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목사 쫓아내는 것이 습관 됐습니다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유희동 목사의 Q & A 상담코너

▲광야교회 유희동 담임목사.

▲광야교회 유희동 담임목사.

Q: 저는 뉴욕 중심부에서 목회하고 있는 K 목사입니다. 주변에 한인 교회가 많아서 그런지 저희 교회에는 청년들이 많이 나옵니다. 저는 사업에 실패하고 오십이 넘어서 목회를 시작 했습니다. 이제 나이가 육십을 넘어서 2, 30 대의 젊은이들을 커버하기에는 사실 무리입니다. 그래서 젊은 부 교역자를 두고 그들을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두 세 달만 지나면 제 마음이 불안해지고 그들의 꼬투리를 찾아내곤 합니다. 사실상 따지고 보면 별 것은 아닌데… 결국은 젊은 부교역자를 내쫓아 보냅니다. 뿐만 아니라, 사임한 부목사에 대해서 나쁘고 이상한 소문을 퍼뜨려야 안심이 됩니다. 이런 방법들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제 나름대로 교회를 살려보려고 한 것인데, 교인들이 이런 것을 눈치 채고 떠나니, 제 마음이 참 괴롭습니다.

몇 년을 반복해 오다 보니, 이제는 이런 일을 그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게 쉽게 그만두어지지 않아서 괴롭습니다. 다른 방법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고 내가 왜 이런 목회자가 되었는지 한심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처음에 이런 일이 있을 때, 누군가 내게 조언해 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사실 이런 것들은 저와 제 식구들이 아무도 모르게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습니다. 이제는 내가 목회를 그만 둘 때가 되었는지, 언제까지 해야 좋을지 모르지만, 이런 좋지 않은 습관들을 빨리 벗어야 될텐데…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답답해서 애기나 해 보려고 연락했습니다.

A: 저도 다른 주에서 목회할 때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교회 역시 유학생들과 젊은이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 교회 담임 목사님 역시, 나이가 많으시고 젊은이들과 호흡을 같이 하기에는 역 부족이었습니다. 저는 그 교회에서 제자 훈련과 상담을 하면서, 그들의 신앙과 삶을 도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야말로 3 개월 만에 그 교회에서 쫓겨 났습니다. 제가 열심히 일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 제 뒤로는 저에 대한 악성 루머가 따라다녔습니다. “어떤 여자 돈을 떼 먹고 도망간 사기꾼 놈:” 이라는… 터무니 없는 이런 이야기가 그 이후의 저의 삶과 사역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모릅니다. 맑고 순수한 젊은 영혼들을 뒤로 하고 아무 말없이 떠나야만 할 때, 저는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이제 수 년의 시간이 지난 후, 비슷한 목회 현장 이야기를 들으면서 싸-한 아픔이 밀려옵니다. 모세와 여호수아, 그리고 바울과 디모데를 생각해 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목회 리더십을 아름답게 양도했다는 것입니다. 여호수아는 모세의 시종이었고 나이가 많아서 모세의 지도력을 이양 받았습니다. 디모데는 바울의 믿음의 아들이었고, 젊어서 바울의 지도력을 배우고 이양 받았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을 인정한다면, 하나님의 부르심에는 나이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젊어서 부르심을 받았지만, 오랜 동안의 훈련을 받고 쓰임 받는 목회자가 있는 반면에, 나이 들어 부르심을 받고 곧 바로 쓰임 받는 목회자도 있습니다. 또한 좋은 신앙의 토대 위에서, 어려서부터 훈련을 받고 젊어서 부르심을 받아 곧 바로 쓰임 받는 사역자들도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부르심을 받든지, 우리 목회자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나님의 뜻에 순종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목회자가 자신의 사리사욕을 생각하는 순간, 이미 그 마음은 병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제가 그 교회를 떠나고 나서, 주변의 동료 목회자들이 이런 충고를 해 주었습니다. “ 다음에 목회할 때는 너무 잘하지 마, 너무 잘하면 또 쫓겨 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 하나님을 기쁘게 하랴, 사람을 기쁘게 하랴 “ 라는 말씀이 떠오르지만, 그들이 무안해 할까봐 침묵으로 그 어색한 자리를 모면하곤 합니다. 이민 목회 현장의 또 하나의 경구는 “부 교역자는 능력 있는 사람보다 복종 잘 하고 말 잘 듣는 사람을 쓰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부 교역자가 교인들을 데리고 나가서 개척할까봐” 라는 것입니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이민 교회 안에 이런 일들이 종종 있어 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목회 윤리를 전혀 모르는 미성숙한 사람들에 의해서 빚어지는 잘못된 행패입니다.

일부의 사건을 전체 교회의 일로 확대할 때, 주님만을 바라보고 열심히 일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며, 그들은 마치 앞으로 교인들을 데리고 나갈 나쁜 용의자(?)로 주목 받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주어진 장소와 시간 안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최선의 사역을 감당할 때, 시기와 질투, 다툼과 분냄, 그리고 두려움과 불안은 사라질 것입니다. 모세나 바울과 같이 맡겨주신 사역에 후회함이 없이 최선을 다하고, 물러설 때 깨끗이 물러설 수 있는 목회자가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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