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칼럼] 대박 쪽박 소박 함박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김범수 목사(워싱턴 동산 교회 MD).

▲김범수 목사(워싱턴 동산 교회 MD).

“슬근슬근 톱질하세 슬근슬근 톱질하세 한 박을 켜면 은 나오고 둘째 박을 켜면 금나오고” 흥부네 집에 경사가 났다. 쥐구멍에도 해뜰 날이 있다더니 찌들어 못살았던 흥부네 집에 하루아침에 박이 열렸다. 대박이 터졌다. 오늘 날도 그 흥부네 대박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대박을 걸고 이름을 짓는다. ‘대박집’ ‘대박주’ ‘대박가족’ ‘대박예감’ ‘대박낚시’ ‘대박식당’ ‘대박나라’ ‘대박타임’ '대박인생‘ ‘대박성공’ ‘대박인기’등 말하기가 힘들 정도로 대박에 감싸여 있고, 대박에 젖어 있다.

대박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 흥부가 대박을 거두었는지를 알지 못하고 대박을 꿈꾸면 그것은 허망이고, 허상, 그리고 욕심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라”(빌립보서2:3)고 말씀하신 것이다.

흥부는 참 착한 사람이었다. ‘착하다’는 말이 단지 조용하고, 용기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렇게 본다면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속담처럼 조용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흥부가 착한 것은 가난함 속에서도 가졌던 마음의 여유였다. 그 여유는 허풍이나 자존심이 아니라 자기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것이다. 그 긍정적인 마음, 어떻게 보면 자기 분수를 알고, 자기 때를 알고, 자기 일에 대해 결코 절망하지 않는 끈기와 인내가 다른 것들을 바라 볼 수 있는 시야를 갖게 한 것이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흥부는 자기 삶에 만족했다. 자기 몸 추스르기에도 정신적 여유가 없었을 터인데 그래도 둥지에서 떨어진 제비의 다리를 고쳐준 마음은 요즘같이 물질의 가치가 난무하는 맘모니즘의 시대에는 별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이 바로 가장 인간적이고, 기본적 삶의 모습이다. 그 결과로 하늘의 축복을 받아 제비가 던져주는 박씨를 받아 그것을 심어 가을에 대박을 거두게 되었다.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흥부의 소문을 듣고 놀부도 대박의 꿈을 이루고자 애꿎은 제비의 성한 다리를 꺾어 결국 흥부같이 박을 얻기는 얻었다. 그러나 그 박을 열어보았더니 재물은커녕 괴물들이 놀부의 재산을 다 털어가고 말았다는 이야기는 또 우리의 마음을 긴장하게 한다. 사람들은 이 놀부 같은 인생을 쪽박이라고들 한다. 성경은 늘 우리에게 말씀한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느니라(야고보서1:15).

쪽박은 속이 비어있는 허상이다. 우리말로는 앙꼬(표준말: 팥소) 없는 찐빵이다. 겉은 그럴 듯한데 속은 비어있는 겉치레의 삶을 말한다.

소박(素朴)하다는 말은 꾸밈이나 거짓이 없는 수수함을 말한다. 요즘 말로 말하면 유기농법으로 지은 농산물을 말한다. 자연식품이다. 본래의 것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늘 자신을 지켜 나가는 만족의 삶이 소박한 삶이다. 이것을 성경은 ‘지족(知足)하는 삶’이라고 정의한다. 지족하는 사람은 경건에 큰 유익이 있다고 했다. 즐겁고 행복하고 감사한 삶을 갖게 되는 것이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이 함께 나오는 지역에 살고 있는 마을이 있었다. 어느 지나가는 나그네가 그 마을을 보면서 아낙네들이 빨래를 가지고 와서는 뜨거운 물에서는 빨고, 차가운 물에서는 행구고 가는 것을 보고 그 아낙네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얼마나 좋겠소. 뜨거운 물에서 빨고 차가운 물에서 행구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오?” 그러자 아낙네들이 같은 입으로 이렇게 말했다. “무슨 말입니까? 비누가 나오지 않는데……. 맹물에다 빨래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십니까?”

늘 살아도 우리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시간과 장소, 그리고 환경은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설령 잠간의 웃음이 온다하더라도 지나가고 만다. 우리가 늘 웃고 살 수 있도록 세상은 그렇게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세상은 심술을 우리에게 부린다.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가 우울하고 슬퍼하며 살기를 바란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것을 넘어서야 한다. 어느 때에라도 웃을 수 있는 여유, 감사할 수 있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성경은 말씀한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로니가 전서5:16-18)”

‘항상 기뻐하라’는 함박 웃으라는 말이다. 작은 것에 감사하면 큰 것도 감사할 수 있다. 그러나 작은 것도 감사하지 못하면 아무리 더 큰 것이라도 감사하지 못하게 된다. 소박한 삶을 만족하면 함박웃음을 짓게 된다. 그러나 더 큰 대박만 생각하다가는 나중에는 찌그러진 초라한 쪽박 같은 얼굴, 슬픈 삶을 지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북한 2025 신년경축대공연 김정은

평양 한복판 김정은 앞 ‘예루살렘 그 거룩한 성’ 성가 멜로디, 우연인가?

‘우리의 국기’ 연주 중 간주 부분 세계적 성가곡 ‘거룩한 성’ 유사 조옮김해 보면 박자와 음정 일치 표절보단 개사 후 ‘복붙’한 정도 예루살렘 재건 노래한 유명 성가 평양, 동방의 예루살렘 불리던 곳 김정은 등 최고 지도부가 총출동한 북한(조선민주…

복음통일 컨퍼런스 33차

25년 후 기독교 인구 265만 명 감소 예상… 경상도가 감소율 최고

25년 후에는 국내 기독교인의 인구가 지금보다 265만 명 줄어든 560만 명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특히 지방 소멸 위험 증가 속에서 경상도 지역에서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이하 목데연)은 21일 넘버즈 272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낼 성경에 사인하는 김진홍 목사.

윤석열 대통령, 옥중에서 성경 읽는다

김 목사 “나도 옥중에서 성경 읽다 영적 체험 尹도 하나님 만나 새로워진 뒤 직 복귀하길” 시편 “여호와께서 붙드심이라” 글귀도 적어 윤석열 대통령이 옥중에서 성경을 읽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은 김진홍 목사(두레수도원 원장)가 매일 아침 공…

윤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부의 행태 규탄 기자회견

“윤 대통령 인권 침해 반대… 인권위, 불구속 수사 권고해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와 구속을 강력히 규탄하며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불구속 수사를 권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등 40여 개 시민·기독교 단체들은 20…

Carl R. Trueman 칼 트루먼

세상 바꾸려는 비판 이론, 세상 바꾸는 참 복음으로 바꾸자

서던 침례 신학교 총장인 앨버트 몰러는 이렇게 평가했다: “칼 트루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그를 발명해야 했을 것이다.” 재치 있고 탁월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트루먼처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찬수 목사

이찬수 목사 “‘유사 내전’이라 할 정도로 대립 심화”

분당우리교회(담임 이찬수 목사)에서 ‘나라를 위한 기도’와 ‘나라를 위한 기도제목’을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이찬수 목사는 지난 15일 ‘지금은 나라를 위해 기도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역대하 7장 14-15절을 언급하면서 “지금은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