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칼럼] 류샤오보 앞에서 부끄럽습니다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스스로 자청한 고난(마 5:10)

▲서경석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서경석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중국의 반체제 운동가 류샤오보가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노벨평화상이 옥중의 류샤오보에게 수여된 것은 참으로 잘된 일입니다. 류샤오보는 천안문사건이 났을 때 미국에 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미국에 가만히 있었어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일부러 귀국해서 스스로 고난을 자청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08헌장 사건을 주도해서 징역 12년형을 받았습니다. 류샤오보야말로 중국의 양심입니다. 이번 노벨평화상의 수여가 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는가? 그 이유는 류샤오보가 스스로 고난을 자청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이번에 각 나라가 노벨평화상 수여에 대해 환영성명을 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환영성명을 내면 중국정부와 갈등관계를 빚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EU, 일본, 대만이 노벨평화상이 류샤오보에게 수여된 것을 환영하고 류샤오보의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그런데 미국같은 대국은 상관없겠지만 프랑스, 독일, 일본만 해도 성명을 내면서 고민했을 것입니다. 자칫하면 중국으로부터 보복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는 이번에 중국의 보복을 받아야 했습니다.

작년과 재작년에 <기독교사회책임>은 유럽 10개 나라를 돌면서 자전거 행진을 했습니다. 특히 작년에는 목사님들을 중심으로 자전거행진을 했습니다. 그리고 각 나라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난민을 북한으로 강제송환하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를 했습니다. 그런데 놀란 점은 프랑스와 스위스가 이 집회를 허가해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중국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처럼 유럽국가들도 중국을 두려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유럽의 몇 나라가 소신발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왜 침묵했는가? 한국은 중국의 보복을 이겨낼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약한 나라입니다. 힘만 약한 것이 아니라 의식도 약합니다. 나는 이번에 우리나라는 역시 후진국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진국은 경제력이 어느 수준에 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구촌의 앞날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독일, 프랑스 같은 나라는 중국과의 마찰을 감수하면서라도 지구촌의 내일을 위해 할 말을 한 것입니다. 그렇게 행동하는 나라가 선진국입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안에서 변화가 크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2일 중국 공산당 간부 출신 23명은 중국의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앞으로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공개서한을 보냈습니다. 이틀 뒤에는 개혁인사 120여 명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를 석방하라는 공개서한을 발표했습니다. 중국이 계속 들끓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제사회도 함께 목소리를 내어 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어야 합니다. 해외에서 내는 성명서 한 장이 무슨 힘이 있을까 생각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지나간 70년대에 한국의 민주화운동의 소식을 해외에 파급시키는 비밀연락책 역할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무리 데모를 해도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데모한 뉴스가 일본의 아시히신문에 나고 뉴욕타임즈에 나곤 했습니다. 그러면 그 뉴스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용기와 희망을 주었는지 모릅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지지성명서가 나오면 우리는 크게 감격했었습니다. 외국의 연대운동이 국내의 민주화운동에 미치는 격려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민주화운동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정부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면 한국교회라도 말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간단하지 않습니다. 중국에 파견된 선교사들은 한국교회가 침묵하기를 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으면 안 됩니다.

기독교에는 예언자적 전통과 제사장적 전통이 있습니다. 이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되면 안 됩니다. 중국선교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제사장적인 전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기총과 같은 기구는 류샤오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것이 옳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독교 시민단체들이 대신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교회가 예언자적 전통을 계승할 수 있습니다.

일제시대에도 이 두 가지 흐름이 있었습니다. 예언자적 전통은 신사참배 거부운동이 계승했습니다만 동시에 교회를 유지하고 보호하는 일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분들은 신사참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교회를 보호하는 일에만 나섰더라면 한국교회의 역사는 정말로 볼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구약에는 이사야, 예레미아, 호세아, 아모스, 미가 등 많은 예언자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약시대에도 세례요한이 이 전통을 잇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인상깊은 선지자는 나단입니다. 그는 다윗왕 시절의 선지자입니다. 그런데 그가 다윗을 야단칩니다. 우리아를 전장에서 죽게 하고 그 아내를 취한 것을 정면으로 야단쳤습니다. 나단이 말합니다.

“어떤 성에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부자이고 한 사람은 가난합니다. 부자는 양도 소도 많았지만 가난한 사람은 암컷 새끼양 한 마리 밖에 없었고 그 양을 자식처럼 키웠습니다. 그런데 부자는 손님에게 접대하기 위해 자기 것은 놔두고 가난한 사람의 양을 빼앗아 손님을 접대했습니다.”

다윗이 그런 나쁜 놈은 가만두면 안 된다고 하니 나단이 말했습니다. “임금님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이 얼마나 담대한 말입니까? 이것이 바로 기독교의 예언자 전통입니다. 다윗은 신앙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잘못을 회개했습니다만 그래도 죽을 각오 없이는 왕을 꾸짖지 못합니다. 실제로 세례요한은 헤롯왕이 동생의 아내 헤로디아를 취한 것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결국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렇게 예언자로 사는 일은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아무 고난없이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말씀도 “의를 위해 박해를 받는 사람은 복이 있다.”고 했습니다.

지나간 7, 80년대에 한국이 독재하에 있을 때 독재에 저항하는 교회는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교회장로에게 압력을 넣었습니다. 한번은 박정희대통령이 인천 판유리공장의 최태섭 사장에게 수도교회에 나가는 것을 그만두지 않으면 공장문을 닫게 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최태섭사장은 수도교회 수석장로였는데 그 교회의 담임목사인 김상근목사가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일에 앞장섰기 때문입니다. 최태섭장로는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다 지난 다음에 최장로님은 자기는 교회를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은 박정희대통령이압력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그후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회자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런 일들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예배시간에 정보과 형사가 “나도 교인입니다”하며 예배좌석 뒷자리에 앉아서 메모를 합니다. 목사님은 그 스트레스를 받으며 설교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고난을 감수한 교회 덕분에 지나간 70년대에 교회가 2.4배나 성장했습니다. 신앙이 빛을 발했습니다.

저는 북한인권단체연합회 대표입니다. 한국의 북한인권운동을 대표하는 직분입니다. 이 때문에 제가 짊어져야 하는 십가가가 있습니다. 지금 북한인권의 개선을 가로막는 세력은 누구인가? 물론 김정일입니다. 그런데 그 뿐이 아닙니다. 김정일 정권은 중국이 뒷받침하기 때문에 버티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문제의 근원은 중국정부입니다.

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전에는 중국정부를 향해서 제발 탈북난민을 강제송환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면 결국은 중국정부가 들어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중국정부는 끝내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수없이 중국대사관 앞에 가서 데모를 했지만 중국정부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천안함 폭침문제에서도 중국정부는 김정일의 편에 섰습니다. 이 사건을 겪고서야 우리는 북한인권 문제가 바로 중국의 문제이고 중국의 변화, 중국의 민주화 없이는 북한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절절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대세습을 중국정부가 또 지지하는 것을 보면서 이러한 확신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중국과 같은 大國은 道義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지구촌에 평화가 옵니다. 그런데 중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이익을 위해서라면 힘의 외교도 하고 보복도 합니다. 3대세습도 지지합니다. 천안함 폭침에도 눈을 감습니다.

이제까지 동북아의 가장 큰 위협은 일본의 군국주의화 우려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앞으로의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의 패권적 中華주의입니다. 그런데 중국이 민주화되지 않으면 중국의 패권주의는 결코 시정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의 앞날을 위해서도 중국정부와 정면으로 맞서야 합니다.

11월 G-20대회 때 나는 류샤오보를 석방하라는 데모를 할 생각입니다. 왜 중국이 북한의 3대세습을 지지하는가하는 항의도 할 생각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 데모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나는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틀림없이 우리교회 조선족동포들은 걱정을 많이 할 것입니다. 피해입지 않을까 염려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예수 믿는다는 것이 무조건 좋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때의 징조를 말씀하시면서 사람들이 기독교인을 환란에 넘겨주고, 기독교인을 죽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 이름 때문에 모든 민족에게 미움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나는 저 때문에 서울조선족교회 교인들이 피해를 입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까지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혹시 그런 일이 있더라도 아까 말씀드린 최태섭 장로님처럼 담담하게 환란을 감수하겠다는 생각을 해야합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중국의 민주화운동에 대해 관심이 없었습니다. 한국에도 천안문 사건으로 정치망명을 온 난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 자신이 과거에 독재정권과 싸우다가 감옥을 세 번이나 간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을 돌보는 일을 피했습니다. 그 일을 하면 조선족교회 목회에 지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달라이라마가 한국에 오려고 할 때 나는 한국정부가 달라이라마에게 입국비자를 내주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조선족교회 교인들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렸기 때문입니다. 달라이라마 편을 들다가 중국정부에게 찍히면 우리 동포들에게 부담이 갈 것 같아서입니다. 위그르 사태가 났을 때에도 저는 침묵했습니다.

파룬궁이 곤경에 빠질 때는 도왔습니다만 제가 기꺼운 마음으로 도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돕지 않을려고 도망치다가 할 수 없이 했습니다. 파룬궁 불법체류자가 중국으로 추방당했는데 중국에서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감옥에 갇힌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정부는 파룬궁 불법체류자를 추방시키지 말아야 하는데 아무도 파룬궁의 편에 서서 법무부를 향해 추방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파룬궁의 인권도 인권인데, 파룬궁도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인데 이들의 인권을 지켜주려는 한국 기독교인이 한 사람도 없다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할 수 없이 제가 법무부 앞에 가서 파룬궁과 함께 시위를 했습니다.

이렇게 도망만 치던 제가 정면으로 중국정부와 맞설 생각을 한 이유는 제가 류사오보 앞에서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류샤오보가 수상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중국인이 부끄럽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썼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중국인뿐만 아니라 저도 류샤오보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가 천안문 사태가 났을 때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아도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을텐데도 스스로 자청해서 고난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처럼 스스로 자청해서 고난을 당한 것입니다. 이러한 류샤오보의 모습에 제가 옴짝달싹 못하고 딱 걸려버렸습니다.

류샤오보의 고난에 비하면 내가 당할 고난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기껏해야 중국비자가 안 나오는 불편함입니다. 이 정도의 어려움조차 감수하려 하지 않고 전전긍긍했던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지나간 70년대에 민주화운동을 할 때 우리를 도와준 외국인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구태여 한국의 민주화 운동을 돕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온갖 불편함과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우리를 도왔습니다. 지금도 그들의 고마움을 잊지 못합니다. 그때의 고마움을 지금 우리는 중국에서 고난당하면서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싸우는 중국인들을 지원하는 일로 보답해야 합니다. 어느 때고 중국은 반드시 민주화될 것입니다. 그때에도 중국사람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한국 기독교가 되려면 지금 중국의 민주화운동을 돕는 기독교인들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또 그길은 동시에 한국의 미래를 위한 길입니다. 중국의 변화 없이는 북한의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성도여러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신앙생활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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