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고성을 돌면서, 할 말이 왜 없었겠는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유동근의 여호수아 25] 하나님 명령 가운데 가장 지키기 어려운 한 가지

▲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 유동근 목사(온누리선교교회).

2. 침묵

마이어(F. B. Meyer) 박사는 하나님의 명령 가운데 가장 지키기 어려운 한 가지가 가만히 있는 것이라 했다. 이러한 영적 위기에서 침묵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믿음이다. 믿음이 있기에 침묵할 수 있다. 만일 여호수아가 그들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승리의 좋은 방책이겠느냐고 물었다면 그들은 상당히 소란스러웠을 것이고, 한 바퀴 돌고 와서는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서너 바퀴 돈 다음에는 할 말이 더 많았을 것이고, 소용없는 일이니 이제 그만 돌자는 의견도 꽤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여호와께서는 “너희는 외치지 말며 너희 음성을 들레지 말며 너희 입에서 아무 말도 내지 말라”고 하셨다. 하나님이 하실 때 우리는 말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침묵은 하나님의 하시는 일에 대한 경건한 기대를 나타낸다(매튜 헨리).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일을 6일간 계속 행해야 했다. 영적 전쟁에 참여하는 자들이 대적들 보기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은 믿음으로 행하는 것이다. 그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듯했지만 실상은 만군의 여호와의 언약궤가 그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들은 주님과 동행하고 있었다. 말없이 주님과 함께 길을 걸어가는 것이(갑자기 어떤 놀라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영적 전쟁을 하는 이들의 평상시 정상적인 모습이라 보면 맞을 것이다. 이들은 마지막 전투 개시의 나팔소리가 울려 퍼질 그 순간까지 끊임없이 길을 걸어가야 한다.

3. 마지막 순간까지

전쟁은 과정이 중요하고 최후의 순간이 중요하다. 여섯째날까지 잘 기다리며 역사했다 하더라도 마지막 날 일찍 일어나 일곱 바퀴 돌고 합심하여 소리치며 나아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들은 마지막 일곱 바퀴를 돌고 일곱 제사장이 일곱 양각 나팔을 길게 울려 불 때 합심하여 크게 소리를 지르게 되어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그렇게 했고 여리고 성은 그대로 무너졌다.

빌립보서 2장에 의하면 그리스도께서는 일곱 단계에 걸쳐 낮아지셨다. 1)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하지 않으심 2) 자기를 비우심 3) 종의 형체를 가지심 4) 사람들과 같이 되심 5)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심 6) 자기를 낮추사 죽기까지 복종하심 7) 십자가에 죽으심

주님은 십자가에 죽으시기까지 한 단계 한 단계 자기를 낮추셨다. 이러한 복종과 낮추심은 십자가에 죽으심에서 절정을 이뤘다. 오늘 많은 젊은 그리스도인들이 좋은 순종과 겸손을 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다섯 번, 여섯 번까지는 잘 하다가 중도에 탈락하고 또는 마지막 일곱 번째에 가서 실패한다. 마지막까지 순종하는 자가 참으로 이기는 자다.

오랜 동안 참고 인내하며 순종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못 참고 거역하고 살아 걸어 나오는 모습은 실패자의 모습이다. 여섯번째까지 성을 한 바퀴씩 도는 방식이 지루해 보이고 통하지 않는 것 같아보이자 일곱 번째에 방법을 바꾸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 결과가 어떠했겠는가? 하나님은 방법을 바꾸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지막 날에는 그 동일한 방법을 일곱 번으로 강화시키셨다.

하나님의 하시는 일의 방식은 언제나 본질이 같다. 그것은 순종과 사랑과 믿음과 의의 원칙 아래 시행된다. 아더 핑크(Arthur W. Pink)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패처럼 보인다 하여 다른 방법을 취하는 것은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최후의 순간까지 하나님의 명령하심에 꼭 붙어 있어야 한다.” 최후의 순간까지 하나님이 명하신 세밀한 모든 것에 대한 순종을 대치할 것이 없다(J. M. Boice).

4. 생각

그들이 육 일 동안 여섯 바퀴를 돌면서 생각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들은 그 높은 성벽을 바라보면서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정복할 능력이 없음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6일간 행진은 그들로 하여금 여리고성의 정복이 오로지 하나님이 개입하셔야 하는 전쟁임을 깊이 인식했을 것이다. “무릇 사람의 할 수 없는 것을 하나님은 다 하실 수 있느니라”(눅 18:27). 사람이 자신의 무능함을 철저히 인식하지 않고서는 하나님의 하실 수 있음을 의뢰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그들로 열 세 바퀴나 돌게 하신 것은 믿음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들은 그 전쟁을 자신들의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이 지시하신 말씀대로 치른 것이다. 말씀에 따라 한 가지 한 가지 행하는 것이 믿음의 길이요 영적 전쟁에 임하는 비결이다. “그들로 많은 날 성을 돌게 하신 것은 하나님께서 그분의 섭리의 길을 가르치시기 위함이다.”(Calvin). 우리가 기도하면서 주의 인도하심을 구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행동할 때인지 기다릴 때인지를 가르쳐 주신다(Lias, 이상근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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