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못낳던 한나, 첫 아들 사무엘을 드렸더니…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기도의 사람, 지도자의 모친 한나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이스라엘 민족이 역사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사사시대 말기, 이 땅에 살았던 기도의 사람 한나는 ‘은총 또는 은혜’라는 의미를 지닌 히브리식 이름의 여인이다. 이 땅에서의 모든 삶이 여호와 하나님의 은혜 또는 은총으로 일관된 것을 성경 저자는 그녀의 이름을 ‘한나’로 명기하므로 특별히 소개한다. ‘한나’라는 여인의 이름을 성경 저자가 일부러 기록하므로, 그녀가 평생 신실한 신앙을 마음에 지니고 살았다고 선포해 준다. 사실 성경은 여자의 이름을 지면에 명기하는 것을 보편화시키지 않고 있다.

기도의 사람 한나는 예루살렘에서 북서쪽으로 8km 정도 떨어진 에브라임 산지 라마다임 소빔(숩 족속의 언덕)에 살고 있던 경건한 레위인 엘가나의 두 아내 중 한 명이었다. 매우 강퍅한 사사시대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가감 없이 선포한 선지자요, 마지막 사사(판관)로 활동했던 민족 지도자 사무엘의 모친이기도 하다.

사무엘의 부친 엘가나의 첫번째 아내요, 정실인 한나는 원래부터 자녀를 낳을 수 없는 불임녀였음에도, 가정에서 남편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엘가나의 두번째 아내 브닌나는 그런 남편의 편협된 태도를 못 마땅히 여겨 한나를 괜히 미워했다. 화날 때마다 한나의 약점인 불임을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말하며, 매사를 부정적으로 물고 넘어졌다. 두번째 아내 브닌나가 한나를 비난하고 시기한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한 남자의 첩으로서 열등감에서 비롯됐지만, 특별히 남편 엘가나가 자신보다 갑절이나 되는 관심과 사랑을 한나에게 주었기 때문에 생긴 감정적 반응이었다.

한나는 시간만 나면 여호와의 회당이 있었던 실로에 올라가 하나님을 진심으로 경배했고, 미리 준비한 흠없는 제물을 바치며 최고·최선의 제사를 올려드렸다. 그녀는 ‘만일 주의 여종의 고통을 돌아보시고 나를 생각하시고 주의 여종을 잊지 아니하사 아들을 주시면 내가 그의 평생에 그를 여호와께 드리고 삭도를 그 머리에 대지 아니 하겠나이다’ 라고 절규하며 서원기도를 드렸다. 하나님이 자신에게 아들을 선물로 주면 나실인으로 바쳐서 평생 하나님의 종이 되도록 하겠다는 중차대한 선언이었다. 한번 나실인이 되면 그 사람은 세상 속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행복을 포기하고 십자가와 같은 가시밭길을 걸어가야 한다.

같이 살던 이웃과 친지들은 한나가 나이가 들 때까지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을 여호와 하나님의 심판 또는 저주로 생각하며 늘 그녀를 향해 수군거렸다. 아들을 출산하지 못하는 것은 여인으로서 인격적 대우를 받을 수 없었다. 여호와 신앙의 사람 한나는 그토록 야속한 사람들을 원망치 않고 여호와 하나님께만 나아가 무릎을 꿇고 눈물로 하소연했다. 남편 엘가나는 아내 한나를 향해 ‘내가 그대에게 열 아들보다 낫지 아니 하뇨’ 라고 말하면서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이스라엘을 다스리던 사사 엘리 제사장이 한나가 실로의 회당에 엎드려 눈물로 기도하는 것을 보고 낮술에 취한 줄 오해할 정도였다. 한나의 마음 속에 있던 진실한 소원을 들은 제사장 엘리는 하나님이 반드시 신실한 그녀의 기도에 응답할 것을 말하며 그녀에게 희망을 줬다. 불임녀로 살던 한나의 간절한 소원은 하나님께 상달됐고 때가 되매 사무엘이라는 탁월한 아들을 낳았다. 아들 사무엘이 젖을 뗄 때까지 한나는 실로에 있는 회당에 올라가지 않았다. 사무엘이 하나님의 충실한 종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건강 관리와 신앙 교육을 다했다.

아들 사무엘이 3살 정도 돼서 젖을 떼자, 여호와께 약속한 대로 실로에 있는 회당으로 올라가 하나님의 종, 나실인으로 바쳤다(삼상 1장). 사무엘은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엘리 제사장의 고급 교육을 오랫동안 받게 됐다. 한나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 실로까지 유학을 보냈던 것이다.

이후 한나는 태의 문이 열려 세 아들과 두 딸을 더 얻었다(삼상 2:21). 사무엘이 없는 빈 자리를 다른 자녀들이 메꿨다. 그녀는 여호와 하나님께서 자신의 눈물 있는 간절한 기도를 들으신 것을 온 마음으로 감사했다. 성령에 충만해서 항상 기도한 사람 한나는 장차 메시야가 이 땅에 출현할 것을 예언하는 영성 있는 찬송도 기도문으로 만들어 올려 드렸다(삼상 2:1-10). 그녀의 입에서 나온 찬미는 신약에 나오는 마리아의 찬가(눅 1:46-55)와 비교될 정도로 탁월한 작품이었다.

한나가 탁월한 지도자 사무엘을 출산하기까지 육적으로는 매우 힘들었지만, 영적으로는 평화로운 목가적 광경을 연출했다. 기도로 이룬 광경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모세가 이 땅에 탄생할 때를 생각나게 한다. 한나의 아들 사무엘의 출생은 주전 15세기 출애굽 사건과 같은 새 혁명의 시대를 예견하는 듯했다. 그녀의 아들 사무엘이 이스라엘의 사사 시대를 종언하고, 새로운 선진 왕정시대를 여는 리더가 된 것은 한나의 기도를 통해서 미리 예견된 것이었다. 민족 공동체를 성경적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경건한 지도자의 모친으로서 전형이 그녀의 출산 배경과 몸에 밴 여성으로서의 품위에서 느껴졌다.

기도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자녀를 성경적으로 양육하며, 오직 기도로 미래를 준비했던 한나의 영성이 그녀는 물론 그녀가 속한 국가공동체 마저 살렸던 것이다. 오늘날도 신실한 성도들의 기도는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넉넉한 능력이 그 속에 농축돼 있다. 연약한 여인 한나의 기도를 통해 매사를 승리케 하신 여호와 하나님은 혼란스런 오늘의 국가 및 사회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신실한 기도의 사람을 애타고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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