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열 교수가 읽는 로잔운동(2)
로잔운동은 ‘현대 복음주의 선교운동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복음주의 선교단체나 교회를 한 곳에 모이게 하여 올바른 선교 방향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제1차 로잔대회가 끝난 지 얼마 후 타임지(Time)는 “지난 주에 스위스 로잔 호수 주변에서 모였던 대회야말로 지금까지 모였던 그리스도인의 모임 가운데 아마도 가장 광범위한 집합으로 보수적이요, 성서적이요, 선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독교의 활기를 보여 주었다”고 평가하였다. 또한 피터 바이엘하우스는 “이 대회는 마치 지금까지 별로 알려지지 않은 작은 강들이 한곳에 모여서 그 물결이 크고 깊어져 복음주의적인 고기잡이 배의 떼를 나를 수 있게 되었고, 20세기 후반기 기독교의 건조한 땅을 영적으로 비옥케 만든 것과 같다”고 격찬하였다.
제1차 로잔대회는 빌리 그래함, 존 스토트, 그리고 풀러학파 교수진들-도날드 맥가브란(Donald A. McGavran), 찰스 크래프트(Charles H. Kraft), 랄프 윈터(Ralph D. Winter), 피터 와그너(C. Peter Wagner), 아더 글래서(Arthur F. Glasser)-이 주축이 되어 1974년 7월 16일부터 25일까지 스위스 로잔에서 열렸다. 약 150개 국가에서 2,700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하였는데 놀라운 사실은 참석자들의 50%가 제3세계에서 왔다는 사실이다. 사실 100년 전 1910년 에딘버러에서 제1차 세계선교사대회가 열렸을 당시만 하더라도 비서구인이 고작 1.6% 밖에 참석하지 않은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하지만 대회 운영은 여전히 서구인이 중심이었다. 대회 주제는 ‘전 세계가 그의 목소리를 듣게 하라’고 정하여 복음을 전혀 들을 수 없는 종족(people)에게 집중적으로 선교해야 할 것을 강조하여 선교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이러한 실천적 의지는 이후 모임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져갔다.
이후 198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제2차 로잔대회가 개최되었다. 대회 주제는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그를 선포하라’고 정하여 1차 대회의 성격을 이어갔고 전략을 재점검하였다. 이 때 로잔위원회는 로잔언약을 실천할 수 있는 마닐라 선언문(Manila Manifesto)을 발표하였는데 로잔언약이 선교의 ‘총론’(總論) 성격이라면, 마닐라선언문은 ‘각론’(各論)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이후 3차 로잔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미리 방콕에서 ‘2004 포럼’을 갖고 앞으로 구체적으로 다룰 31개의 주제들을 점검하기도 하였다. 마침내 2010년 10월 16일부터 25일까지 케이프타운에서 3차 로잔대회가 열리게 되는데 약 4천명의 대의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제3차 로잔대회는 21세기 최고의 복음주의 선교운동으로 인식될 것이며, 대회 주제는 ‘세상과 자신을 화목케 하시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이다.
그렇다면 로잔운동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첫째로 로잔운동은 WCC나 WEA처럼 상부에서 통제하는 ‘조직’이 아니라 하나의 ‘운동’이다. 그렇다 보니 로잔위원회는 강력한 권위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자유로운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로잔운동은 자발적인 모임인 ‘위원회’가 발달되어서 어떤 것을 관리 감독하는 ‘교도관’이나 ‘이사회’의 모습은 아니다.
예를 들어 로잔대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자유로워 대회 참석자들의 40%가 로잔대회 뿐만 아니라 WCC 모임에도 참석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복음주의자들이 오랜 세월 동안 개인의 회심, 개인의 영적 성장, 스스로 성경을 해석하는 권리를 지니다 보니 개인주의가 상당히 발달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로부터 통제 받거나 힘있는 상부구조를 싫어한다. 무엇보다 로잔운동의 발기자인 빌리 그래함 목사는 ‘중앙의 무서운 통제’의 위험성을 경고하였다. 사실 존 스토트 목사도 처음에는 로잔운동이 하나 이상의 선교전략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만들어지길 바랐지만 종국에는 중앙의 통제 없는 운동으로 정착된 것을 상당히 기뻐했다. 그 결과 로잔운동은 무엇을 통제하는 조직보다는 세계복음화 선교에 어떤 자문 역할 그 이상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힘쓰고 있다.
두번째로 로잔운동은 복음주의적 신학적 기초를 제공해 주고 있다. 로잔운동이 일어날 즈음 복음주의자들은 자유주의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직면하게 되었다. WCC가 1961년에 IMC를 흡수한 이후 ‘선교=사회적 책임’이라는 급진적 선교관이 하늘을 찌르고 있을 때 복음주의자들의 대처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빌리 그래함은 1974년 제1차 로잔대회를 개최하여 15개 항목으로 된 로잔언약(Lausanne Covenant)을 발표하였다.
15개 항목은 (1)하나님의 목적 (2)성경의 권위와 능력 (3)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 (4)전도의 본질 (5)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 (6)교회와 전도 (7)전도를 위한 협력 (8)교회간의 선교협력 (9)전도 사명의 긴박성 (10)전도와 문화 (11)교육과 리더십 (12)영적 전쟁 (13)자유와 핍박 (14)성령의 능력 (15)그리스도의 재림이다. 하지만 로잔언약은 새로운 신학정립이나 새로운 교리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초대교회의 ‘원시 기독교 신앙운동’을 회복하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왜냐하면 이 언약은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선교 대명령(마28:19~20)을 역사 속에서 실천하려는 크리스천 자신의 순수한 신앙적 결의였기 때문이다.
1989년 제2차 로잔대회에서 마닐라 선언문이 발표되었는데 이는 제1차 로잔대회 때 발표된 로잔언약을 계승한 것임을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제1부는 21개 항목의 신앙적 고백으로 구성되어 있고, 제2부는 ‘온전한 복음’(Whole Gospel)과 ‘온 교회’(Whole Church), ‘온 세상’(Whole World) 등 세 가지에 대한 12개 항목의 주제를 설명하고 있다. 1989년 마닐라대회에서는 복음주의자들이 지난날의 교파주의나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다양성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포용력을 보여주고 있다.
마닐라 선언문은 WCC가 지향하는 위험성은 경고하지만 에큐메니컬 그룹처럼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지 못한 것을 시인하고 참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는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것은 개인적인 것이든 구조적인 것이든 모든 불의와 억압의 고발을 요구하는 것임을 확신하며 이 예언자적 증거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을 확신한다.” 이처럼 마닐라 선언문은 선교는 복음전파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더욱 잘 감당해야 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세번째 로잔운동은 하나의 단체가 주도해 나가는 모임이 아니라 복음주의 지도자들 간의 ‘전도를 위한 연합’(cooperation in evangelism) 운동의 성격을 뛰고 있다. 그렇다 보니 로잔운동은 세계복음주의연맹(WEA), 빌리그래함전도협의회(The Billy Graham Evangelistic Association), 선명회(World Vision), IVF(InterVarsity Christian Fellowship), CCC, 풀러신학교, 트리니티신학교, 에즈베리신학교 등이 연합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여러 기관과 단체들이 나 홀로 전도운동을 일으키지 않고 함께 연합할 것을 로잔언약에 잘 명시해 두었다. “우리는 교회의 선교 사역을 확장하기 위하여, 전략적 계획을 위하여, 상호 격려를 위하여, 그리고 자원과 경험을 서로 나누기 위하여 지역적이며 기능적인 협력을 개발시킬 것을 촉구한다.” 마닐라 선언문 역시 “우리는 교회와 선교단체, 그리고 그 외 여러 기독교 기관들이 전도와 사회참여에 있어 경쟁과 중복을 피하면서 상호 협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을 믿는다”라고 발표하여 연합운동을 강조하였다. 이처럼 로잔운동은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선교 대회임을 알 수 있다.
안희열 교수
- 침례신학대학교 선교학 교수
- 세계선교훈련원(WMTC) 원장
-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