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은 하나됨 전제한 교회 본질에 근본적 모순”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독일교회를 통해 배우는 한국교회의 통일노력(1)

▲정일웅 박사(총신대 총장).

▲정일웅 박사(총신대 총장).

크리스천투데이는 총신대학교 총장 정일웅 박사의 논문 ‘독일교회를 통해 배우는 한국교회의 통일노력’을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정 박사는 이 논문에서 독일교회가 독일의 통일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분석하며, 이것이 한국의 통일과 한국교회의 연합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 박사는 얼마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교회의 보수와 진보가 서로 연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때 독일교회가 독일의 통일에 무엇을 기여했는지 연구한 적이 있다. 결론은 당시 독일교회가 하나로 연대했었다는 것이다. 에카데(독일개신교협의회)라는 하나의 조직을 만들었다. 이것이 엄청난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감리교단을 비롯한 한국교회는 어느 때보다 극심한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연재가 한국교회 연합의 길을 모색하는 의미있는 장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Ⅰ. 교회의 연합과 일치에 대한 기독교적 의의와 과제

우리는 예배에서 사도신경으로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할 때 그 신경의 세 번째 항목에서 ‘성령을 믿사오며,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을 믿는다고 고백한다. 사도신경의 영어나 독일어 표현에 따르면 ‘하나의 거룩한 그리스도의 교회’(the holy catholich Church; eine heilige christliche Kirche)를 믿는다는 것을 고백한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교회가 한 분 주님을 믿는, 그리고 믿는 자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연합된 거룩한 일치의 교회임을 고백한 것이다. 이러한 일치와 연합에 대한 고백은 역시 역사적으로 그리스도 교회의 가장 최초의 신앙고백이라 할 수 있는 니케아 신조에서도 동일하게 표현된 것이다.

이러한 교회의 일치와 연합은 성경의 가르침과 신조에 나타난 역사적 고백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실제로 서로 나누어진 교회들에서 신앙생활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리스도에 의해 제시된 하나의 동일한 세례를 받으며 하나의 성찬에서 교제한다. 또한 한 분 주님과 한 분 구세주를 믿음으로 고백하며 그를 전파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서로 나누어진 교회에서 행하고 있으며, 나누어진 교회는 기회가 있는 대로 서로 대립적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이러한 우리의 모순적인 행위는 때때로 그리스도의 교회가 성취해야 할 과제를 더 위험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즉 그것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이뤄진 화목의 소식을 인간들에게 알리는 섬김의 사역을 위험스럽게 한다. 그리고 나누어져 있는 교회의 분리된 모습은 이러한 하나됨을 전제하는 교회의 본질에 근본적으로 모순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최근 독일 루터교회가 만들어 낸 ‘성인을 위한 새로운 신앙의 가르침’(캐터키즘)은 교회의 분리가 가져다주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잘 지적해 주고 있다.

“한 분 주님과 속죄자에 대해 서로 분리된 모습으로 대립하는 모습은 선교적인 힘과 그 효력의 범위를 상실하게 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그것은 기독교신앙고백과 복음적 설교의 신실성을 위험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의심과 모순이 가중되어 결과적으로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다른 교회의 증거를 듣지 않고, 서로 분리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행하는 복음증거는 그리스도의 교회를 참으로 위험에 처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다른 그리스도인들과의 만남과 서로 교제를 이루는 것은 복음을 새롭게 추구하고 그 복음을 더 풍성하게 해 주는 일들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분리되어 나누인 채 서로 교제하지 않는 교회는 역시 사회와의 관계에서 화목하는 일보다도 더 먼저 분리와 대립의 모습을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하게 될 위험을 가진다. 종파적으로 분리하는 모습은 하나된 가족을 붕괴시킨다. 그들은 자주 사회적인 계층이나 국가 간의 문화에 상응해,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긴장관계를 심화시키는데 기여한다.”

이것은 교회가 서로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된 모습을 가지고 교제하지 못하고 종파적으로 분리되어 나누어질 때, 그것이 미치는 사회적인 문제와 교회 자체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동시에 교회의 일치와 연합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가를 새롭게 일깨워 준다. 이러한 분리와 대립 가운데 존재하게 된 교회의 모습이 보여주는 부정적인 것들 때문에 모든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의 통일을 위해 기도해왔으며, 연합과 일치를 위해 필요한 노력을 기울여 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회의 연합과 일치는 지금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수많은 교파와 교단으로 나누어져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됨과 일치를 망각해 가고 있는 한국교회로서는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현재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생각하고, 북한선교의 문제에 한국교회과 무엇인가 기여하기를 원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일이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서로 협력하고 연합하며 하나된 교회의 모습으로 일치의 정신으로 일할 때, 그리스도의 교회는 거기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역동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정일웅 박사(총신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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