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로잔대회기획] 로잔운동, 교회성장 원리 제공

이지희 기자  jhlee@chtoday.co.kr   |  

안희열 교수가 읽는 로잔운동(4)

▲ 랄프 윈터(Ralph Winter) 박사는 미전도종족의 개념을 주창하고 전방위개척선교를 강조하며 세계선교에 큰 업적을 남겼다. ⓒ 크리스천투데이 DB

▲ 랄프 윈터(Ralph Winter) 박사는 미전도종족의 개념을 주창하고 전방위개척선교를 강조하며 세계선교에 큰 업적을 남겼다. ⓒ 크리스천투데이 DB

로잔운동이 오늘날 세계선교에 끼친 지대한 영향이라면 국가단위에서 종족단위의 선교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로잔운동 이전까지는 중국 선교, 베트남 선교, 카자흐스탄 선교와 같이 국가중심의 선교가 강조되었다. 하지만 한 국가 안에는 수십개 혹은 수백개의 종족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예를 들어 인도 같은 나라는 종족 수만 3천개가 넘는다. 과거와는 달리 전도 대상자가 바뀐 것이다. ‘국가’가 아닌 ‘종족’(people)이 바로 전도 대상이 되었다. 당시 종족개념은 아주 초보적인 것으로 기독교인이 20% 이내인 것을 종족이라 칭하였다. 그렇다 보니 미전도종족(unreached people) 숫자도 450개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1970년 후반 랄프 윈터(Ralph Winter) 박사가 전방위개척선교(frontier mission)를 소개하면서 미전도종족선교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미전도종족선교를 위해 한 교회가 한 종족을 입양하자는 소위 ‘종족입양운동’(Adopt-A-People, AAA)이 전개되어 확산되기도 하였다.

미전도종족선교는 1989년 마닐라선언문에서 더욱 강조되어 선교사가 파송된 지역에 기독교인 수가 많을 경우 선교사를 재배치 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 내용을 “현재 2천여개의 큰 민족들 속에 그와 같은 약 12,000여개의 ‘미복음화 소수민족’이 있으며 그들을 전도한다는 과제는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전체 선교사의 경우 7%만이 이 일에 전념하고 있으며, 나머지 93%는 세계의 절반이 되는 지역, 곧 이미 복음화 된 지역에서 일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불균형을 시정하려면 선교 인력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해야 할 것이다”라고 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미전도종족은 주로 10/40 창 지역에 배치해 있어서 선교사가 비자를 쉽게 받을 수도 없는 지역들이다. 그래서 목사 선교사보다는 사도 바울처럼 ‘자비량 선교사’(tentmaker)가 일어나야 할 것임을 피력하였다. 이처럼 2차 로잔대회는 평신도 선교사의 헌신을 폭발적으로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 다음 로잔운동이 현대 세계선교에 끼친 영향이라면 ‘전달자’(선교사)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수신자’(현지인)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었다. 1차 로잔대회가 있은 지 4년 뒤 국제복음과문화위원회는 1978년 버뮤다에서 윌로우뱅크 리포트를 발표하여 수신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제시하였다. 그 핵심적인 내용은 찰스 크래프트(Charles H. Kraft) 박사가 주장한 역동적 등가(Dynamic Equivalence) 모델이다. 이것은 현지인 교회가 서구화된 토착화로 ‘형식’(form)만 토착화가 되었지 ‘의미’(meaning)는 토착화가 안 되었다는 비평에서 시작되었다.

예를 들어 누가복음 18장13절의 “세리는…다만 가슴을 치며 가로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옵소서”라는 구절이 서부아프리카에서는 전혀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가슴을 치다”라는 말이 이 지역에서는 “자신이 이룬 업적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라는 문자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앞 뒤 문맥이 맞지 않는다. 따라서 “가슴을 치다”를 회개의 의미인 “자기 머리를 때리다”의 기능적 의미로 바꾸어야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형식’보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수신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역동적 등가 번역(Dynamic Equivalence Translation)이라 부른다. 크래프트 박사는 훗날 역동적 등가 교회(Dynamic Equivalence Church) 이론까지 확장하여 수신자(현지인)의 문화에 맞는 상황화 된 교회를 세울 것을 강조하였다. 다만 크래프트 박사는 선교 커뮤니케이션의 실패가 ‘의미’ 중심보다는 ‘형식’ 중심이었음을 깨닫게 하였고, 혼합주의(syncretism)에 빠지지 말 것을 경고하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로잔운동이 끼친 영향이라면 동질집단원리(The Homogeneous Unit Principle, HUP)를 통한 교회성장전략을 소개하였다는 점이다. 로잔운동은 소위 교회성장학파의 수장으로 불리는 도날드 맥가브란(Donald A. McGavran) 박사를 통해 새로운 교회성장전략인 동질집단원리가 소개되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 도날드 맥가브란(Donald McGavran) 박사는 동질집단원리를 통한 교회성장전략을 로잔운동을 통해 전세계에 알렸다.

▲ 도날드 맥가브란(Donald McGavran) 박사는 동질집단원리를 통한 교회성장전략을 로잔운동을 통해 전세계에 알렸다.

사실 맥가브란은 3대째 인도 선교사로 인도 문화와 언어에 탁월한 선교사였다. 하지만 서구 선교사들이 오랫동안 사용했던 ‘선교기지’(mission station) 중심의 선교는 그로 하여금 실패를 경험케 하였다. 아무리 현지 언어와 문화에 뛰어나더라도 실패하고 만 것이다. 선교기지 중심의 선교란 현지인이 선교사의 문화적 환경인 선교기지에 들어와서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선교사가 현지인을 키우는데 관심이 없다 보니 자문화우월주의(ethnocentrism)가 강하게 일어나기 마련이다. 선교기지식 접근은 사람을 세우는데 관심이 없다. 맥가브란이 실패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비록 맥가브란이 수없이 실패하였다 할지라도 그는 만남의 복을 받았다. 맥가브란의 실패를 유심이 지켜본 한 사람이 그에게 탁월하게 코치해 주었다. 그는 맥가브란에게 인도는 개인주의가 아닌 종족중심으로 된 문화여서 종족중심으로 접근해야 할 것을 충고해 줬다. 그가 바로 감리교 감독인 와스콤 피켓(J. Waskom Pickett)이다. 그의 충고를 들은 후 맥가브란은 선교지에서 회심의 가장 큰 장애물은 어떤 신학적 요소가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요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각기 다른 문화적 특성을 지닌 ‘종족’(people) 중심의 인도 사회에는 개개인의 회심을 강조하는 서구식 회심은 인도 문화에 맞지 않음을 발견케 된 것이다.

마침내 맥가브란은 인도에서는 ‘개인’(person) 보다는 ‘집단’(unit)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맥가브란은 인도에서 개인적 회심보다는 종족별 회심을 강조하였다. 이것을 종족운동(people movement)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종족운동은 어떻게 일으켜야 할까? 동질집단원리로 접근해야 할 것을 소개하였다. 동질집단원리란 공동체 회원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특징을 중심으로 하나의 사회를 만드는 기본공동체를 말하는데 공통된 특징이란 언어, 문화, 풍속, 직업, 가치관 등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냥이나, 음악이나, 춤을 좋아하는 종족끼리 복음을 전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복음의 반응속도는 빨라지고 연대감이 쉽게 생겨나게 된다.

그러면 종족운동은 소위 집단회심이나 그룹회심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종족운동은 ‘다중적-개인적이며 상호의존적 회심’(multi-individual mutually interdependent conversion)으로 종족 중심의 개종이지만 한편으로 개인의 회심도 함께 포함된 것을 말한다. 동일집단원리는 개종된 현지인이 자신의 문화와 사회 속에서 그대로 머물려 신앙생활 하도록 돕게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집단과 종족에서 벗어나지 않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맥가브란은 동질집단원리로 교회성장을 경험한 뒤 이를 학문적으로 발전시켰고, 이 원리는 로잔운동을 통해 전세계에 널리 알려줬다. 맥가브란 박사를 중심으로 한 풀러학파들이 제1차 로잔대회가 끝난 지 3년 후인 1977년 파사데나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동질집단원리를 처음으로 소개하였다. 이들이 바로 맥가브란 박사 외에 찰스 크래프트, 랄프 윈터, 피터 와그너(C. Peter Wagner), 아더 글래서(Arthur F. Glasser)이다. 이후 동질집단원리는 교회성장 전략으로 더 발전하여 전 세계의 목회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게 되었다.

로잔운동에 소개된 교회성장전략은 1980년 이후 한국교회를 부흥시키는데 큰 일조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교회성장에 포커스를 둔 동질집단원리는 훗날 봇물 터지듯 혹독한 비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자신과 유사한 동질그룹을 전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되, 다른 그룹에 대해 배타적이지 말 것을 당부한 것은 한국교회가 반드시 깊이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잔운동이 20세기 후반 교회성장원리를 제공한 것은 큰 공헌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안희열 교수
- 침례신학대학교 선교학 교수
- 세계선교훈련원(WMTC) 원장
-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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