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민족 지도자 삼손
이스라엘의 사사로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삼손(Samson)은 ‘태양과 같음’ 이라는 의미를 지닌 히브리어 이름 ‘심숀’를 한역한 것이다. 그것은 히브리어 세메슈에서 나왔는데 ‘작은 태양 세메슈’란 뜻을 지니고 있다. 사사 삼손은 선지자 사무엘과 동시대 또는 조금 전에 활동한 민족 지도자이다.
삼손은 40년 동안 블레셋 사람이 지배하고 있던 소라 땅, 단 지파에 속한 사람으로 이 땅에 출생했다. 부친은 마노아이며, 모친은 무명의 불임녀, 즉 석녀(石女)였다. 하루는 여호와의 사자가 여인에게 나타나 “너는 지금까지 잉태하지 못했으나, 곧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포도주와 독주를 마시지 말고, 부정한 것을 먹지도 말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머리에 삭도를 대지 말라. 그 아이는 태에서 나올 때부터 하나님께 바쳐진 나실인이 됨이라. 그가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하기 시작하리라”고 말했다. 예언대로 삼손이 그 여인의 뱃속에 즉시 잉태됐고, 모태에 있을 때부터 철저히 구별되어서 하나님의 자녀로 양육됐다(삿 13:3-5,11,15,17).
당시는 블레셋 사람과의 결혼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았다(신 7:1-5). 청년 삼손이 간청하는 블레셋 여자와의 결혼을 하나님 믿는 부모들은 적극 반대했다. 할례받지 않은 블레셋 사람의 딸을 이스라엘의 며느리로 맞아 들이는 것은 양심상 용납될 수 없었다. 특히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던 대적의 여자를 아내로 삼는 것은 미모에 눈이 어두워진 철없는 한 남성의 탈선 행동으로 여겨졌다.
삼손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블레셋 여인을 사랑해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블레셋 사람을 몰아내려는 하나님의 의도가 삼손의 결혼에 메시지로 담겨 있었다. 성령 하나님이 삼손의 마음을 역동적으로 움직여 블레셋 출신 이방 여인을 열렬이 사랑하도록 했다. 삼손을 민족의 지도자 사사로 삼아 국가를 블레셋의 통치에서 구원하려는 계획이었다. 본인과 그의 부모도 모르게, 여호와 하나님은 은밀히 악한 블레셋을 물리치는 사역을 삼손을 통해서 이뤄나갔다.
부모의 반대 및 블레셋 사람의 공격으로 블레셋 출신 아내를 처가에 남겨둔채 집으로 돌아왔다. 터무니없는 시비를 그들에게 걸기도 하고, 난폭한 보복을 대적 블레셋 사람들에게 하기도 했다. 딤나로 내려가다 들에 있는 사자를 찢어죽이고, 거기서 꿀을 발견했다. 삼손이 블레셋 사람들에게 베옷 30벌과 겉옷 30벌을 걸고 꿀에 관한 수수께끼를 냈다.
삼손의 생각에는 7일 안에 자기가 낸 비밀스런 수수께끼를 블레셋 사람들이 맞추지 못할 것으로 확신했다. 블레셋 사람들은 삼손의 아내에게 압력을 가해 수수께끼의 답을 알아냈다. 이로 말미암아 삼손은 아스글론 사람 30명을 죽여 30벌의 옷을 구했다.
얼마 후 삼손은 아내를 만나기 위해 염소 새끼 선물을 준비해서 처가로 찾아 갔다. 삼손이 미워해서 자신을 떠난 것으로 생각하고,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와 재혼한 상태였다. 아내가 그렇게 된 것은 블레셋 사람들의 악행에 있다고 판단하고, 삼손은 포획한 여우 300마리의 꼬리에 횃불을 달아 블레셋 사람들의 곡식 밭과 감람원을 모두 불살라 버렸다. 블레셋 사람들은 재난을 당하게 한 부녀를 잡아 화형시켰다. 삼손은 그런 블레셋 사람들을 무참하게 또 다시 도륙했다.
이런 삼손 때문에 블레셋 사람들이 유대인들을 붙잡아 괴롭히고 압제했다. 유대인들은 그들이 두려워 동족 삼손을 꼬드겨서 체포한 다음 넘겨줬다. 여호와의 권능으로 삼손을 결박한 줄이 불탄 삼과 같이 끊어졌다. 삼손은 나귀의 턱뼈로 블레셋 사람 1천명을 또 무참히 죽였다. 그때부터 삼손은 블레셋 사람의 큰 공적(公敵)으로 취급됐다(삿 16:23).
삼손은 적지 소렉에 들어가서 들릴라라는 블레셋 여인을 사랑하게 됐다. 블레셋 사람은 은 1,100으로 여인을 매수하여 삼손이 지닌 힘의 비밀을 알아내려 했다. 일곱 가닥의 칡으로, 쓰지 않은 삼줄로, 머리털 일곱 가닥 등으로 삼손을 묶으면 도망할 수 없다고 알려줬다. 세 번이나 속은 들릴라는 매일같이 삼손에게 진실을 말해달라고 졸랐다. 삼손의 마음은 번뇌하여 죽을 지경이 되었고, 나실인의 서약을 깨뜨리고 힘의 비밀을 그녀에게 알려 줬다.
삼손이 잠든 사이에 머리카락 일곱 가닥이 잘렸으며, 놋줄로 온 몸이 묶이어 두 눈을 빼앗겼다. 블레셋 사람들의 옥중 노예가 되어 맷돌을 돌리는 비참한 신세가 됐다. 블레셋 사람들은 다곤의 축제일에 모두 모여 삼손으로 하여금 재주를 부리게 했다. 삼손은 여호와께 “나를 생각하옵소서. 하나님이여 구하오니 나로 강하게 하사 나의 두 눈을 뺀 원수를 갚게 하옵소서” 라고 부르짖었다.
집을 바치고 있는 두 기둥을 양손으로 밀치자 그곳에 모였던 블레셋 사람들이 모두 깔려 죽게 됐다. 그때 죽은 자가 삼손이 살았을 때 죽인 자보다 더 많았다. 삼손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마노아의 장지에 장사했다. 하나님 백성들을 괴롭힌 블레셋을 살신성인하여 무찔렀기 때문에 히브리서 기자는 그의 신앙을 극구 칭찬했다(히 11:32). 자신의 생명을 바쳐 하나님의 공동체를 구한 희생정신이야말로 그 사람의 과오를 청산하고 남을 만한 권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