를 세우는 것은 사람의 힘이 아니라 오직 여호와 하나님의 능력임을 선포했다. 전쟁하는 대장군도 여호와요, 전쟁을 승리로 이끄시는 분도 여호와 하나님임을 만방에 알렸다.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순종하며 나갈 때, 매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강력하게 선언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 교회도 주전 15세기에 일어난 아간의 사건이 큰 교훈을 준다. 문화와 정치 및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수많은 교회들은 하나님의 말씀보다 인간의 지혜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 인간적인 지식과 경험을 통해서도 매사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듯 하다. 그러나 우주를 창조하시고 섭리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을 벗어나서는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
문화도, 경제도 하나님 말씀 아래에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만이 온 우주에 있는 인류의 바른 이정표가 된다는 것을 현대인들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