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의 둘째 아들, 말론의 아내 룻
이스라엘의 사사 시대에 이방 모압 땅에 살았던 룻은 히브리인의 정경, 구약 룻기의 여주인공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불려진 그녀의 이름, 룻은 히브리식으로 ‘여자 친구’ 또는 ‘우정(友情)’을 의미한다. 그녀의 가족사항에 대해서는 어떤 문서에도 나타나 있지 않기 때문에 전혀 알 수 없다.
주전 12세기, 베들레헴에 심한 흉년이 들자 이스라엘 사람 엘리멜렉과 그의 아내 나오미, 그리고 두 아들 말론과 기룐이 모압 지방으로 이민을 떠났다. 고국에 다시 돌아올 생각을 접고 고향 베들레헴에 있는 재산을 모두 정리했다. 모압 땅에 내려가 있는 동안 나오미의 둘째 아들 말론은 모압 여인 룻을 만나 매우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 형 기룐도 모압 여인 오르바를 아내로 맞아 들였다.
그들의 결혼 생활 10년 후, 엘리멜렉과 말론 및 기룐이 모두 병들어 사망하고 말았다. 나오미는 여자의 몸으로 더 이상 이방 지역에서 생활할 수 없었다. 히브리 친척들이 살고 있는 고향 베들레헴으로 다시 복귀할 것을 결심했다.
나오미는 고향으로 돌아갈 때 이미 과부가 된 두 며느리들에게 모압의 친정으로 돌아가라고 지시했다. 고부간 줄다리기 끝에, 큰 며느리 오르바(기룐의 아내)는 울면서 친정으로 돌아갔다.
작은 며느리 말론의 아내 룻은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유숙하는 곳에서 나도 유숙하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니라.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장사될 것이라. 만일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를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하나이다” 라고 말하면서 모압 친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시어머니 나오미는 어쩔 수 없이 둘째 며느리 룻을 데리고 히브리 땅 베들레헴 고향 땅으로 돌아갔다.
베들레헴으로 돌아온 룻은 시부 엘리멜렉의 친척인 보아스의 밭에서 이삭을 주워 시모를 열심히 봉양했다. 그녀의 효성과 성실한 품성이 하나님의 사람 보아스의 눈에 들어 많은 혜택을 입었다. 일꾼들로 하여금 곡식을 일부러 밭에 흘리게 하므로 모압 여인 룻이 많은 양의 이삭을 주울 수 있도록 했다.
얼마 후 보아스는 모압여인 룻과 결혼할 것을 마음 속으로 결심했다. 당시의 관습으로는 말론의 다른 친척이 룻과 결혼하도록 되어 있었다. 보아스는 말론과 가장 가까운 그 친척이 룻과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룻과 즉시 결혼했다. 사실 룻과의 결혼은 보아스에게 전혀 이득이 없었다. 재산상 손해도 크게 예상됐고, 그들 부부를 통해 태어난 아이는 죽은 말론의 자녀로 호적이 등재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결혼은 고대 유대인의 관습이었던 형제 미망인과의 결혼은 아니었다(신 25:7-10). 보아스는 룻 망부(亡夫)의 친형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식이 없는 미망인이 남편의 땅을 팔려고 할 때, 망부의 형제가 없는 경우는 망부에게 가까운 친척이 그 땅을 사지 않으면 안 되었다(룻 4:3,4,9). 땅을 살 사람의 유업이 손해를 받지 않을 경우, 즉 아내나 자식이 없을 경우는 미망인과 결혼해도 무방했다(신 25:5,6).
이와 같은 방법을 취하는 것은 아량이 있는 것 같이 생각되어 일족에게 충실한 표적으로까지 여겨졌다. 이와 같은 결혼에 의해 출생되는 아이(남자)는 당시 이스라엘 법에 따라 선부(先夫)의 사자(嗣子)로 간주됐다(신 25:4,5,10,14). 말론은 엘리멜렉의 사자였기 때문에, 룻과 보아스의 장자는 나오미의 아들이라고까지 불렸던 것이다(룻 4:17).
결혼 후 룻은 주전 1,160년경, 다윗의 조상 오벳을 낳았다. 그녀는 이방 여인 임에도 불구하고 다윗왕의 증조모가 되었고, 예수의 족보에 조산으로 실리는 복된 여인이 됐다(마 1:5-6).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는 피부색깔, 학력, 지방색을 모두 뛰어넘는 우주적인 종교이다. 예수의 십자가 앞에 서면 어떤 격리와 차이도 하나로 통합된다. 고대의 모압과 이스라엘이 여호와 하나님 때문에 하나되어, 놀라운 새 역사를 이룬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의 분리, 민족간의 분리, 피부색깔 간의 분리 및 정파 간의 분리는 예수님이 원하는 성경적 모습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