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입다의 서원, 딸의 입장에서 볼 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비천한 신분을 극복한 지도자 입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사회적으로 비천한 신분을 극복하고 이스라엘의 최고 지도자, 즉 사사가 된 입다(‘그가 열다’는 의미)는 길르앗 출신의 큰 용사로 길르앗과 무명의 기생 사이에서 불행하게 태어났다. 본래 지혜롭고 똑똑한 인재였지만, 본처의 아들들이 천한 기생의 소생이라고 그를 조롱하며 집 밖으로 쫓아냈다.

아무 재산과 부모도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던 하류 패거리들과 함께 살게 됐다. 그는 주로 요단강 동쪽 돕(수리아의 하우란 지역)이라는 지역에 거처했다. 입다와 처지가 거의 같은, 세상을 험담으로 유리하는 가난한 불량배들이 몰려들었다. 지혜로운 입다를 중심으로 상당한 규모의 공동체를 이루자, 그들의 생활은 자유로워졌고 무기와 식량도 풍부해졌다.

입다는 선천적인 지혜와 용맹 및 탁월한 리더십 때문에 인근 지역까지 무용으로 명성을 떨쳤으며, 급기야 추종하는 수많은 패거리들이 입다를 최고의 두목으로 천거했다. 상당한 규모를 가진 공동체의 수장이 된 입다는 추종자들을 무법적 약탈자로 만들지 않았다. 매사를 신앙 양심으로 따져 사회를 정화하는데 힘과 능력을 사용했다. 옳고 그른 것을 말씀을 기초로 판단하여, 옳지 못한 사람들과 집단을 권징하는 개혁세력으로 사회 전면에 등장했다. 여호와 하나님을 철저히 경외하고 가르치므로 하나밖에 없는 그의 딸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기도 했다.

입다가 집에서 추방된지 얼마 후, 암몬 자손이 요단강 동쪽 이스라엘 영내에 침입하여 18년 동안이나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입다를 무시하며 잘난체 했던 상위 계층의 사람들은 두려워서 암몬의 폭정에 대항조차 못했다. 궁지에 몰린 길르앗의 지도자들은 기생의 아들이라고 증오하며 추방했던 입다를 찾아갔다. 개혁을 표방한 공동체의 수장이 된 입다에게 이스라엘의 최고 군대장관이 되어 달라고 간절히 요청했다. 그들의 주적, 암몬 사람들을 물리쳐서 고통스러운 이방의 압제에서 구해달라고 무릎을 꿇었다.

입다는 마음이 냄비같은 길르앗 장로들의 요청에 신중을 기했다. 길르앗 장로들의 요청을 귀담아 들으면서 그들의 진실을 면밀히 검토했다. ‘너희가 전에 나를 미워하여 내 아버지 집에서 쫓아내지 아니하였느냐, 이제 너희가 환란을 당하였다고 어찌하여 내게 왔느냐’라고 반문했다. 장로들은 지난날 자신들의 오판을 후회하며, 입다를 이스라엘의 최고 지도자로 삼을 것을 하나님 앞에서 맹세했다.

입다는 인간적으로도 큰 용사였으나, 자신의 힘으로 암몬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장담하지 않고 하나님만을 의지했다. 지도자 입다는 ‘여호와께서 그들을 내게 붙이시면 승리할 수 있다’고 외쳤다. 그는 암몬 족속과의 전쟁을 앞두고 전능하신 여호와 하나님께 나아가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했다. 전쟁의 승패가 모두 하나님에게 있음을 온전히 신뢰했다.

암몬 자손을 무력으로 공격하기 전에,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사신을 보냈다. 암몬왕은 아르논에서부터 얍복과 요단까지의 영토를 이스라엘에게 강제로 빼앗겼다고 주장하면서, 땅을 즉시 반환하라고 강요했다. 지혜로운 지도자 입다는 이스라엘은 다른 민족을 침략한 적이 없으며, 시혼이 이스라엘을 먼저 공격했기 때문에 그들의 땅을 취했다고 담판했다. 그 땅은 암몬 족속의 소유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다는 탁월한 역사적 사실을 논리적으로 들어 암몬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악한 암몬 왕은 입다의 평화로운 외교적 제안을 거절했다.

하나님의 신이 그에게 임하자 큰 능력을 받아 더욱 큰 용사가 됐다. 길르앗과 므낫세 지역을 지나가면서 암몬과 싸울 하나님의 군대를 모집했다. 암몬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면 집으로 돌아갈 때 가장 먼저 영접나온 자를 하나님께 번제로 드리겠다고 서원했다. 사람을 번제물로 사용하는 것을 당시 이스라엘의 율법이 엄금하고 있는 것을 입다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강력한 암몬의 군대가 두려운 나머지, 비신앙적인 서원을 하게 됐다.

하나님의 은혜로 입다가 승전하여 집에 돌아올 때 자신의 무남독녀가 선두에서 춤을 추며 입다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의 딸은 하나님 앞에서 신실했으며, 아버지께 순종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조급한 아버지의 비신앙적 서원 때문에 자신이 제물로 희생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입다의 딸이 희생된 날을 기점으로, 이스라엘의 여자들은 매년 나흘씩 애곡하는 것을 전통과 문화로 갖게 됐다.

에브라임 사람들은 입다를 방문해서 암몬 자손과 싸울 때 자기들을 불러주지 않았다고 대들며 불평했다. 그들은 마음 속에 시기심을 품고, 남의 성공을 무조건 헐뜯는 버릇이 있었다(삿 8:1). 그들 때문에 이스라엘은 지파간 분쟁과 다툼이 그치지 않고 있었다. 여호와 하나님만을 높이며, 하나님의 편에 섰던 지도자 입다는 하나님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고 있는 에브라임을 무력으로 징치했다.

하나님의 일에 불평을 늘어놓으며 방해했던 에브라임 지파를 아픈 마음으로 공격해서 4만 2천명을 죽였다. 오래된 내분 사태를 해결하는 지도자가 됐다. 사사가 된 입다는 6년간(주전 1078-1072) 이스라엘을 평화롭게 지배했다(삿 12:1-7). 입다는 여호와 하나님이 특별히 선택한 신앙의 사람으로서 히브리서에 인용되어 있다(히 11:32).

대내외 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일군 지도자 입다는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자신의 지혜와 지식보다 더욱 중요시했던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실수로 선언한 약속도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한 신앙의 사람이었다. 하나님 중심의 리더십이 불우한 그를 탁월한 지도자로 만들었고, 국가와 민족도 염원했던 평화를 맛볼 수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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