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다윗의 아내가 된 밧세바(Bathsheba)
통일 이스라엘의 제2대 왕 다윗의 아내가 된 밧세바는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 엘리암의 딸이며, 아히도벨의 사랑스런 손녀다(삼하 11:3). 그녀는 성년이 되므로 다윗왕 아래서 대장군이 된 헷 사람 우리아와 결혼했다. 그녀의 이름 ‘밧세바’는 딸을 뜻하는 ‘바트’와 맹세를 뜻하는 ‘세바’의 합성어로서, ‘맹약의 여자’ 또는 ‘맹세의 딸’을 의미한다. 가족들이 그녀에게 ‘밧세바’라는 다소 무겁고, 교리적인 이름을 붙여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밧세바의 출생과 하나님을 향한 가족들의 신앙적 맹세가 연결된 듯한 느낌을 받을 뿐이다.
그녀는 여호와 신앙으로 무장된 신실한 인격과 더불어 외모마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삼하 11:2, 3). 밖으로 풍겨 나오는 고상한 인격의 향취가 뭇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정도였다. 당시 고대사회의 최고 엘리트요, 가장 고귀한 직분인 군대의 대장군과 결혼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에게 풍기는 인격적 향취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대장군 우리아와 밧세바의 결혼은 이스라엘 최고 엘리트 가문 간의 위대한 만남이었다. 당시에 살고 있던 이스라엘의 수많은 청춘 남녀는 그들 두 사람의 결합을 부러워할 정도였다. 주전 10세기 이상적인 부부의 모델이 바로 밧세바와 우리아의 만남이었다.
그녀는 이스라엘 군대가 당시 최고의 강적 아람 및 암몬 연합군과 전쟁하고 있을 때 가나안 땅에 살고 있었다. 높은 남편의 군대 직위 덕분에 황궁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거처하는 집이 있었다. 남편 우리아 장군은 주군 다윗을 위해 목숨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충신이었기 때문에 황궁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사택이 주어졌다.
하루는 다윗왕이 침상에서 일어나 왕궁의 지붕 위를 거닐다가 알몸으로 목욕하는 매혹적인 밧세바를 발견했다. 다윗은 불타는 욕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자신의 심복 우리아의 아내를 침실로 불러 동침하므로 간음죄를 범했다. 밧세바로부터 자신의 아이를 잉태했다는 소식을 듣고, 간음죄를 숨기기 위해 전쟁하고 있는 대장군 우리아를 소환하여, 밧세바와 동침하도록 유도했다. 우리아가 동침하므로 밧세바가 ‘우리아’의 아이를 잉태했다고 거짓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의기와 군인정신에 투철한 이스라엘의 대장군 우리아는 하나님의 법궤와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부하 장병들을 생각했다. 주군 다윗의 귀가명령을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어 겸손하게 사양했다. 다윗은 자신의 악한 계획이 실패하자, 대장군 우리아를 가장 위험한 사지에 몰아넣어 전사케 하고, 자신의 범죄를 은폐했다. 이후 다윗은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자신의 아내로 공공연히 취했다(삼하 11:26,27). 시편 51편은 자신의 사악한 범죄를 깨달은 다윗이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와 동침한 죄악을 비통한 마음으로 읊은 회개시이다.
다윗이 밧세바와 결혼한 이후, 처음 태어난 아이는 여호와 하나님의 진노로 일찍 죽었다. 다윗과 밧세바는 하나님께 자신들의 사악한 범죄행위를 철저히 아뢰며, 눈물로 회개했다. 그녀는 다윗왕을 통해 장남 솔로몬과 시므아, 소밥, 나단 등 네 형제를 더 낳았다(대상 3:5). 사무엘하 11장2절-12장 24절, 열왕기상 1장1절-2장 19절의 기사를 통하여 보건대, 밧세바는 다윗이 죽는 날까지 황실에 큰 기쁨과 감화력을 줬다. 다윗왕이 밧세바를 통해서 낳은 장자, 솔로몬을 후계자로 선택한 것은 물론 여호와 하나님의 섭리 덕분이다.
그러나 지혜롭고 향기로운 밧세바의 삶이 다윗 왕의 마음을 감동시켰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밧세바의 향취나는 인격이 전례상 이스라엘의 왕이 될 수 없는 첩의 소생, 솔로몬에게 다윗의 마음이 향하도록 했다. 지혜로운 밧세바가 그의 장남 솔로몬을 어릴 때부터 말씀으로 교육하여, 이스라엘 왕으로서의 손색 없는 인격과 품위를 갖추도록 준비했다. 솔로몬이 지혜 있는 왕이 되는데, 탁월한 교사 밧세바가 옆에 있었던 것이다.
다윗왕의 넷째 아들 아도니아가 요압 장군과 제사장 아비아달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 왕권을 탈취하기 위한 거사를 꾀했다. 그 계획이 성공하면, 이스라엘 왕으로 이미 선언된 솔로몬과 그의 모친 밧세바의 생명이 위험하게 될 수 있었다.
하나님의 사람, 나단 선지자는 여호와의 뜻과 다른 상황이 이스라엘 땅에 벌어지고 있는 것을 감지했다. 나단은 밧세바를 움직여 다윗 왕 앞에 나아가도록 간언했다. 밧세바는 나단 선지자의 조언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다윗 앞에 용기있게 나아갔다. 아도니아 왕자의 쿠데타 음모를 다윗 왕에게 고함과 동시에, 자신의 장남 솔로몬의 왕위 계승에 대한 약속을 확인하게 됐다. 솔로몬은 즉시 ‘기혼’ 지역에 가서 제사장 사독을 통해 기름 부음을 받고, 이스라엘을 통치해 나갈 제3대 왕으로 등극했다.
왕권을 탈취하려는 쿠데타에 실패했어도 왕의 시혜로 목숨이 부지된 아도니야가 밧세바를 전격 방문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왕위가 원래는 자신의 것이었지만, 여호와 하나님의 섭리에 따라 동생 솔로몬에게 왕권을 넘겼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왕위를 동생에게 양보한 대가로 다윗왕이 마음으로 사랑했던 첩, 아름다운 동녀 ‘아비삭’을 자신의 아내로 달라고 부탁했다. 밧세바는 아도니아 왕자의 부탁이 왕실의 규정상 부당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면전에서 그를 직접 책망하지는 않았다. 아들 솔로몬 왕을 직접 만나 아도니아가 제안한 비윤리적 건의를 전달 했다. 정의의 왕, 솔로몬은 당일에 브나야를 통하여 비도덕적인 요청을 한 아도니아를 여호와의 이름으로 죽였다(왕상 2:19-25).
주전 10세기, 이 땅에 살았던 아름다운 여인 밧세바는 밖으로 품어나는 인격적 향취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당대의 대장군이요, 남성 중에 남성인 다윗의 마음을 온전히 빼앗기도 했다. 탁월한 여호와 중심의 교육지침으로 솔로몬을 비롯한 자신의 아들들을 반듯하게 양육했다. 고대 이스라엘 역사상 정치, 경제, 사회 및 문화적인 부문에서 최대의 강국을 이룬 솔로몬 왕의 출현은 지혜로운 밧세바의 출중한 자녀교육과 무관하지 않다. 비록 그녀가 다윗왕의 타락을 종용한 근거를 제공했지만, 여호와 중심의 탁월한 교육관은 후세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교육열을 자랑하고 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라도 우수한 자녀들을 만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부모들의 헌신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학교와 가정 윤리는 땅바닥에 곤두박질 되고 있다. 존경받아야 할 교사가 어린 중학생들에게 신성한 교실에서 성희롱과 폭행을 당하고 있다. 자신을 키워준 부모 및 조부모를 폭행하고, 살해하는 비정한 자녀들로 신문지상은 연일 뜨겁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부모들의 잘못된 교육관으로 인해서 비윤리적인 비정한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고대 이스라엘 땅에서 자녀를 신실하게 교육한 밧세바의 교육관을 배워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