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정부의 전통종교 문화정책 현황과 기독교의 대응방안(3)
Ⅱ. 정부의 종교정책의 방향과 현황
1. 불교계에 관한 정부의 종교문화정책과 지원
B. 정부의 전통사찰 보호 및 지원
정부와 불교의 관계에서 문화재보호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찰의 재산에 관한 것이다. 이미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일제시대 불교 재산은 일제의 통제와 보호 아래 있었다. 해방 후 상당한 혼란기를 거쳐 1962년 불교재산관리법으로 개정되고, 1987년 전통사찰보존법으로 바뀌었다. 불교재산관리법은 모든 불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전통사찰보존법은 전통사찰로 등록된, 민족문화와 역사적 유산을 간직한 사찰으로 제한하고, 여기에 대해 규제 및 보조한다.
이 전통사찰보존법은 규제와 지원이라는 두 측면이 있다. 대부분 전통사찰이 정부 규제지역인 자연녹지 가운데 있고,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불교계가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하는 데 여러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증·개축을 비롯해 많은 내용이 정부 허가사항이다. 불교계는 이같은 제약을 개선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찰은 문화유산인 동시에 불교의 예배 공간이자 승려들의 생활 공간이며,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사찰도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불교는 정부로부터 전통사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전통사찰보존법 14조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전통사찰의 보존, 관리를 위해 필요한 경비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에 근거해 많은 사찰들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의하면 전통사찰 보존지원으로 책정된 예산이 2006년 60억, 2007년 90억, 2008년 92억, 2009년 89억이다.
하지만 지원은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다. 불교는 2009년 3월 5일자로 전통사찰보존법을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개정 실시하고 있는데, 내용을 보면 과거 많은 제한조치가 완화됐을 뿐 아니라 전통사찰 발전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법령에는 불교 전통문화유산 보호 및 보존에 대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통사찰 문화연구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2009-2013년 1294억을 투자하고, 이중 상당 부분이 정부 예산이다. 구체적으로 2009년 부지 마련 이후 2010년부터 건축에 들어가는데, 정부 예산 200억이 소요된다. 뿐만 아니라 연구소 인력을 위해 2009년 11억 2천만원을 비롯해 2013년까지 42억의 인건비가 투입된다. 2011-2013년까지 조직운영비로 119억, 기능수행을 위한 연구개발비로 37억이 편성됐다.
원래 이 법안은 전통사찰 문화연구원을 조계종에서 위탁 운영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삭제됐다. 국회 법사위에서 정부 출연 연구원을 특정종교가 맡을 수 없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이 부분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정부는 불교에 엄청난 후원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2009년 개정된 이 지원법에 의하면 정부는 전통사찰을 보다 잘 보호, 보존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 구축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불교는 정부 도움을 받아 전통사찰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실제 이미 상당 기간 동안 진행돼 왔던 것이다. 2007년 전통사찰 관광정부 시스템 구축에 3억원, 2009년 전통사찰 멸실대비 복원자료 구축 3억원이 이미 지불됐다. 아마 2009년 개정 내용은 이미 진행된 사업에 대한 법적 보완조치인 것 같다.
뿐만 아니다. 정부는 불교계를 의식해 전통사찰보존법을 근거로 불교계에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 동화사 통일대불 건설사업에 정부와 대구시가 1991-1992년 34억을 지원했다. 대구시는 이에 대해 전통사찰보존법 14조에 근거해 보존·관리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답변했지만 과연 통일대불 사업이 전통사찰의 보존·관리에 해당되는지는 문제가 많다. 일반 국민들이 낸 세금이 특정종교 시설에 제공되는 것은 정교분리 원칙이 있는 한국사회에서 부당하다는 지적이 많다.
C. 정부의 역경사업지원
1962년 비구승과 대처승의 분규를 끝내고 새로운 통합종단이 설립됐을 때 불교가 새로운 모습을 보이자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역경사업이 시작됐다. 원래 불교의 역경사업은 한용운과 함께 33인으로 활약했던 백용성이 감옥에서 기독교 신자가 성경을 한글로 번역해 읽는 것을 보고, 불교도 경전을 번역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역경사업을 시작한 것은 1964년 동국대학교 내 역경원의 설립부터다. 불교는 항상 3대 사업을 강조했는데, 포교, 역경, 도제양성이 그것이다. 이만큼 역경사업은 한국불교 자체의 일이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사업을 조계종이 관장하지 않고 동국대에 맡긴 것은 재정문제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특정종교에 집중 지원하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정부 지원이 동국대라는 교육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졌다. 당시 박정희 정부에서는 고전국역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역경사업을 고전국역사업과 연결시켜 정부 도움을 받고자 했다. 하지만 정부는 법인에게만 지원을 하도록 돼 있어 학교법인인 동국대 안에 불교역경원을 설치하고 정부 도움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역경사업 자체로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당시 조계종의 복잡한 소용돌이에서 역경사업이 분리돼 독자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교의 이같은 역경사업은 대부분 정부 도움으로 진행됐다. 불교신문은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역경원은 재정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지원을 요청하였다. 이에 66년부터 77년까지 정부로부터 7,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70년대 말까지 역경원은 매년 7, 8권의 한글대장경을 출판해왔으나, 국고지원이 끊긴 80년대에는 거의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후 94년부터 97년에 4개년 계획으로 정부로부터 12억 2천만원을 지원받아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역경사업 전체 경비 가운데 60%이상이 정부 지원으로 충당되었다. 국가의 지원이 없었다면 역경사업은 불가능했다.’
이와 같은 정부 도움을 힘입어 역경원은 2001년 318권에 이르는 팔만대장경을 한글로 번역했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정부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것은 기독교의 성경번역사업이 전적으로 기독교 내부의 재원으로 진행된 것과 전적으로 다르다.
대장경을 한글로 번역한 불교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그것은 불교경전 전산화작업이다. 불교는 전산화시대에 발맞춰 불교문화 전산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2009년까지 318권의 불경을 전산화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2001-2009년까지 총 92억원 중 정부지원 36억원, 자부담 56억의 예산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계획대로 2009년까지 완성되지 못하고 2010년까지 사업기간을 확장해 새로 6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이 작업은 역경원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전자불전연구소, 고려대장경연구소 등과 함께하는데 이 단체들이 정부로부터 매년 받는 액수는 13억원에 이른다. 이것은 전체 역경사업 예산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외에도 불교는 다양한 역경사업을 정부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이다. 2004-2009년까지 5년 동안 고려 최초의 대장경인 초조대장경 번역작업을 했는데, 총 사업비 30억원 가운데 국고 15억, 자부담 15억이었다. 또 신라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한국 불교 중요서적 14책을 번역·주해하는 한국불교전서 역주사업을 2007-2012년 총 사업비 60억원을 들여 실시하는데 30억원은 국고지원, 30억원은 자부담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2007-2009년 30억원으로 삼국-조선 시대 대표적인 불교사상서 11권을 번역·출판 사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