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하고 살았던 ‘유력자’ 룻의 남편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참된 신앙인 보아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이스라엘의 역사 속에서 매우 암울했던 사사 시대, 주전 1100년경 이 땅에 살았던 보아스는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 룻의 남편이자 살몬과 여리고 기생 라합의 아들로 이스라엘 땅 베들레헴의 큰 부자였다. 그는 룻의 시어머니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과 가까운 친척이기도 했으며, 룻과 결혼하므로 통일 이스라엘의 제2대왕 다윗의 증조부가 된 인물이다. 히브리식 이름 보아스는 ‘민첩함, 유력자’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그는 평생 그의 이름대로 민첩하게 유력자로 살아서 이름값을 제대로 한 것으로 평가된다.

나오미가 모압 땅 이민에서 실패하고 며느리 룻만 데리고 고향 베들레헴으로 돌아갔을 때, 보아스는 자신의 밭에서 시모를 위해 성실하게 이삭을 줍는 룻에게 온갖 편리를 다 제공했다. 그는 “내 딸아 들으라 이삭을 주우러 다른 밭으로 가지 말며 여기서 떠나지 말고 나의 소녀들과 함께 있으라”고 말하며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곡식을 추수하기 위해 품꾼으로 온 사람들에게도 이방 여인 룻을 절대 건드리지 못하게 했고, 주인을 위해 길어온 물도 함께 마시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이스라엘 공동체에는 모압 출신 룻을 인격적으로 취급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었지만, 여호와 하나님 앞에서 의롭게 살았던 보아스는 당시의 법을 초월해 가난한 자를 섬겼다. 하나님의 사람 보아스의 마음 속에는 여호와로부터 받은 깊은 사랑이 늘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보아스는 이방 여인 룻이 시모 나오미에게 극진한 효도를 온몸으로 한다는 소식을 듣고 “여호와께서 네 행한 일을 보응하시기를 원하며,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날개 아래 보호를 받으러 온 네게 온전한 상 주시기를 원하노라”고 말하면서 진심으로 축복해 주었다. 보아스는 심지어 주인이 먹는 점심 식탁에 이방 여인 룻을 초청하여, 볶은 곡식을 같이 먹도록 허락했다. 신분의 귀천을 신앙으로 극복하고 여호와로부터 배운 참된 긍휼을 베풀었다. 보아스는 룻을 위해 자신의 논바닥에 이삭을 조금씩 흩어놓도록 추숫군에게 지시해 많은 양의 이삭을 그녀가 얻도록 했다(룻 2:1-16). 고아, 과부, 나그네를 섬기라는 여호와 하나님의 법칙을 보아스는 몸으로 실천했다.

어느 날 나오미가 며느리 룻에게 목욕하고, 기름 바르고, 의복을 단정히 입고, 보아스의 타작 마당에 가서 보아스의 침소 발 아래 눕도록 지시했다. 룻은 시어머니의 제안대로 순종했다. 보아스가 밤에 깨어 룻에게 누구냐고 물을 때, 룻은 “당신의 시녀 룻이오니 당신의 옷자락으로 시녀를 덮으소서. 당신은 우리 기업을 무를 자가 됨이니이다” 라고 대답했다. 보아스는 인간적인 허영이나 정욕을 위해 연소자를 따르지 않고, 일편단심 기업 상속자를 구하기 위해 자기를 따르겠다며 자신 곁에 누워있는 룻에게 “내 딸아 두려워 말라. 내가 네 말대로 네게 다 행하리라. 네가 현숙한 여자인줄 나의 성읍 백성이 다 아느니라”고 칭찬하고, 기업을 무를 자가 책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자기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룻 3:1-13).

이튿날 보아스는 엘리멜렉의 상속 문제를 처리하기 위하여 성문으로 나아가 법적인 제1상속자를 불렀다. 그는 자기 기업에 손해가 있을까 염려하여 모든 권리를 보아스에게 양보했다. 보아스는 개인적인 손실이 발생할 것을 뻔히 알고도 이방 여인 룻을 아내로 삼아 말론의 이름으로 기업을 상속했다.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 보아스와 결혼한 이방 여인 룻은 다윗 대왕과 예수그리스도의 조상 오벳을 아들로 낳았다.

이스라엘 왕정시대에 솔로몬왕이 지은 예루살렘의 성전 낭실(廊室) 바로 앞에는 두 개의 구리 파이프 기둥이 있는데 우편의 것은 야긴이요, 좌편의 것은 그의 이름과 같은 보아스라 명명했다(왕상 7:21, 대하 3:17, 렘 52:21,22). 유력자 보아스는 하나님을 경배하는 성전 기둥에 이름이 새겨질 정도로 훌륭한 존재가 됐다.

보아스는 홀로 생활하기에도 매우 어려운 시대인 사사 시대를 살면서도 남은 자로서의 신실한 면모를 보이므로 여호와의 입장에 늘 서 있었다. 나보다는 남을 위해서 헌신하고 봉사하는 신앙을 마음 속에 지니고 있었다. 아무런 이익도 없는 남의 기업을 물러서 가난한 이웃을 살리는 선한 마음과 더불어 공동체를 위해서 헌신하는 넓은 마음을 지닌 인물이었다. 자신이 소유한 모든 재산을 하나님의 것으로 알고, 청지기로서 그것을 널리 사용한 신앙인의 모델이 됐다.

오늘날 하나님의 교회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지탄을 받는 이유는, 바로 보아스 같은, 하나님 닮은 성도가 적기 때문이다. 이웃과 국가와 민족과 세계를 위해서 교회가 희생하고 봉사할 때 하나님의 이름은 높아지게 될 것이다. 교회를 찾는 성도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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