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칼럼] 남유다의 초대 왕 르호보암
남유다의 초대 왕 르호보암(Rehoboam)은 ‘백성을 반성케 함’이라는 의미를 지닌 인물이다. 그는 이방의 암몬 사람 나아마가 통일 왕국 제3대 왕 솔로몬과 결혼하여 낳은 아들이다(왕상 14:21,31, 대하 12:13, 마 1:7). 매우 지혜롭고 현명한 통일왕국의 제3대 왕, 솔로몬의 슬하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들이었으나, 르호보암은 부친과 다르게 지혜가 매우 부족해서 소심한 인물로 평가된다.
주전 931년경 솔로몬왕이 죽자 이스라엘 12지파의 대표자들은 법적 상속자인 르호보암을 통일 이스라엘의 제4대 왕으로 추대하기 위해 세겜 본부에 모였다. 유다와 북부, 동부 족속 간에는 여러 원인(遠因)으로 인해 질투와 냉담이 증대되고 있었다. 가장 가까이는 솔로몬 왕의 개인적인 영화를 위한 지난날 중세(重稅) 때문에 백성들이 큰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백성들은 새롭게 정권이 바뀌는 기회를 포착하여, 새로운 왕 르호보암에게 그들의 불만을 구체적으로 하소연했다. 국가의 감세 정책을 논리적으로 정리해 르호보암왕에게 전달했던 대변자는 솔로몬의 현명한 신복이었던 여로보암이었다. 그는 원래 솔로몬 왕을 옆에서 섬겼던 유능한 인물이며, 실로의 선지자 아히야가 10지파의 왕이 될 것을 예언한 사람이기도 하다(왕상 11:31).
르호보암 왕은 3일간의 여유를 얻어 부친 솔로몬의 정책 고문이었던 노신(老臣)들에게 감세 문제를 하문했다. 무지한 르호보암은 노신들의 감세 정책 수용에 대한 조언을 따르지 않고, 어릴 때부터 그와 같이 늘 자란 젊은이들의 말을 듣고 백성들의 간절한 요구를 물리쳤다. 젊은이들의 말을 듣고 심지어 부왕 때보다도 더 무거운 세금과 엄벌을 내린다고 포고했다.
유다 지파와 베냐민 지파를 제외한 이스라엘의 10개 지파가 르호보암에 대한 충성을 전격 철회하고, 각자 자기의 집으로 돌아갔다. 다윗 왕가는 지혜롭지 못한 르호보암 왕 때문에 대를 이어 충성했던 10개 지파의 사람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렸다.
뒤늦게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은 르호보암 왕은 신실한 감역관(監役官) 아도람을 보내서 사태 수습을 시도했다. 이미 마음을 돌려버린 10개 지파의 사람들은 르호보암이 보낸 사신, 아도람을 돌로 쳐 죽였다. 르호보암은 아도람의 머리에 박힌 돌이 자신을 공격한 살상 무기로 생각하고, 신변의 위험을 느껴 예루살렘으로 급히 도망쳤다(왕상 12:124, 대하 10:119). 르호보암은 자신의 지배 하에 있는 사람들 중 정예부대 18만 명을 선발해 반역한 여호보암과 백성들을 정벌하려고 계획했다. 여호와 하나님은 선지자 스마야를 보내서 10개 지파로 구성된 북이스라엘 백성들을 절대 공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왕상 12:21-24, 대하 11:1-4).
남유다 르호보암 왕 치세 제5년에 시삭 왕이 유다의 땅을 침범하여 그들의 세력을 약화시켰다. 르호보암 왕이 원하는 이스라엘 민족 통일을 더 이상 시도할 수 없도록 했다. 시삭 왕의 침략으로 솔로몬 왕 때 축적됐던 성전의 보물이 약탈당했는데, 그 중에는 황금으로 된 방패가 포함돼 있었다. 남유다 르호보암 왕은 평민들이 사용하는 청동 방패로 연명했으며, 정예부대의 특별한 경호를 받으며 두려움으로 국정을 살폈다(왕상 14:25-28, 대하 12:2-12). 그는 유다와 베냐민의 많은 성읍을 성채로 공고히 하고 요새를 견고히 구축하는 한편, 군대를 정비하면서 유다와 베냐민 지파를 확보하는데 진력했다.
북쪽 이스라엘의 초대 왕 여로보암은 금송아지 우상을 만들어서 벧엘과 단에 두고 레위인이 아닌 보통 사람들인 서민을 아무나 제사장으로 임명하고 예배를 드리게 했으므로, 제사장과 레위인 전부가 남쪽 유다로 이동했다. 남유다 르호보암 왕의 국력은 다소 증강됐다. 3년 후에는 르호보암 왕 자신이 우상숭배에 빠져 북 이스라엘의 여로보암과 별 차이가 없는 악행을 저질렀다(왕상 12:21-24, 대하 11:13-17,12:1).
르호보암은 불혹의 나이 41세에 왕으로 즉위하여 17년간 치세하고 BC 915년경에 죽을 때까지 18명의 아내, 60명의 첩, 25명의 아들과 60명의 딸을 뒀다(대하 11:21). 그의 아들 아비얌이 뒤를 이어 남유다 제2대 왕이 돼 패권을 잡았다(왕상 14:21,31, 대하 12:13,16). 르호보암은 사악했지만 신실한 하나님은 다윗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켜, 그를 예수 조상의 한 사람이 되게 했다(마 1:7).
추종하는 백성들의 어려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개인의 유익만을 추구했던 지도자 르호보암은 역사 속에서 어리석은 왕, 막무가내로 행한 독재자로 취급됐다.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나라의 왕은 군림하는 자가 아니요 하나님과 백성들을 이어주는 중계자요, 신복에 불과하다. 그 역할을 해태하면 하나님을 배반하는 존재로 영원히 낙인찍혀 악한 왕으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된다. 성도를 하나님의 마음으로 섬기는 교회 지도자, 추종하는 백성을 주인으로 모시고 나누는 정치인들이 필요하다. 섬기지 못하고, 나누지 않는 오늘날 지도자의 운명이 르호보암처럼 될까 심히 두렵다. 교회와 정치 지도자가 양쪽의 귀를 모두 열고 반드시 들어야 할 메시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