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가나안 정복전쟁의 2인자 갈렙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주전 1406년 이래 가나안 정복 전쟁의 2인자는 ‘짖다’를 의미하는 히브리 단어 ‘칼라브’에서 유래한 ‘짖는 자’ 또는 ‘개’ 라는 뜻을 지닌 갈렙(Caleb)이다. 성경에 따르면 그는 이스라엘 12지파 중 최고 유력한 유다 지파 소속, 무명씨 여분네의 아들이다(민 13:6, 34:19).

주전 15세기 고대 사회에서 ‘개’라는 단어는 거의 대부분 이방인을 일컫는 별칭이었음을 감안할 때, 갈렙은 아마도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방인 신분에서 출애굽 과정 중 유다 지파에 편입된 것으로 보인다. 학자들은 갈렙이 겐 족속 그나스 가계 출신에서 유다 지파로 귀화한 인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평생 양반 집안의 충성스러운 개처럼 하나님과 지도자들에게 복종한 것을 갈렙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다.

출애굽 2년 후인 주전 1444년, 모세는 하나님의 명을 좇아 앞으로 정복할 가나안 땅을 탐지하기 위해 바란 광야에서 이스라엘 종족의 각 지파 족장 1명씩을 파송했다. 그 때 유다 지파를 대표해서 정탐 갔던 사람이 여분네의 아들 갈렙이다(민 13:1).

대원들은 40일 동안 가나안 땅을 탐지하고 돌아와 그 결과를 모세와 아론, 그리고 이스라엘 회중들에게 보고했다. 10지파의 족장들은 가나안에서 손수 채취해 가져온 실과를 실물로 보이면서 그 땅 거민들이 너무나 강하고, 성읍이 견고하며 매우 크기 때문에 이스라엘 민족의 능력으로는 정복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밤새도록 울면서 모세와 지도자들을 원망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가나안을 향한 이스라엘 공동체에 적신호가 켜졌다.

갈렙(에브라임 지파 대표 여호수아 포함)은 여호와의 말씀을 온전히 순종하여(민 32:12, 수 14:6) 모세 앞에서 백성을 안심시키고, 하나님의 권능을 믿고 담대히 나아가면 그 땅을 정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갈렙과 여호수아는 입은 옷을 찢고 회중 앞에 나아가 “여호와 하나님께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니,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지 말고, 그 땅에 살고 있는 백성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은 우리의 밥이다. 그들의 보호자는 그들에게서 떠났다. 여호와는 우리와 함께 하신다”고 용기있게 역설했다.

이미 완악해진 이스라엘 회중들은 신앙 있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돌로 갈렙을 치려 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하나님이 모세에게, “백성이 나를 멸시하니 내가 전염병으로 그들을 멸하겠다”고 말씀했다. 지도자 모세가 간절히 기도하자, 하나님께서 범죄한 백성을 치는 것을 연기했다. 하지만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에게 약속했던 가나안 땅에는 들여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여호수아와 갈렙은 하나님을 온전히 좇았으므로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20세 이상 된 출애굽 1세대들은 바란 광야에서 40년(그 땅을 탐지한 날수 40일의 하루를 1년으로 환산)간 방황하다 모두 죽게 됐다(민 14장). 갈렙과 여호수아는 생존하여 출애굽 2세대들을 이끌고 약속의 땅에 들어가 모세가 명한대로 자기의 기업을 차지했다(민 34:19). 갈렙은 자신의 분깃으로 험악한 헤브론 땅(기럇 아르바)을 받았다(수 14, 15:13). 그가 믿음으로 정복한 헤브론은 이후 레위 족속의 성읍이 됐으며, 주변 땅과 작은 성읍은 갈렙의 후손이 차지했다(수 21:11). 갈렙은 헤브론 성에서 아낙의 소생 세 아들을 쫓아내고, 드빌(기럇 세벨) 지역을 취했다. 갈렙은 85세의 고령에도 사나운 아낙 자손을 무찌르고 하나님 주신 땅을 차지한 뚝심 있는 인물이요, 신앙의 사람이었다. 그는 그때 동역해서 공을 세운 웃니엘에게 자기 딸 악사를 아내로 주기도 했다(수 15:1417, 삿 1:1215).

갈렙은 주전 1406년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 정복을 시작한 이래, 대장군 여호수아가 죽은 주전 1390년경까지 제2인자로 최고 지도자를 옆에서 신실하게 보좌했다. 세운 공적 면에서 대장군 여호수아와 별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2인자의 자리를 성실하게 지켰다. 이스라엘의 대장군 여호수아가 죽은 이후에는 이스라엘의 과도 정부를 성실하게 이끌며 안정된 통치를 이뤘다. 자신의 사위인 옷니엘 장군에게 이스라엘 정권을 넘기고, 조용히 세상을 떠나게 됐다.

갈렙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보지 않고 하나님 주신 비전의 눈, 신앙의 눈으로 내일의 승리를 바라봤다. 그에게는 믿음의 눈, 하나님의 영적인 눈이 있었다. 그것이 험난한 갈렙의 인생을 행복한 승리로 이끌었다. 현재의 어려움 때문에 자살하고 좌절하는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갈렙의 승리는 거울이 된다.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말씀 안에서 꿈을 꾸고 있으면, 좋은 때에 하나님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이루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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