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칼럼] 북한인권법에 대하여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이 글은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인 서경석 목사의 홈페이지(http://suhkyungsuk.pe.kr/)에 게재된 글입니다. -편집자 주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오늘은 북한인권법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7월 2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국회인권포럼과 북한인권단체연합회 공동주최로 북한인권법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세미나를 통해 왜 한국에서 북한인권법이 아직도 제정되고 있지 않는가를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몇 년전에 북한인권법을 제정했지만 한국에서는 이 법이 통일외교통상위원회까지는 통과했지만 야당이 동의하지 않아 계속 국회법사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안상수 대표도 한기총 이광선 대표회장과의 면담에서 민주당의 반대 때문에 법제정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세미나에서의 토론자들의 주장은 달랐습니다. 한나라당이 법 제정에 대한 의지가 약한 것이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이 웰빙정당이다 보니 소신이 없어 거대여당이면서도 야당에게 끌려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인권단체들은 앞으로 야당에게 압력을 가할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에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북한인권법을 지지하지 않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지역구에서 낙선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압력을 통해 국회의원 과반수의 서명을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장은 명분 때문에도 이 법안을 직권상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인권단체들은 한나라당에 대한 압박을 위해 <북한인권법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북한인권단체들은 두 가지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첫째는 지금의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중요한 내용이 다 빠진, 불만이 많은 법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태로 통과되는 것에 동의하겠다는 것입니다. 미흡하더라도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었다는 상징성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북한인권법이 북한 붕괴를 위한 법이 아니라 북한이 개방사회의 일원으로 연착륙하기 위해 필요한 법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점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붕괴를 꾀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북한 붕괴를 꾀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간의 신뢰를 구축해야 하는데 체제붕괴를 획책하면서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는 이법을 통해 북한이 조금이라도 인권개선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인권을 개선하면 북한의 연착륙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그렇지 않고 계속 경직된 체제로 가면 북한은 나중에 루마니아에서 차우세스크가 처형당한 것과 같은 상황으로 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북한인권법 제정의 목적이 북한 붕괴가 아닌 점진적인 인권개선이라면 야당도 이를 적극적으로 반대할 수 없게 되고 북한도 강력하게 반발할 명분이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인권법을 통해 북한인권단체들이 재정지원을 받을 때 북한에 풍선보내기처럼 북한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활동에는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는 것입니다. 풍선보내는 활동은 민간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이루어져야 정부도 부담을 덜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북한인권문제는 우파들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되고 左와 右의 공동관심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법이 만들어지면 적어도 예산의 삼분지 일은 진보단체에 배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 후에는 야당이 합의하지 않더라도 이 법안을 본 회의에 직권상정하여 반드시 표결처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북한인권단체연합회의 전략이 주효해서 이 법안이 꼭 국회를 통과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이 승리하였으니 차제에 한나라당이 배짱있게 나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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