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하나님이 도우실 때 조심해야 할 것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초심을 버린 사람 기드온(Gideon)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이스라엘 민족의 제5대 사사로 활약한 기드온은 ‘나무를 베는 자’ 또는 ‘굳센 전사’라는 의미를 지닌 히브리식 이름이다. 그는 아비에셀의 므낫세 족속에 속하는 요하스의 아들인데, ‘바알과 다투다’는 뜻을 지닌 여룹바알(삿 6:32)이라고도 불렸다. 그는 원래 산에서 나무를 베는 일을 했던 벌목자였는데, 바알 신을 믿는 이단자들을 훼파한 공로를 인정받아 사람들로부터 ‘여룹바알’이라는 직명(또는 별명)을 얻게 됐다.

여호와 하나님의 몽둥이로 미리 준비된 미디안 족속들이 인근에 있는 아말렉 및 동방사람들과 연합하여 사악해진 이스라엘 민족을 침탈했다(주전 1169-1162). 히브리 사람들은 이방 민족들의 철권통치와 압제에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여호와께 회개하며 무릎을 꿇었다. 다시는 여호와 하나님을 버리지 않고 경배할 것을 선언했다. 진실한 마음으로 애타게 절규하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방 족속들의 철권 통치에서 구원하기로 여호와 하나님은 결정했다.

하나님은 연합국의 식민 통치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할 지도자로 평범한 사람 기드온을 선택했다. 정치와 별로 관계 없는 농사꾼이요 벌목꾼인 기드온이 포도주 틀에서 열심히 밀을 타작하고 있을 때,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미디안의 손에서 구해내기 위해 그를 불렀다(삿 6:11). 기드온은 “나의 집은 므낫세 지파 중에서 제일 약하고, 뿐만 아니라 자기 집에서도 제일 작은 자”라 말하면서 이스라엘 지도자가 되는 것을 극구 사양했다. 하나님은 그런 기드온에게 미디안 연합군을 치는 것을 어떤 한 사람과 싸우는 것보다 쉽게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기드온은 여호와께 거기에 대한 징표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기드온은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염소 새끼 하나와 무교전병 및 고기를 소쿠리에 담고, 국을 양푼에 담아 상수리나무 아래로 가져갔다. 기드온을 방문한 하나님의 사자가 시키는 대로 그것들을 반석 위에 쏟았다. 여호와의 사자가 지팡이 끝을 무교전병에 대니 고기와 모든 예물이 불태워졌다. 여호와 하나님이 기드온을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사용 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사사가 된 그는 바알의 단을 모두 헐고 아세라 신상을 찍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기드온을 ‘여룹바알’이라는 직명(또는 별명)을 사용해 불렀다.

미디안 사람과 아말렉 사람 및 동방 사람들의 연합군이 요단을 건너 쳐들어올 때, 기드온은 “내 손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려 하시거든 타작 마당의 양털에만 이슬이 내리게 하소서” 하고 하나님께 말하니, 그대로 됐다. 이튿날 그는 반대로 “양털만 마르고 사면 땅에는 이슬이 내리게 해 주신다면 내 손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실 줄 알겠나이다” 하니 또 그대로 됐다. 기드온은 여호와 하나님의 특별한 지시에 따라 선발된(삿 7:6) 300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미디안 연합군을 격파하여 그들의 왕 세바와 살문나를 죽였다. 그 후 40년 동안 이스라엘은 기드온 통치하에서 평안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주전 1162-1122).

이방 연합군과의 싸움에서 사사 기드온은 하나님이 가르쳐 주신 특별한 전술과 전략을 지혜롭게 썼다. 정예 300명을 세 대로 각각 나누어 그들의 손에 나팔과 빈 항아리를 들리고, 그 안에 횃불을 감추게 했다. 그들이 적진에 이르러 나팔을 불며, 손에 가졌던 항아리를 부수고 왼손에 횃불을 들고 “여호와와 기드온의 칼이여” 라고 외치며 승리했다(삿 7장, 삿 8:21,28). 미디안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기드온 군대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 덕분이었다. 당시 기드온은 겁쟁이여서 삼국 연합군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없었다. 하지만 하나님을 철저히 믿고 행하므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것을 기드온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기드온에게, “당신이 우리를 미디안 연합군의 손에서 구원했으니 당신과 당신의 아들과 손자가 우리를 직접 다스리라”고 요청했다. 그는 “내가 너희를 다스리지 아니할 것이요, 여호와 하나님께서 너희를 직접 다스릴 것이다”고 말하면서 대를 이어 왕이 되는 것을 거절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이 그에게 있을 때는 그렇게 겸손할 수 있었다.

이후 기드온은 미디안 연합군과의 싸움에서 탈취한 금귀고리로 에봇을 만들어 오브라 성읍에 두었다. 백성들이 그것을 신으로 알고 숭배해 기드온과 그 집에 큰 올무가 되었다(삿 8:27). 그에게는 많은 아내가 있어 슬하에 아들만 70명이나 됐다. 기드온은 수많은 처첩과 자녀들을 데리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 겸손했던 초심을 버렸다.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졌던 소박한 여호와 신앙에서 떠난 기드온의 통치 결과는 그의 아들 아비멜렉을 통해 그대로 나타났다. 첩의 소생인 아비멜렉이 그의 형제들을 모두 참살하고 억지로 이스라엘의 왕이 됐다(삿 9:1-6). 아버지에게서 보았던 비신앙적인 삶의 모습을 그대로 아들이 모방해 국가와 민족을 한꺼번에 고통 속으로 빠뜨렸다. 기드온은 나이 많아 죽었고, 오브라에 매장됐다(주전 1122년).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도 아차 하면 겸손했던 원시 신앙의 초심을 버릴 수 있다. 신앙 공동체를 생각하고, 하나님을 경외했던 마음이 어느덧 자신 중심으로 변할 수 있다. 제2의 종교개혁은 이스라엘의 왕이 되는 것마저 거절하며, 겸손했던 기드온의 처음 마음으로 돌아갈 때 이룰 수 있다. 믿음의 사람들도 잘못하면 원시 신앙의 초심을 잃고 초라한 종말을 맞을 수 있다. 살아 있을 때보다 세상을 떠난 이후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는 평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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