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침신대 선교학 안희열 교수
로잔대회는 ‘선교 월드컵’이란 느낌이 든다. 이번 3차 로잔대회에서는 약 200개 국가에서 4천2백여명의 대의원들이 참석하여 현대선교의 핫이슈들을 논의했다. 다양한 언어, 문화, 종교를 지닌 대의원들이 10일 간에 걸쳐 남아공 케이프타운 국제컨벤션센터(CTICC)에서 모였는데, 아침 8시 45분부터 저녁 9시 15분까지 진행되었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세상과 자신을 화목케 하시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고후5:19 곧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 계시사 세상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며 그들의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아니하시고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하셨느니라)으로 화목케 하시는 하나님을 3가지 ‘때’(time)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첫번째는 박해국가들을 위해서 기도해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북한을 위해서 기도해야 할 때라는 사실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감동적인 사건은 둘째날인 10월 18일 저녁 북한 출신인 손○○ 학생의 간증이었다. 18세 손양은 세계 1위 박해국가인 북한 땅에 하나님은 여전히 역사하시고 있음을 알리는 살아있는 증인이었다.
손양의 아버지는 북한 공산당 요직에 있는 사람이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뒤 중국으로 넘어와 성경공부를 인도하다가 체포돼 강제 북송 되었다. 그는 다시 탈북에 성공하지만 북한 땅에 있는 동포들에게 복음전하기 위해 돌아갔다가 결국 처형당했다. 손양은 아버지의 뜨거운 신앙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었다. 그녀는 간증 마지막에 “하나님은 여전히 북한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여러분도 함께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고,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한반도 정세에 하나님은 여전히 역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번째는 중국교회를 위해서 기도해야 할 때라는 사실이다. 이번 3차 로잔대회에 중국교회는 미국교회(500명) 다음으로 많은 200명의 대의원을 파송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반대로 단 한 명도 참석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홍콩, 대만 등 여러 중국계 디아스포라들은 많이 참석하였다. 외부적으로는 노벨평화상 문제 때문에 중국 당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국제행사에 대의원을 파송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로잔위원회가 중국교회와 접촉할 때 삼자교회가 아닌 가정교회와 접촉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 정부는 하나의 교회, 즉 삼자교회만을 인정하기 때문에 가정교회 대표들을 파송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는 앞으로 로잔위원회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과연 중국의 삼자교회, 가정교회 중 어느 쪽과 파트너가 될 것인가가 고민이다. 한편 모든 대의원들이 ‘중국을 사랑하시는 주님’(Lord’s Love for China)의 노래를 부를 때에는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디아스포라 선교에 힘을 결집시켜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토론시간(Dialogue Sessions)에서 약 200개의 소주제들이 다루어졌는데 가장 주목을 받는 것 중의 하나가 디아스포라 선교였다. 현재 전세계의 디아스포라 숫자는 2억명으로 세계인구의 3%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의 뚜렷한 현상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재외한국인이 850만 명이고, 재한외국인이 12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 내 무슬림 숫자가 20만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특별히 한국에 입국한 해외유학생,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한국교회의 인식과 태도가 변화가 필요하다. 여러 발제자들이 유럽교회의 디아스포라 선교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소개했는데 한국교회가 눈 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외국에서 온 디아스포라들은 한국교회에게 위기가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 단일민족에서 다민족복합국가로 점차 바꿔져 가고 있는 한국사회는 외국인 디아스포라를 품고 복음을 전해야 한다.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 로잔대회가 주는 메시지임을 한국교회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안희열 교수
- 침례신학대학교 선교학 교수
- 세계선교훈련원(WMTC) 원장
-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