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에훗 당시 ‘왼손잡이’의 의미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약점을 믿음으로 극복한 사사 에훗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주전 14세기경 고대 이스라엘은 모압, 암몬 및 아말렉의 삼국 연합통치를 받고 있었다. 모압 족속은 당시 사해 동편 아르논강과 세렛강 사이에 거주했고, 암몬은 모압 북동쪽에 부족국가를 세우고 있었으며, 아말렉은 유다의 남부 네겝 지역에 살고 있던 에서의 후예들이었다. 모압을 중심으로 이방 삼국은 하나로 연합해 영적으로 타락한 이스라엘 국가를 침공, 압제하므로 큰 고통을 주고 있었다. 여호와 하나님이 모압을 중심으로 한 이방 삼국을 몽둥이로 사용해서 이스라엘에게 거친 징계를 했다. 하나님을 믿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여호와를 버리고 우상을 숭배하는 등 배교 행위를 했기 때문에 강력한 징계를 시작한 것이다.

하나님은 어리석은 한 민족을 많은 족속 중에 선택해서 은혜를 주시므로 자신의 백성으로 삼으셨다.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호와 하나님의 은혜로운 선택을 받아 우주와 세계를 이끌어 나갈 책임있는 지도자 국가가 됐다. 그러나 그들은 초심을 잃고 자신들을 선택하신 여호와의 명령을 저버려 자의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그런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를 직접 간섭하여 권고하며, 소규모의 징계를 통해 신앙의 회복을 요청했다. 목이 곧아 버린 이스라엘 민족들은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열지 않았다.

하나님은 그런 이스라엘을 모압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에 팔기로 작정했다. 이스라엘의 처참한 고통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그들은 하나님께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간구했다. 하나님은 마음으로 회개한 이스라엘 민족을 긍휼히 여겨 이방의 압제에서 구하기로 결정했다. 불쌍한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할 지도자를 물색하던 중 하나님은 베냐민 지파에 속한 에훗을 발견하고 그를 부르셨다.

모압 연합군으로부터 민족을 구원할 지도자로 선발된 에훗은 야곱의 12번째 아들인 베냐민의 증손자요(대상 8:3-6), 게라의 아들(삿 3:15)로 이 땅에 태어났다. 그가 속한 베냐민 지파는 이스라엘의 12개 지파 중 가장 연약한 지파 공동체로 알려져 있다. 에훗은 출생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속하기를 지향하는 유다 지파 같은 명문 가문의 출신이 아니었다. 고대 이스라엘 사회가 유다, 에브라임 또는 레위 지파 같은 정치 및 종교의 명문가 중심으로 유지, 운영되고 있었음을 감안할 때 에훗의 미래는 어두웠다.

더군다나 그는 왼손잡이로서 신체적 장애도 지니고 있었다. 모든 것이 오른손 중심으로 편재된 고대 사회 속에서 그가 왼손잡이였다는 것은 민족 공동체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지도자로서 좋은 조건은 못 됐다. 왼손잡이 에훗이라고 성경이 강조하는 것을 볼 때, 그는 오른손에 장애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왼손잡이라는 말은 오른손이 제약을 받는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인식하는 오른손은 신체의 모든 것, 또는 사역의 모든 것으로 인식됐다. 외모로 볼 때 에훗은 무능하기 그지 없는 촌 사람이요, 장애인에 불과했다.

사람들이 볼 때 지도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외모를 지닌 에훗을 국가적 대사를 지휘할 지도자로 부르신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에서 기인됐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눈에 비친 에훗은 민족을 구할 수 있는 참신한 영적 리더십을 소유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이방 세력들이 선민 공동체를 압제하고 있는 모습에 강력한 의분을 품은 사람이었다. 자신이 속한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방 족속의 철권통치 하에서 신음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의협심이 일어났다. 이웃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그의 마음 속에 가득했다.

에훗은 하나님이 세운 민족 공동체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명예, 지위, 목숨까지도 버릴 각오가 돼 있었다. 하나님은 개인 보다는 공동체를 중심으로 사역하신다는 신학적 원리를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하나님의 영적 도구로 사용되기에 적절한 인격이요, 자질이었다.

에훗은 이스라엘의 제2대 사사가 돼 80년 동안 선정을 베풀었다. 백성들은 태평성대를 누렸으며, 그가 통치하고 있는 동안 여호와 종교가 민족 중에 다시 높아지는 역사가 일어났다. 국정의 매사가 여호와 중심으로 편재됐고, 사라진 성경적 제사가 모두 회복됐다. 백성들의 삶의 윤리와 도덕이 성경대로 되살아났고, 영적인 삶의 질이 높아졌다. 매사에 세속적이었던 백성들이 기도와 말씀으로 삶을 영위하는 기적이 발생했다. 오늘날의 말로 바꾸면, 그 동안 침체됐던 하나님의 교회가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교회의 발전과 더불어 정치, 경제 및 사회발전이 정상을 찾았다. 연약하게 보였던 왼손잡이 에훗의 영적인 부드러운 리더십 그러나 매우 능력있는 리더십이 사회와 국가와 민족을 살리는 역할을 했다.

말씀 중심의 사람, 기도하는 사람이 지도자가 됐을 때 그 공동체는 활기와 함께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사람 중심, 외모 중심으로 운영되는 신앙 공동체가 단기간 발전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인간이 중심 된 세상의 모든 공동체는 역사적으로 장시간 동안 건재했던 적도 없고, 앞으로도 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눈부시게 첨단화되고 있는 현대사회 속에서도 하나님 말씀 중심의 리더십이 건강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첩경이 된다. 지도자의 외모가 보잘 것 없어도, 하나님 말씀을 사랑하여 그것만을 삶과 공동체 운영의 지침으로 삼고 나가면, 개인과 공동체는 새로운 혁신을 이룰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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