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칼럼] 왜 反정부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가?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서경석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재개발문제대책위원장).

▲서경석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재개발문제대책위원장).

재개발지역의 목사님들의 단식으로 촉발된 이번 한국교회의 투쟁은 정말로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1천2백70여개의 재개발지역에서 1만2천여개의 교회들이 쫓겨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숫자는 한국교회 전체의 5분지1이 넘는다. 물론 교회만 쫓겨나는 것은 아니고 주민의 85%가 쫓겨나다 보니 교회도 함께 쫓겨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그것은 정부 예산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개발 이익만으로 신도시를 건설하려는 잘못된 재개발정책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발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고, 따라서 보상을 시세의 50-60%밖에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도로도 건설하고 학교도 짓지만, 막상 재산을 빼앗긴 주민들은 재입주하지 못하고 쫓겨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교회도 함께 쫓겨나고 있다. 그나마 주민들은 택지를 분양받을 때 조성원가의 80%를 내지만 교회는 조성원가의 100%를 내게 하여 더 차별을 받고 있다.

뉴타운, 재건축지역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아니고 조합이 결정한다는 점이 다를 뿐 개발이익의 극대화라는 점에서는 하나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쫓겨나는 85%의 주민과 함께, 개발이익에 기여하지 못하는 교회도 쫓겨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총체적으로 고발하기 위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오는 6일 오후 2시 종로5가 백주년기념관에서 재개발문제대책위 주관으로 “잘못된 재개발정책의 시정과 교회차별 철폐를 위한 시국기도회”를 갖고, 이어서 종로3가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이광선 한기총 대표회장과 길자연 신임 대표회장 당선자도 맨 앞줄에 서서 천 명의 목회자들과 함께 행진할 예정이다.

불교는 템플스테이 예산이 깎였다는 이유로 이명박 정부와 각을 지고 있다. 그런데 기독교의 처지는 훨씬 더 심각하다. 기독교는 잘못된 재개발정책 때문에 전국 교회의 5분지 1일이 없어지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우리는 예산 달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주민과 동일하게 대우해 달라고 말할 뿐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철벽과도 같다. 그러니 어찌 기독교가 反정부 투쟁에 나서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기독교가 자기 이익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교회는, 특히 작은 교회들은 가난한 주민들과 완전히 한통속이다. 주민이 내쫓기면 교회도 내쫓긴다. 그런데 주민은 조직화가 어려워 힘을 못 쓰지만 교회는 그래도 조직화되어 있어 주민 대신 싸우는 것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답변은 간단하다. 현재의 재개발 방식은 안 된다는 것이다. 내쫓기는 주민의 재산 반을 갈취해서 그 돈으로 도로도 건설하고 학교도 짓는 것이 말이 되느냐 말이다. 그러니 원통해서 숭례문을 불지르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이제는 선진국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도시재생형 개발이다. 지금처럼 싹쓸이 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철거와 부분개발을 하여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공존하는 개발을 하자는 것이다. 원주민의 재정착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여 적어도 원주민의 삼분지 이는 재정착하는 개발이다. 그리고 토지주택공사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부채를 메꾸는 데 세금을 쓸 것이 아니라 신도시의 공립학교나 도시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비용에 세금을 쓰자는 것이다. 토지주택공사는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부채를 주민에게 전가하면 안 된다. 이명박 정부가 정말로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정말로 선진국을 지향한다면, 재개발정책부터 바꾸어야 한다.

도대체 전두환 정권이 만든 개발악법이 지금까지 존속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진작에 바꿔야 했는데 역대 정권이 전부 이를 방치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국민의 수준이 더 이상 이러한 개발을 용납하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정부의 재개발 방식이 도처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뉴타운 재개발에 대한 주민의 반대도 거세고 법원도 제동을 걸고 있다. 뉴타운이 굉장한 줄 알고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하게 한 서울시민들이 지난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게 참패를 안겨주었다. 85%의 주민이 쫓겨난 탓이다. 뿐만 아니다. 택지 조성원가에 도로와 학교 건설비용을 포함시키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법원의 판결로 토지주택공사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제도는 기독교의 전면적인 저항에 부딪치고 있다.

이 모든 점들은 더 이상 현행 재개발정책이 존속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왜 토지주택공사가 118조원이라는 엄청난 부채를 지게 되었나? 나는 그 원인도 잘못된 재개발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토지주택공사가 잘못된 제도를 유지하려니 주민 달래기와 비판적인 학자 달래기에 엄청난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권리의식은 날로 커지니 비용은 계속 늘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다 토지주택공사의 뿌리깊은 강행처리 업무방식이 방만한 경영을 야기시킨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토지주택공사가 포격을 맞아야 한다. 연평도 포격으로 한국군이 다시 새롭게 태어난 것처럼 토지주택공사도 총체적인 파탄을 겪고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 방법 외에 다른 길이 없다.

그러나 아직도 청와대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 재작년에 <기독교사회책임>이 재개발정책의 변경을 요구하며 일곱 번이나 집회를 하고 네 번이나 길거리에 드러눕는 등 강경투쟁을 하여도 청와대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작년에 한기총 이광선 대표회장이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재개발정책 수정이 교회의 최우선적 관심사임을 강조했지만 아무 것도 바뀌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좌파가 이 문제를 제기하지 말고 나같은 우파 인사가 재개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나라가 혼란에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단식투쟁을 하면서 나의 생각이 바뀌었다. 혼란 없이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우파가 읍소하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청와대의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 청와대는 뼈저리게 당해야만 생각을 바꾼다.

그래서 나는 1월 3일 하루 동안 청와대의 반응을 기다려 보고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1월 4일부터는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국회의원에게 한기총 행진에 참석해 달라고 호소할 예정이다. 1만2천개의 교회가 사라지고 있는데 한나라당 민주당을 따질 겨를이 어디 있는가? 이명박 정부는 보수 기독교는 무조건 정부 편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교회는 옳은 길을 가야 한다. 고통 받는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게 부담을 줄까봐 가난한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끝내 이명박 정부가 정신차리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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