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부끄러운 사람’ 이스보셋(Ishbosheth)
히브리어로 ‘부끄러운 사람’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스보셋’은 통일 이스라엘의 초대 왕 사울의 넷째 아들이다. 본래 그의 이름은 에스바알(‘바알의 사람’이라는 의미)이었으나, 그가 여호와 하나님 앞에서 떳떳하지 못하고 부끄럽게 살았기 때문에 ‘이스보셋'이라는 별명이 본명으로 수정됐다(대상 8:33, 9:39, 삼하 2:8).
당시 삼림이 무성했던 길보아산에서 사울왕과 그의 장남 요나단을 비롯한 삼 형제가 모두 전사했다. 유다 지파를 제외한 다른 11지파 사람들은 다윗왕에게 복종하는 것을 거절하고, 사울왕의 아들 이스보셋이 이스라엘을 통치할 정당한 후계자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당시의 문화와 관습 속에서는 사울왕의 아들, 이스보셋이 이스라엘의 제2대 통치자가 되는 것은 매우 옳았다. 하나님으로부터 왕으로 임명된 다윗은 어쩔 수 없이 유다 지파만을 이끄는 단일 지파의 통치자로 전락했다.
이스보셋은 유다를 제외한 다른 지파를 어깨 위에 올려놓고, 하나님이 임명한 유다의 왕 다윗과 통일왕국의 왕위를 놓고 7년 동안이나 치열하게 다퉜다(주전 1011-1004). 당시 이스보셋의 나이는 40세 가량이었으나, 통일 이스라엘을 통치할 수 있는 능력과 인격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당숙 아브넬이 자신의 야망을 채우기 위해 무능한 조카를 등에 업고 백성들을 설득해 권력을 탈취했다.
11지파가 연합해서 세운 이스보셋의 통일 국가는 당숙 아브넬이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괴뢰 집단이었다. 자의로 세워진 이스보셋의 괴뢰 집단은 용맹한 다윗 군대에 쫓겨 요단강 동쪽 마하나임을 도성으로 삼고, 2년간 11지파로 구성된 이스라엘을 통치했다(삼하 2:8-10). 그들은 이스라엘의 12지파를 모두 지배하기 위해 다윗이 왕으로 있는 유다 지파와 사사건건 다투었으나, 여호와 하나님은 다윗의 손을 들어주셨다. 하나님의 사람 다윗은 점점 강성해졌고, 여호와를 떠난 사울의 집은 급격하게 쇠퇴했다(대상 2:13-3:1).
이스보셋의 오른팔이요, 이스라엘 11지파 공동체의 실질적인 주인인 당숙 아브넬이 어느 날 사울왕의 첩을 강간했다. 아브넬이 무능한 이스보셋 정권을 무너뜨리고 자신이 왕으로 즉위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해석됐다. 이스보셋이 아브넬의 추하고 악한 행동을 강하게 책망하자, 군대장관으로 무력을 지닌 아브넬은 오만불손한 태도로 왕에게 도전했다. 양자 간에는 더 이상 동역할 수 없을 지경의 불화가 생기고 말았다.
불법 괴뢰 집단의 무능한 통치자 이스보셋은 자신을 왕으로 추대했던 유력한 지원자였던 아브넬을 결국 잃게 됐다. 아브넬은 대노하여 자신의 주군인 이스보셋을 버리고 다윗왕에게 귀순할 뜻을 전했다. 다윗은 자신의 전처였던 사울의 딸 미갈을 데리고 함께 온다는 조건으로 그의 귀순을 허락했다(삼하 3:6-21). 유다 지파 군대에 귀순한 이후 아브넬은 다윗에 최선을 다해 충성하며, 무관으로 살아가게 됐다.
귀순한 아브넬이 다윗왕과 함께 평안하게 사는 것을 요압은 늘 못마땅하게 여겼다. 아브넬은 그런 요압(다윗의 누이 스루야의 아들)에 의해 다윗이 전혀 모르는 사이에 헤브론에서 암살됐다(삼하 3:26,27). 다윗왕은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석해하며, 애도했다(삼하 3:31-37). 괴뢰 집단의 실질적인 창시자요, 권력자인 아브넬의 죽음을 들은 이스보셋은 큰 충격을 받아 손맥이 힘을 잃고 풀릴 정도였다(삼하 4:1).
결국 이스보셋왕은 신하 레갑과 바아나에 의해 오수(午睡) 중에 암살당했다. 그들은 자신의 왕 이스보셋의 목을 베었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헤브론에 거처하고 있는 다윗 왕에게 바쳤다. 원수를 죽인 자신들을 다윗이 크게 예우 할 것으로 생각하고, 대우받을 것에 가슴이 부풀어 있었다.
다윗왕은 자신들의 통치자 이스보셋을 배반하여 죽인 죄목을 들어 두 사람을 모두 사형에 처했다. 두 명의 기회주의자들은 준비된 나무에 매달려 비참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스보셋의 머리는 헤브론에 있는 아브넬의 무덤에 정중히 장사했다(삼하 4:5-12). 사울왕의 아들 이스보셋의 죽음으로 인해 이스라엘 통일 왕조를 처음 열었던 사울 왕조는 결국 종말을 고했다.
40여년 동안의 통치기간 중에 사울 왕조는 여호와 하나님이 세운 다윗왕을 방해하고 해하려는 악한 비전만을 중심에 품고 달렸다. 사울도, 그의 아들 이스보셋도 다윗에 대한 상대적인 열등 의식으로 인해 두려움을 가슴 깊이 품고, 평생 부끄럽게 살았다. 여호와 하나님이 맡긴 국가와 백성의 행복보다는 자신의 사적인 권좌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싸웠다. 그들 가문은 결국 부끄러운 죽음으로 결말이 났고, 한때 세상을 지배했던 화려한 황실 가문은 완전히 문을 닫게 됐다.
하나님의 뜻을 거슬러 살아가는 상위 층 가문, 공복 의식을 갖지 않고 이기적인 마음만을 지닌 사람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하나님의 뜻과 다르게 살고 있는 부정한 사람들의 첫걸음은 전혀 문제가 없어보인다. 그러나 때가 되면 여호와 하나님의 심판이 반드시 불의한 집단에 임하게 된다. 공의로운 하나님은 바른 길을 걷는 하나님의 사람을 사용해 자신의 나라를 이뤄가신다.
다윗이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여호와 하나님이 주신 의로운 길을 걸어가려고 최선을 다했다. 가능하면 이기적인 마음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최고로 살아가려고 힘을 다했다. 이스보셋은 막강한 인간적인 무력과 권력을 등에 업고 불의하게 살았다. 그의 인생은 실패와 더불어 불행하고 부끄러운 결실을 맺었다. 세속적인 이스보셋의 길은 얼마간 화려했어도, 결국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성경은 알려줬다.
정도를 걷지 않고 이기적이며 세속적인 삶을 갈구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스보셋은 반면교사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타락한 세상에서 정도를 걷는 것은 어렵고 힘들지라도, 그 길만이 성공과 승리가 보장된 길이다. 불의가 영원히 승리한 적도, 승리할 수도 없다는 것을 이스보셋의 삶을 통해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