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빛을 통한 영적체험의 예배공간

이지희 기자  jhlee@chtoday.co.kr   |  

세계의 교회(4)…미국 시애틀의 성이그네이셔스교회(1997)

박항섭 새문안교회 집사(경원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성이그네이셔스 교회는 태평양 북서 연안의 유일한 예수교 대학인 시애틀대학교의 설립 20주년을 기념하여 건립되었다.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건축가 스티븐 홀이 설계한 이 교회는 장소와 건축의 통합과 공간 안에서 빛의 다양한 효과를 추구한 대표적 사례이며, 건축공간에서 자연의 생명력 있는 빛을 예배공간으로 전달하는 다양한 방법을 공간적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교회로 평가된다.

건축가 스티븐 홀은 교회 설계를 위한 개념으로 예수교 교회라는 프로그램의 종교적 배경으로부터 근거한 ‘돌 상자 안에 담긴 일곱개의 병’을 제안하였다. 스티븐 홀은 16세기 예수교의 창시자인 성 이그네이셔스가 언급한 ‘빛의 은유’와 예수교 수도사들이 서로 다른 사람에게 다른 방법의 영적 체험을 유도하는 것으로부터 ‘서로 다른 빛을 한 공간에 모은다’는 개념을 끌어내었다. 일곱개의 빛의 병은 예수교 예배의식의 각 단계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는 남, 북으로 좁고 긴 부지의 북측 끝에 배치하여 남측의 도로와 건물 사이에 남은 넓은 공지에 진입로를 따라 학생들에게 휴게공간으로 제공되는 잔디밭과 낮은 연못이 배치되어 있다.

잔디밭과 연못을 따라 직선으로 난 긴 진입로는 교회의 출입문을 통과하여 내부의 통로를 거쳐 예배실의 입구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져 내외부 공간을 관통하여 설치되어 있으며, 예배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공간으로 설정되었다. 밝고 부드러운 목재로 만들어진 넓은 교회 출입문은 크고 작은 두개 문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는데, 이 문에 7개의 눈 모양의 작은 창이 서로 다른 각도로 설치되어 있어 밤에는 빛을 방출함으로써 사람들을 초대한다. 출입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서면 정면으로 예배당 입구까지 긴 통로와 그 우측으로 아이콘을 설치한 벽과 넓은 현관홀이 나타난다.

이 통로와 홀은 공간적으로 하나이지만 진입 통로를 명확히 구별시키기 위해 난간과 경사로가 설치되었다. 성 이그네이셔스 교회의 영적 여행을 보여주는 5개의 아이콘들 앞에는 기도대와 촛대가 설치되어 있고 그 오른쪽에는 예배에 사용되는 성서를 올려놓은 성서대와 십자가가 설치되어 있다. 이 통로의 끝, 예배실의 입구 앞에는 세례반이 하나의 오브제로 놓여 있다. 이 세례반은 사각의 받침대 위에 반구형으로 수반을 올려놓은 형태이다. 출입문과 제단, 십자가 등에 사용된 것과 같은 종류의 목재로 만들어졌다. 세례반의 물 표면은 은은한 물결을 일으켜 믿음의 공동체에서의 ‘살아있는 물’을 상징한다.

공간적으로는 이곳이 과정공간에서 목적공간으로 진입하기 위한 중요한 지점이며, 이곳에서 예배실로 돌아보는 순간 빛으로 충만하여 신비감을 일으키는 예배공간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예배공간은 여러 개의 분절된 매스들로 이루어진 집합체이며 모든 벽체는 적절히 분할하여 공장에서 만든 콘크리트 패널을 현장에서 세워 조립하는 공법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위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곡면을 이룬 지붕들이 덮여있고 그 아래에 광창들이 설치되어 있다. 빛의 볼륨을 형상화한 다양한 형태의 곡면 지붕 채광창의 색채 및 투명도 차이와 빛 조절장치로 사용된 날개벽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었다.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 구현된 예배공간에서 빛의 현상은 거친 플라스터로 마감된 벽면의 촉각적 특성과 유연하게 전개되는 내부공간의 곡면과 어우러져 유동적이고 감각적인 지각경험을 유도한다. 예배공간은 빛으로 가득찬 영적 체험 공간이다.

▲설교공간으로 유입되는 자연광

▲설교공간으로 유입되는 자연광

예배실 후면 안쪽에는 반쯤 개방된 성체성사실이 있다. 이곳은 진입과 정통로 측의 끝에 해당된다. 병자와 개인 헌신 기도자를 위해 성체성사용 빵을 예비해 둔 곳이다. 이 방의 중심 이미지는 장막이다. 박스형의 방 안에는 한 그루의 나무가 서 있고 거기에 호박색 유리에 잎과 씨앗을 그려 넣어 만든 촛불 램프가 매달려 있어 방을 밝히고 있다. 낮의 자연광은 실내에 현상적 영역으로 치환되면서 강렬한 변화의 흐름을 나타내는 반면 야간예배가 있을 때 빛의 볼륨들은 마치 색깔을 입힌 봉화처럼 캠퍼스 사방으로 빛나 ‘밤의 공간성’을 표출하며 각각의 색채를 발하는 창들은 일정한 빛으로 캠퍼스를 비추는 등대가 된다.

입면에 도입된 다양한 개구부와 창들은 태양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서로 다른 성질의 빛을 내부에 끌어들임으로써 자연과 빛의 현상적 경험을 강화하는 장치이다. 성 이그네이셔스 교회는 신비한 빛으로 빚어낸 영적 체험의 예배공간이다.

※<새문안>지는 새성전 건축의 순조로운 기획과 진행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세계의 교회>를 연재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있는 교회 건축을 지상으로 돌아보는 <세계의 교회> 필자는 새문안교회 내 건축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출처: 새문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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