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국교회법연구원 김영훈 원장
대법원은 지난 4월 22일 강의석 씨가 모교인 대광학원과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학내 종교자유와 관련해 교계 안팎에 많은 주목을 받았던 당시 판결에 대해, 한국교회법연구원 원장 김영훈 장로가 법리적 비평을 담은 기고문을 최근 본지에 보내왔다. 다소 시일이 흐른 사건이지만, 사안의 중요성과 관심도를 감안에 이를 전재한다. -편집자 주
Ⅰ. 대법원 2008다38288 손해배상 판결의 개요
대법원은 원고 강00군이 피고 학교법인(대광학원)과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종교교육 강요와 징계처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사건(59,000,100원)에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과는 달리 대광학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함으로써, “피고 서울특별시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원심판결 중 피고 학교법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는 판결선고를 하였다(2010. 4.22).
Ⅱ. 대법원 판결의 주요한 법리적 오류
이 판결은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대광학원의 종교교육의 자유와 교육의 자주성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다음과 같은 주요한 법리적 오류가 있다.
1. 이 판결은 자유권적 기본권의 본질적 성격과 동 기본권의 대사인적 적용에 관한 해석에 있어서 법리상의 오류가 있다.
헌법상의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국민의 대국가적(對國家的) 방어권이며 또한 객관적 가치질서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할지라도 기본권의 대사인적(對私人的) 적용은 예외적인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간접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다. 대법원은 간접적용설을 언급하면서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을 사법관계에 직접적용하는 결과를 야기함으로써, 공·사법의 이원적 체계의 분화를 혼란시키고 사법관계에 있어서 계약의 자유 내지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배되는 부적법한 판결을 하였다.
2. 위 판결은 대광학원과 학생간의 기본권 상충과 그 위법성 판단에 있어서 헌법 해석상의 오류가 있다.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와 그 종교교육을 거부하는 일부 학생의 소극적 종교의 자유 사이에 야기된 갈등원인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교육정책에 기인한 것이므로 그 책임은 국가에 있으며 종립학교에 있지 아니하다. 대법원은 당사자 간의 기본권 상충의 경우 통설적 견해인 헌법의 규범조화적 해석방법을 취하여 공정한 입장에서 상충하는 기본권 주체간의 긴장과 부조화현상을 최대한으로 완화시켜 조화적인 효력을 나타내는 판결을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의적 해석방법을 취함으로써, 일방적으로 대광학원의 종교의 자유와 사학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제한 내지 침해하는 부적법한 판결을 하였다.
3. 위 판결은 법률에 의한 재판이 아니라 법규성이 없는 행정규칙에 의한 재판의 소산으로서 법치주의의 원리에 위배된다.
대법원은 종교교육의 위법여부에 관한 판단에서 구체적인 법령에 근거하지 아니하고 법규성이 없는 행정규칙의 일종인 교육부 고시를 근거로 하여 “대광학원의 종교교육이 원고의 종교에 대한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를 하였다”고 판시함으로써, 법적 쟁송의 한계인 구체적 사건성, 소의 이익, 사건의 성숙성 등에 관하여 법 외적인 요소를 기준으로 자의적인 심리·판단을 하는 부적법한 판결을 하였다.
4. 위 판결은 종교교육에 관련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일반불법행위의 법률요건 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한 판단에 중대한 법리상의 오류가 있다.
민법 제750조의 일반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은 첫째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행위, 둘째 위법한 행위, 셋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였을 것, 넷째 가해자에게 책임능력 있을 것 등이다.
(1) 대광학원의 종교교육 행위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행위가 아니다.
대광학원은 위법행위라는 결과의 발생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인용하는 행위 즉 고의로 인한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또한 법률상 요구되는 주의를 게을리한 것 즉 과실로 인한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대법원이 대광학원의 적법·타당한 종교교육 행위를 고의 또는 과실 있는 행위라고 판단한 것은 부적법하다.
(2) 대광학원의 종교교육 행위는 헌법(종교의 자유, 사학의 자유), 교육기본법 (교육의 자주성), 학교법인의 정관(기독교정신에 입각한 교육의 실시)에 입각한 적법하고 타당한 행위였다. 대광학원의 종교교육이 법규성이 없는 행정규칙의 일종인 교육부 고시와 상치 되는 부분이 있을지는 몰라도 법령에 위반되는 위법행위는 아니다. 대법원은 법 규정이 없는 교육부 고시를 근거로 하여 대광학원의 종교교육 행위의 위법성을 도출함으로써 법리상의 오류가 있는 판결을 하였다.
(3) 대광학원의 종교교육 행위로 인하여 원고에게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으며, 대광학원의 종교교육 행위와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한다. 대법원은 피고 학교법인이 실시한 종교행사와 종교교육과목 수업과 관련하여 대광학원이 “원고의 종교에 관한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다고 판시하였는데, “종교에 관한 인격적 법익”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그러한 법익을 도출할 수 있는 법적근거는 무엇인지에 관하여 명시하지 아니하고 추상적인 선언을 하였다.
따라서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구체적 사건성을 결여한 추상적 규범심사를 함으로써 사법본질상(司法本質上)의 한계를 벗어나는 판결을 하였다.
5. 위 판결은 징계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일반불법행위의 성립요건에 대한 판단에 법리상의 오류가 있다.
대법원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징계사유만으로는 학칙에 정하는 퇴학처분 사유에는 해당되지 아니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뿐 아니라”, “원고에 대한 징계로 퇴학처분을 선택한 것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의 징계권 남용에 해당”하므로 학생에 대한 징계처분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요건을 구성한다는 내용의 부적법한 판결을 하였다.
(1) 대광학원의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은 초등교육법, 교육기본법, 대광고등학교 학칙, 동교 학생선도규정에 의거하여 행하여진 적법·타당한 처분이다. 초중등교육법 제18조(학생의 징계) ①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 대광고등학교 학칙 제32조 제1항 ”학교장이 교육상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 는 학생에게 징계를 가할 수 있다”. 대광고등학교 학생선도규정 제3조 제1항 ”학생들의 징계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학생선도위원회를 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원고는 당시 학생으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학교의 학칙 위반뿐만 아니라 교육기본법 제12조 제3항을 위반한 징계대상자의 신분이었다. 교육기본법 제12조(학습자) 제3항은 “학생은 학습자로서의 윤리의식을 확립하고, 학교의 규칙을 준수하여야 하며, 교원의 교육·연구활동을 방해하거나 학내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대광학원의 당해 학생에 대한 징계는 정당한 재량권의 행사이며, 징계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국공립학교에서 학생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징계권자의 재량사항이라는 것이 학설과 판례의 입장이다.
(4) 비록 이 사건 퇴학처분이 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여 위법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할지라도 피고 학교법인에게 징계의 양정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실은 없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가 징계의 경중에 관한 법령의 해석을 잘못한 것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실이 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대법원 1977. 9. 9. 선고 97다 2007 판결)는 판례를 들 수 있다.
6. 사적 견해를 피력한다면, 이 판결은 법외적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은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의 소산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개신교가 과거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많이 한 것과는 달리 오늘날에는 우리 사회에 부정적으로 보이고 있는 현상이 이 판결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예수님의 겸손하고 진실된 삶을 배우고 따르려는 기독교인과 교회가 그 정체성을 확립하고 하나님과 사회로부터 신뢰 받을 수 있는 진실된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필자 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건국대학교 대학원 졸업(법학박사).
숭실대학교 법과대학장·대학원장 역임, 현재 용산교회 원로장로. 한국공법학고문(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