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와 빛으로 빚어낸 영적 공간

이지희 기자  jhlee@chtoday.co.kr   |  

새성전 건축을 위한 특별기획 세계의교회(1)… 프랑스 롱샹의 노트르담 듀오 교회(1955)

글 박항섭 새문안교회 집사(경원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노트르담 듀오 교회, 일명 롱샹교회는 프랑스 동부의 작은 시골마을인 롱샹에 소재하고 있으며 전쟁으로 파괴되어 버린 옛 교회당 자리에 순례자들을 위해 지어졌다. 교회는 사방으로 멀리 아름다운 시골 풍경들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다. 로마시대부터 전략적 방어요충지였던 이 언덕은 성모 마리아를 위한 성당이 봉헌된 지난 4세기 이래로 순례지였으며 13세기에 다시 교회가 지어졌고, 그곳에서 일어난 많은 기적의 소문이 지난 7세기 동안 수많은 순례자들을 방문하게 하였다. 이 교회는 1913년에 번개로 파괴되어 신고딕 양식의 건물로 지어졌다가 1944년 가을 독일의 공격으로 파괴되었다. 그 후 새로운 교회를 위한 설계를 1950년에 르 꼬르뷔지(1887~1965)에게 의뢰했다.

롱샹교회의 설계자인 르 꼬르뷔지에는 20세기 전반에 걸쳐 활동한 프랑스 건축가로서, 시대를 앞서나가는 선구자로서 그의 건축적 사상은 그를 20세기 최고의 거장으로 추앙 받게 하였다.

그는 사방으로 펼쳐지는 언덕 위의 경관에 매혹되었고 이러한 부지의 특성은 그의 디자인에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영향을 미쳤으며 ‘순례의 행렬’은 건축 공간 디자인 개념의 기초가 되었다.

롱샹교회는 영성이 깊은 건물이고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힘에 의해 내부공간에 발을 들여 놓으면 감동으로 전율하며 어떤 식으로든 기도할 수 밖에 없는 영적 장소이다.

조개껍질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지붕은 곡면으로 길게 들어 올려진 처마로 인해 대단히 육중한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평면상으로도 곡선인 벽은 위로 오르면서 안으로 경사지고 지붕을 따라 상승한다. 따라서 지붕과 벽은 서로 하나로 통합된다. 벽의 두께와 경사는 상승하는 육중한 지붕의 무게감에 대해 안정감을 주기 위한 것이며, 그리고 지붕과 벽의 곡면은 언덕이라는 지형적 특성에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롱샹교회는 하나의 사다리꼴 사각형을 기본으로 하여 이를 곡선화하고 기능과 형태에 따라 적절히 부가되고 분절되면서 비대칭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지가 솟아 오른듯한 벽은 곡면을 이루며, 깊은 처마를 가진 지붕과 그 지붕을 받치는 두껍고 경사지고 곡면을 이룬 벽체, 그리고 수직의 탑의 요소로 구성된다.

이 교회에 특별히 디자인된 또 하나의 공간은 외부에 있다. 이 공간은 매년 2번씩 축제일에 모이는 수천 명의 순례자들을 위해 예배당 동 측에 넓은 잔디밭으로 이루어진 야외예배 공간이다. 야외예배를 위한 성소는 동 측으로 길게 내뻗은 예배당 지붕의 처마 밑에 내부 성소의 외벽을 배경으로 설치되었다.

거칠게 마감한 두껍고 흰 콘크리트벽은 야외예배를 위한 공간이고 조개껍질처럼 덮인 커다란 지붕은 찬송과 기도, 설교의 공명판 구실을 한다.

르 꼬르뷔지에는 롱샹교회를 ‘시각적 음향학’이라고 자평했다. 수평으로 두둥실 떠 있는 듯한 지붕들, 기둥처럼 수직으로 솟아오른 부분들, 평평하게 흐르다가 때론 휘어져서 돌아가는 벽면의 흐름은 리듬이 충만한 음악을 눈앞에서 들려주는 듯하다. 간간히 점을 찍은 듯 뚫어진 창들이 가벼운 추임새를 넣고 있다. 마음을 편안히 하고 지긋이 바라보고 있으면 아름다운 교향곡이 들린다.


내부공간은 면을 이루어 볼륨감을 가진데다 거친 표면으로 인하여 더욱 육중해 보이는 어두운 천장과 거칠은 텍스츄어로 마감된 두꺼운 벽, 그리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예배홀은 마치 로마시대의 카타콤을 연상시키는 동굴처럼 느껴지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배홀은 빛으로 충만한 공간이다. 천장을 벽에서 살짝 띄워 벽을 따라 길게 난 수평의 틈을 통해 빛을 유입시킴으로써 육중한 천장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또 두꺼운 남측 벽에 자유롭게 뚫린 다양한 크기와 깊이, 여러 가지 색깔로 채색된 수많은 창호로부터 연출되는 환상적인 빛이 공간을 영적으로 인식하게 하며 마음 속에 각인되게 한다.

예배홀을 공간적으로 더욱 풍부하게 해 주는 크고 작은 3개의 기도실은 높이 솟아있는 수직의 공간으로, 상부로부터 쏟아져 들어온 빛이 거칠게 마감된 곡면의 흰 벽을 타고 내려옴으로써 기도실을 신비한 공간으로 만들고 저절로 무릎 꿇고 기도하게 한다.

롱샹교회의 건설은 3년의 격렬한 반대 끝에 1953년 가을에 시작되었다. 그러나 지어지기도 전에 교회의 차고, 핵 대피호 또는 콘크리트 덩어리라고 모욕적인 비난이 있었으나 근대주의의 엄격한 형태에 의해 너무 오랫동안 질식된 건축에 대한 자유의 찬가라고 찬양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모든 비난과 찬양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이 롱샹교회는 20세기 전반의 교회건축들이 중세 고딕양식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신학자들과 건축가들에 의해 이루어진 수많은 시도들의 결정체로서, 현대 교회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다. 르 꼬르뷔지에는 건물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로 된 성경을 만들었다. 성경의 말씀 한 구절 오가지 않더라도 이 교회 안에서는 성경의 말씀으로 가득 차 있다.

롱샹교회는 현대건축의 최고의 걸작으로 칭송 받으며 지금도 신앙의 순례자 이상으로 수많은 건축 순례자들의 발걸음을 모으고 있다. 훌륭한 작품은 결코 시대의 유행을 타지 않고 영원히 아름답게 존재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새문안>지는 새 성전 건축의 순조로운 기획과 진행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세계의 교회>를 연재한다. 세계의 교회 건축 소개에 앞서 그동안 4회에 걸쳐 새문안교회 예배당의 건축역사를 돌아보았고, 이제부터 세계 곳곳에 있는 교회 건축을 돌아본다. 필자는 새문안교회 내 건축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출처: 새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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