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이스라엘 왕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송태흔 칼럼] 신도시 사마리아를 세운 우상 숭배자 오므리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시므리왕의 7일 천하에 이어 강력한 무력을 동원해 북 이스라엘의 제6대 왕으로 등극한 오므리(Omri)는 그의 이름이 ‘여호와를 숭배하는 자’라는 영적 의미를 지닌 인물이다. 그는 이름과 정반대로 이 세상을 살다간 사악한 왕이요, 인물로 기록됐다.

오므리가 왕위를 획득하기 전 북이스라엘 제3대 바아사왕과 제4대 왕 엘라의 치세에서 동역자 시므리와 함께 군대장관으로 역할을 성실하게 감당했다. 틈만 나면 북이스라엘을 괴롭히는 모압군을 격파하고 크게 정복하여 전쟁 영웅이 됐다. 오므리왕의 용맹스런 명성은 국가적으로 알려지게 됐고, 그를 추종하는 군대 세력도 최고조에 달했다.

경쟁자 시므리 장군이 쿠데타를 통해 엘라왕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오므리는 블레셋 사람에게 속한 깁브돈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그의 수하에 있던 북이스라엘 군대는 소심한 시므리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용맹한 오므리 장군을 북이스라엘의 왕으로 옹립했다.

중무장한 오므리 군대는 시므리가 쿠데타로 승리하여 치세하고 있는 도성 디르사로 진군했다. 시므리는 무서운 오므리 군대의 무력 앞에 왕위를 계속 유지할 능력이 없음을 깨닫고, 치세 7일만에 도성에서 자살을 선택했다(왕상 16:15-20). 시므리는 이스라엘 제국에서 가장 단명한 왕으로 불명예스러운 막을 내렸다.

오므리가 왕으로 옹립되어 치세하고 있던 중, 북이스라엘은 둘로 분리되어 있었다. 땅의 절반은 오므리에 의해 통치됐고, 나머지 절반은 디브니가 왕으로 추대돼 새로운 정권을 세웠다. 히브리어로 ‘지푸라기’를 의미하는 연약한 디브니 정권은 오래지 않아 흩어져 폐지되고 말았다. 오므리가 북이스라엘 땅 전체를 지배한 왕이 된 것은 치세 후 5년, 즉 디브니가 죽은 이후였다(왕상 16:22,23).

오므리는 6년 동안 디르사를 수도로 삼아 철권 통치하다, 안정된 오므리 왕조의 장기 집권을 위해 건설한 새로운 성읍 사마리아로 정치와 종교의 중심을 옮겼다(왕상 16:24). 그는 ‘파수대’ 또는 ‘망루’라는 의미를 지닌 새로운 성읍 사마리아를 축성하기 위해 수많은 백성들을 강제 동원했다. 사마리아 신도시가 오므리 왕조 정권유지의 파수대 또는 망루가 되도록 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상징적으로 심었다. 북이스라엘은 이스라엘에서 최고 강력한 성, 사마리아로 천도했다.

그는 44년 동안 오므리 왕조가 대를 이어 강건하게 정권을 유지하도록 큰 틀을 세웠다. 남유다의 수도 예루살렘 성에 비견되는 사마리아성을 축조해 강인한 중앙집권 국가 및 일인 독재체제를 견고히 했다.

오므리왕은 정치, 경제, 사회 및 외교적으로 매우 유능한 왕이요, 탁월한 인물이었다. 이스라엘 이외의 다른 나라 역사 책에도 이름이 기록될 정도였다. 고고학 발굴에 의하면 주전 850년경 모압 사람들이 세운 비문에 ‘오므리, 이스라엘의 왕’이라 기록된 것을 찾아볼 수 있다. 그의 가계가 모두 멸절한 다음에도, 이방의 앗수르 사람들은 상당 기간 동안 북이스라엘의 왕을 ‘후므리(오므리)’라 불렀다.

오므리는 통일 이스라엘의 제2대 왕 다윗을 제외하고 가장 넓은 면적을 무력으로 차지했고, 대내외적으로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왕으로 평가됐다. 그가 이스라엘을 통치하고 있을 때 정치, 경제 및 사회 분야가 모두 안정되는 최상의 결과를 보였다.

여호와 하나님의 입장에서 볼 때 오므리는 이전 어떤 왕보다도 더욱 악했다고 성경은 평가한다. 오므리왕은 북이스라엘 초대 왕 여로보암이 행했던 우상숭배를 그대로 복사해서 따랐다(왕상 16:25, 26, 미 6:16). 백성들의 고혈을 도구로 사용해 세워진 사마리아 신도시는 여호와를 배반한 우상숭배의 중심 센터가 됐다. 미가 선지자는 ‘오므리의 율례’라는 단어를 사용해 그를 악한 통치자로 폄하했다. 여호와 하나님의 신적인 율법을 버리고 오므리 스스로 새로운 율례를 제정한 것을 비꼰 것이다.

오므리는 주전 874년경에 죽어 자신이 세운 사마리아 신도시에 장사되고, 그의 아들 아합이 북이스라엘의 최악질, 제7대 왕으로 왕위를 계승했다(왕상 16:28). 오므리의 잘못된 자녀 교육으로 인해 아합을 통한 북이스라엘의 악한 정치가 대를 이어 반복되는 미궁으로 빠지게 됐다.

밖으로 나타난 결과가 좋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무조건 성공한 통치자로 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더불어 탁월한 외교적 능력을 발휘해 국민들에게 안정된 삶을 보장했다고 우수한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되는 것도 아니다.

과정과 정신 및 비전 모두가 바르고, 공동체와 국가를 위해서 사심 없이 공복으로 일했을 때 성공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전세계 매스컴에 연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이집트 대통령 호스니 무바라크는 오므리 왕이 실패한 삶에서 큰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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