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정부의 전통종교 문화정책 현황과 기독교의 대응방안(2)
Ⅱ. 정부의 종교정책의 방향과 현황
한국 정부의 종교정책은 전통문화 및 민족문화 보존이라는 명제와 분리시킬 수 없다. 20세기 전반과 중반에 한국 사회는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기에 바빴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한국인들 가운데 우리의 것을 찾자는 전통에 대한 강조가 강력하게 이뤄졌다. 역사학계에서는 식민사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민족주의가 강조됐고, 문화계에서는 서구문화와 대립되는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런 것과 더불어 실질적인 힘을 실어준 것은 전두환 정권이다. 전두환의 제5공화국은 헌법 제9조에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전두환 정권은 결핍된 정권의 정통성을 전통 문화 내지 민족 문화를 강조함으로써 보완하려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소위 국풍운동이다. 1981년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여의도광장에서 민족 문화의 이름으로 열린 대대적 문화축제는, 당시 첨예했던 대중들의 정치적인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동시에 소위 전통 문화와 민족 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당시부터 한국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은 결정적으로 변화하게 됐다. 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 강력하게 일기 시작한 전통 종교와 민족 문화에 대한 강조는 정부로 하여금 전통 종교와 민족 종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게 만들었고, 여기에 정부의 문화관광산업 확산과 결합돼 이들 종교에 대한 지원은 더욱 늘어났다. 특히 이들 종교의 표를 의식한 정치가들은 이들 종교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고, 이것은 이들 종교에 대한 지원은 더욱 늘어났다.
1. 불교계에 관한 정부의 종교문화정책과 지원
A. 정부의 불교문화재 정책과 지원
정부의 불교지원 가운데 핵심 요소는 문화재 지원 형태다. 2006년 조계종 통계에 의하면 국보 가운데 불교문화재는 절반이 조금 넘으며, 보물의 경우 3분의 2 정도이고, 그 밖의 지정·미지정 문화재 모두를 포함한다면 전체 문화재의 70% 정도가 불교문화재이다.
국보 308점 가운데 불교문화재는 173점으로 전체의 56.4%이며, 이 가운데 71건은 국가 소유, 62건은 조계종, 38건은 개인 소유, 2건은 타종단 소유이다. 보물의 경우 전체 1457점 가운데 935점(65.3%)이 성보(불교)문화재이며, 소유자는 조계종 422점, 국가 339점, 개인 152점, 타종단 21점, 기타 1점이다. 시도 유형문화재는 전체 2219점 가운데 52.9%가 성보문화재이며, 그 중 65%가 조계종 소유다.
정부와 불교는 이런 문화재를 가운데 놓고, 갈등과 협조를 반복하고 있다. 갈등은 문화재의 성격을 두고 일어난다. 불교에게는 문화재가 불교의 재산인 동시에 신앙의 대상인 데 비해, 정부에게는 국가 문화의 유산이자 관광 대상이기 때문이다. 누가 관리할 것인가도 갈등의 원인 중 하나다. 정부는 문화재이므로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불교는 재산권자가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서 명백한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불교는 문화재를 사이에 두고 협조하고 있다. 정부와 불교는 다같이 문화재를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협력관계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통한 문화재 보호다. 그러나 이를 둘러싼 정부와 불교의 갈등은 여전하다.
원래 국립공원에 입장하려면 공원 길목에 위치한 불교 사찰을 지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공원 입장료에 더불어 문화재 관람료를 따로 내야 했다. 이 두 요금은 통합 징수됐으며, 관람료는 문광부 장관이 정하게 돼 있었다. 여기서 관람료는 정부가 다시 불교에 돌려주게 돼 있다. 사찰은 정부를 통해 관람료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1995년 12월 이 부분은 문화재보유자가 관람료를 정하는 것으로 개정됐다. 관람료를 정하는 주체가 사찰이 된 것이다. 동시에 관람료는 문화재 보호와 관리에 사용된다. 하지만 이 조항은 2001년 1월 개정 당시 삭제됐다. 결국 관람료 사용은 전적으로 사찰에 달려 있다.
당시 또다른 중요 논란은 국립공원 입장료와 관람료의 통합 징수 문제였다. 불교는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를 주장하고, 요금 통합 징수를 반대했다. 정부는 2007년 1월부터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했다. 일반 국민에게 국립공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관람료는 존재한다. 대부분 국립공원이 사찰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찰 관람료를 내지 않고는 국립공원에 입장할 수 없다. 특히 관람료가 자율화되면서 사찰이 재량껏 관람료를 정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정부가 문화재 관리단체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법 16조에는 관리단체가 능력이 없을 때 국가나 지방단체가 이를 부담할 수 있으며, 39조에 의하면 국가나 지방단체는 관리단체에 문화재 보호 및 수리를 명하고 그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이렇게 사찰은 관람료 수입 뿐만 아니라 정부로부터 문화재 관리를 위한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2008년 2월 19일,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려면 문광부 장관이 사전 승인해야 한다는 법률이 통과됐고, 이를 어기면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조계종은 ‘재산권 침해’라며 벌떼같이 일어났고, 법은 개정된지 1주일만에 폐지되고 말았다. 이것은 불교가 이 문제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잘 보여준다.
그러면 불교의 예산에서 관람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를 갖고 있지 않지만, 한 자료에 의하면 1994년 당시 조계종 가운데 관람료를 징수하는 사찰이 57개이며, 수입은 173억원이다. 이중 약 100억원(약 58%)은 사찰 경상비로, 53억원(약 30%)는 문화재유지관리비로 사용하며 20억원(약 12%)은 조계종 총무원 분담금으로 납부한다. 즉 관광수입 절반이 불교 경상비로 사용되는 것이다. 95년도 조계종 총 예산 66억원 중 문화재관람료 분담금으로 들어오는 것이 18억원(27.3%)에 해당된다.
우리는 이상에서 불교가 끊임없이 문화재를 통한 관광수입 확대를 모색해 왔으며, 그 결과 엄청난 변화로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불교는 문화재 관람료를 마음대로 징수해 경상비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됐다. 그리고 이같은 관람료 징수는 문화재 관람과는 관계 없이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의무적으로 이뤄져 많은 사람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아울러 불교 내부에서도 재정이 지나치게 관람료에 의존해 사찰별 신도 관리나 적극적 포교활동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불교가 이같은 주장을 하는 근본에는 불교문화재가 사적 재산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2010년 2월 27일 문화재청이 문화재 관람료 제도 취지와 징수의 법적 근거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 보면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문화재보호법은 모든 문화재는 원칙적으로 공개(법 43조)하도록 하고 있으며, 문화재 관람료는 문화재 소유자(또는 관리자)가 문화재 공개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징수(법 44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화재 관람료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문화재로 지정되더라도 소유자(또는 관리자)가 이를 비공개하면 국민들은 그 가치를 향유할 수 없기 때문에 소유자로 하여금 공개를 유도하기 위해 반대급부를 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화재보호법상 위 규정에 따라 1962년 해인사를 시작으로 문화재 관람료는 처음 징수되었고, 현재 67개 사찰을 포함해 약 160개의 문화유적지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