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로잔대회기획] 한국교회, ‘참여’를 넘어 ‘주도’하길

이지희 기자  jhlee@chtoday.co.kr   |  

안희열 교수가 읽는 로잔운동(7) - 최종회

▲2010 케이프타운 제3차 로잔 보고대회에서 한국로잔위원회 의장인 이종윤 목사가 인도하는 모습. ⓒ안희열 교수

▲2010 케이프타운 제3차 로잔 보고대회에서 한국로잔위원회 의장인 이종윤 목사가 인도하는 모습. ⓒ안희열 교수

▲한국로잔 보고대회에 참석한 주요인사들의 기념 촬영. ⓒ안희열 교수

▲한국로잔 보고대회에 참석한 주요인사들의 기념 촬영. ⓒ안희열 교수

제3차 로잔대회는 ‘21세기 세계선교의 대문(大門)’과도 같았다. 앞으로 세계선교의 흐름과 방향을 제시하였고 어떻게 선교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성경적인지 활짝 열어주는 대회였기 때문이다. 3차 로잔대회에서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많은 100명의 대의원을 파송하였고,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전체 예산의 1/10에 해당되는 약 150만불을 후원해 한국교회의 위상을 한층 끌어 올렸다. 3차 로잔대회를 마친 뒤 한국로잔위원회에서는 11월 11일 오전 7시 서울교회에서 ‘2010 케이프타운 제3차 로잔 보고대회’를 가졌다. 이날 모임에 약 40명이 참석하여 1부 경건회, 2부 보고대회, 3부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로잔 보고대회에서는 ACTS의 이동주 교수, 전 성결대 총장인 성기호 목사, 한국로잔 고문인 조종남 박사가 각각 15분간 발제하였고 이후 종합 토의를 가졌다. 한국로잔위원회는 이 시간 앞으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논의하였는데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한국교회는 포스트모더니즘시대에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3차 대회의 주제는 ‘세상과 자신을 화목케 하시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나님’이시다. 예수 그리스도는 유일한 화목자시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진리이시며, 예수 그리스도만이 복음의 안전성이 된다는 사실을 재확인하였다. 성기호 목사는 3차 로잔대회는 “WCC가 타종교에도 진리가 있다는 것을 반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3차 로잔대회에서는 특히 케이프타운서약이 발표되었는데 이것은 1차와 2차 로잔대회의 정신 위에 세워졌다. 케이프타운서약에서 부각된 것은 바로 화목케 하시는 그리스도이시다. 그래서 케이프타운서약 제1부 넷째 조항을 보면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과 같은 권능으로 자신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통치하시며, 역사를 지배하시며, 모든 열방을 심판하시며,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모든 이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이라고 기술하였다.

둘째로 한국교회는 ‘화목(reconciliation)케 하시는 그리스도’를 널리 알려야 한다. 이 세상은 끊임없는 기독교 박해와 탄압, 주변 국가 간의 전쟁, 내전, 자연재해, AIDS, 생태계 파괴, 도시화에 따른 빈부 격차 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나님은 이와 같은 세상과 화목하시기를 원하신다. 죄로 죽을 수밖에 없던 우리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가까워졌듯이 그리스도 역시 세상과 화목하기를 원하시는 것이다. 그래서 케이프타운서약이 1차, 2차와의 차이점이라면 ‘사랑’(love)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사랑한다”(We love the living God), “우리는 성부 하나님을 사랑한다”(We love God the father), “우리는 성자 하나님을 사랑한다”(We love God the son)라는 서약문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셋째로 한국교회는 한국인 디아스포라 1.5세나 2세의 참여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사실 이번 3차 대회 때 운영팀(Congress Team)은 한국인보다는 중국계 미국인이 대거 참여하여 운영하였다. 한국교회가 3차 로잔대회에서 대의원 숫자라든가 재정지원에 비해 운영 참여율은 턱없이 부족했다는 예기가 많이 흘러나온다. 여기에는 언어라는 장벽도 함께 따르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영어가 자유로운 1.5세나 2세들 가운데 탁월한 지도자를 발굴하여 세계선교에 공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때이다. 그래서 4차 로잔대회 때는 미국, 영국, 호주 등지에서 성장한 한인 1.5세 젊은 지도자들이 세계선교에 공헌할 수 있길 기대한다.

넷째로 한국교회는 로잔대회에서 다루어진 소논문들 가운데 주요한 것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발표하여 책으로 출판하여야 한다. 그래서 한국로잔위원회에서는 앞으로 각 분과별로 모임을 많이 가질 예정이다. 사실 지난 1차, 2차 로잔대회가 끝난 후 세계선교에 큰 영향력을 끼친 그룹은 풀러(Fuller)학파 교수진들이다. 도날드 맥가브란, 피터 와그너, 랄프 윈터 박사는 한 시대의 선교흐름을 제시하는 주제들을 다루었고 양질의 책을 출판하였다. 한국로잔위원회 의장인 이종윤 목사는 “이제 한국교회는 세계선교에 영향을 끼쳐야 할 때”라고 했는데 필자 역시 이에 동의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물질로 지원하는 것 외에 전략적으로, 신학적으로도 선한 영향력을 끼칠 때가 왔다고 본다. 그래서 앞으로 한국교회는 로잔대회에서 다루어진 소논문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학술대회나 포럼을 통해 집중적으로 발표해야 할 것이다. 이곳에서 발표된 논문들은 책으로도 출판되어야 하며 질 좋은 논문들은 영문으로도 출판되어 세계선교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1974년 제1차 로잔대회에 참여할 당시는 그저 ‘구경꾼’에 불과하였다. 당시 한국선교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후 2차 로잔대회가 198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을 때는 한국교회로 하여금 ‘눈에 비늘을 벗기게 해준 귀한 대회’였다. 왜냐하면 1990년까지 1천명 밖에 안 되던 선교사가 때마침 1989년 실시된 해외여행자율화로 단기선교가 급증하면서 한국교회로 하여금 세계선교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주었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한국교회는 미전도종족선교라든가 전방위개척선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후로 한국교회는 2만명이 넘는 선교사를 파송하게 되었고 선교단체도 급격히 늘어났으며 선교전문가도 많이 배출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번 로잔 3차대회에서 한국교회는 적극적인 ‘참여자’로 참가하였다. 인적으로도, 물적으로도 큰 공헌을 하였다. 바라기는 제4차 로잔대회가 열릴 때에는 한국교회가 이 단계를 넘어서서 세계선교의 ‘주도자’(leader)가 되길 바란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한국교회는 인재를 키워야 한다. “선교의 꽃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젊은 일꾼들을 많이 길러내어 훗날 세계선교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끝)

안희열 교수
- 침례신학대학교 선교학 교수
- 세계선교훈련원(WMTC) 원장
-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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