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은 나오미의 어떤 모습을 보고 따라갔을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절망을 딛고 일어 선 여인 나오미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나오미는 주전 1100년경, 이스라엘이 윤리적 신앙적으로 매우 타락한 사사 시대에 살았던 하나님의 사람이다. 그녀의 히브리 이름 나오미는 ‘나의 기쁨’ 또는 ‘나의 사랑하는 자’ 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나아만’의 여성형 명칭으로 보인다.

그녀는 ‘떡집’이라는 의미를 지닌 베들레헴에 사는 엘리멜렉의 아내였다. 여호와 하나님은 죄악 중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징계로 풍요로웠던 베들레헴에 심각한 기근을 보냈다. 뜻하지 않은 흉년을 맞은 이스라엘 백성들은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흉년이 장기화되자 혹자는 흉년이 들지 않은 다른 이방 지역으로의 이민을 적극 추진했다. 그 중에 엘리멜렉과 나오미 가족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오미 가족은 슬하의 두 아들, 말론과 기룐을 데리고 모압 땅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녀의 가족은 베들레헴에서 상당한 부호요, 유력자였으나 심한 기근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이민 결정을 내렸다. 수중에 있는 재산을 모두 처분해 모압 땅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을 만들었다. 그 동안 정을 나눴던 베들레헴의 일가 친척들 및 친구들과 눈물의 이별 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왜 가족 이민의 장소로 모압 땅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성경은 침묵한다.

구약성경을 보면 모압은 모세 당시 출애굽 때부터 시작하여 주전 586년 예루살렘이 함락될 때까지 이스라엘 민족과 깊은 관계를 가졌던 나라였다. 창세기 19장 30-38절의 기사를 살펴보면 롯과 큰딸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모압인데, 그가 바로 모압 공동체의 최초 조상이 됐다. 롯은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 아브라함의 조카이기 때문에(창 11:27), 모압은 이스라엘 민족과 가까운 친척 관계에 있음을 말해준다.

모압은 사해 동쪽에 있으며, 세겜 골짜기를 남경(南境)으로 에돔 땅에 접하고(민 21:12), 동쪽은 매우 건조한 지대로 알려져 있다. 북쪽 경계는 아르논강 또는 그 북쪽 40-50㎞까지를 포함한다. 모압 땅은 상당이 높은 고지대여서 좋은 곡물을 생산하고 있었으며, 목축이 매우 성한 지역이었다.

열왕기하 3장 4절 기사에 의하면 모압 왕 메사가 탁월한 양의 사육자였으며, 당시 강대국 이스라엘 왕에게 양과 털을 조공으로 해마다 바쳤다고 기록한다. 나오미 가족이 살던 고대 사회에도 모압 땅은 목양 산업이 매우 성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사해에서 북쪽으로 수㎞ 떨어진 요단강 유역은 매우 비옥했으며, 그곳에 벧니므라, 싯딤, 벧하란 등 애굽을 나와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기까지 이스라엘 노정(路程)에 여러 성읍들이 위치해 있었다는 것은 그것을 말해주고 남음이 있다(민 32:36,33:49).

나오미 가족이 다른 땅이 아닌, 인근 모압으로 이민을 결정한 동기가 위의 여건과 깊은 관련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인간의 눈으로 볼 때는 거의 완벽에 가깝게 풍요로운 조건을 모압 땅은 갖추고 있었다. 가까운 인맥도 있었고, 지리적 여건도 충분했으며 무엇보다 베들레헴의 심각한 흉년을 피해 기름진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장소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민생활 중간에 엘리멜렉, 말론 및 기룐이 모두 죽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고대 사회는 농경이 주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건강한 육신을 지닌 남자가 중요한 재산으로 취급됐다. 그녀의 집안은 세 남자의 죽음으로 모든 재산과 희망을 졸지에 상실하고 말았다. 먼 인척이 있다 할지라도, 이방 땅에서 늙은 여자의 몸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다. 나오미는 역 이민을 계획하고 두 며느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며느리 오르바는 시모의 말을 듣고 모압에 있는 그녀의 가족에게로 돌아갔다. 그러나 둘째 며느리 룻은 고집을 부리며 시모를 따라서 이스라엘의 베들레헴까지 동행했다.

하나님의 사람 나오미는 역 이민 이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절망을 딛고 삶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민가면서 팔았던 재산을 당시 이스라엘의 법 제도인 ‘기업물림’이라는 제도를 통해 가문을 일으켰다. 며느리 룻을 당시 베들레헴의 유력자요, 친척인 보아스와 결혼시키므로 기울던 가문을 일으킬 수 있었다. 당시 여자의 능력과 힘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었던 일을 과감하게 수행하는 역동적 모습을 보였다. 그녀의 성공적 삶은 전적으로 여호와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서 이뤄졌지만, 절망을 딛고 일어서려는 굳건한 믿음이 그녀와 후손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풍요로운 시대, 오늘날에는 고통스러운 삶을 청산하려는 끔찍한 자살이 유난히 많아지고 있다. 주전 12세기에 살다간 여인, 나오미의 역동적인 믿음과 열정은 우리들에게 큰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 이민생활에서 실패하고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나오미의 흥미있는 성공담은 21세기 오늘날에도 잔잔한 파도처럼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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