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근의 여호수아 36] 기브온 거민들이라도
15 여호수아가 곧 그들과 화친하여 그들을 살리리라는 언약을 맺고 회중 족장들이 그들에게 맹세하였더라 16 그들과 언약을 맺은 후 삼 일이 지나서야 그들은 근린에 있어 자기들 중에 거주하는 자라 함을 들으니라 17 이스라엘 자손이 진행하여 제 삼일에 그들의 여러 성읍에 이르렀으니 그 성읍은 기브온과 그비라와 브에롯과 기럇여아림이라 18 그러나 회중 족장들이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로 그들에게 맹세한 고로 이스라엘 자손이 그들을 치지 못한지라 그러므로 회중이 다 족장들을 원망하니 19 모든 족장이 온 회중에게 이르되 우리가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로 그들에게 맹세하였은즉 이제 그들을 건드리지 못하리라 20 우리가 그들에게 맹세한 맹약을 인하여 진노가 우리에게 임할까 하노니 이렇게 행하여 그들을 살리리라 하고 21 무리에게 이르되 그들을 살리라 하니 족장들이 그들에게 이른 대로 그들이 온 회중을 위하여 나무 패며 물 긷는 자가 되었더라
1. 성급한 결정
여호수아는 그들과 언약을 하고 화친의 조약을 맺었다. 이것은 성급한 결정이요 잘못된 것이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첫째는 그들이 자신들의 감각적인 판단과 인식에 의뢰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 중요한 일을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가져가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시각을 믿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겼다. 그들은 기브온 사람들의 말과 제시한 물건들을 보고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말을 그대로 믿은 것이다. 그러나 믿는이들은 이렇게 자신의 판단력을 믿지 않기를 배워야 한다. 언제나 당연하다 싶은 것이라 하더라도 주님께 가져가 묻기를 배워야 한다.
2. 당장의 필요
두번째, 그들은 그들의 당장의 필요를 채우는 음식에 마음이 끌렸다. 이럴 때 음식은 뇌물의 효과를 발휘한다. 즉 음식이 그들의 말을 믿고 그들을 받아들이게 하는 데 일조한 셈이다. 14절의 “무리가 그들의 양식을 취하고”와 “어떻게 할 것을 여호와께 묻지 아니하고” 가 연결되어 기록된 것은 이스라엘이 양식을 취한 문제와 여호와께 그 상황을 묻지 않은 일이 관련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어떤 일이 우리의 절실한 필요를 채우는 일과 관련될 때일지라도 그 상황을 하나님께 가져가 묻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 오랫동안 어떤 필요를 위해 기도해 왔으며 그 절실한 필요가 채워지는 상황이 왔다 하더라도, 하나님 앞에서 시험을 거쳐 받는 것이 안전하다. 너무 쉽게 어떤 일을 기도의 응답으로 여겨 취하다가는 사탄의 함정에 빠지게 됨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체험 가운데도 한 번 실패의 체험이 있었다. 물질적인 필요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 기도하다 어떤 자매가 큰 헌금을 하겠다고 하니 이는 필경 주님이 현재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주신 것이라 좋아하며 받았는데, 후에 보니 이것이 큰 문제의 근원이 됐다. 우리는 후에 이 일을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며 철저히 처리한 경험이 있다.
3. 약속은 약속
삼 일이 지나서 그들이 근린에 사는 자들이요, 원방에서 왔다는 것은 거짓말임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기브온과 그비라와 브에롯과 기럇여아림 사람들이었다. 이스라엘은 이미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들을 치지 못했다. 그러므로 회중이 족장들을 원망하였다. 많은 경우 교회 인도자들의 실수는 일반 성도들의 거역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이는 국가나 사회도 동일하다. 인도자들이 때때로 일하는 데에 빠지다 보면 상황을 읽고 판단하는 일에서 맑지 못하게 된다.
그럴 때 생기는 그들의 작은 실수 한 가지가 너무나 큰 결과를 낳게 되어 일생을 고생하게 만드는 수가 있다. 인도자는 이런 일에서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성도들 또한 이런 일에서 인도자가 실수했다 해서 거역하는 것은 하나님의 축복을 잃게 한다. 하나님의 백성은 모든 일에서 모두가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
4. 언약의 민족
이스라엘은 언약의 민족이고 따라서 그들이 언약을 소홀히 하는 것을 하나님은 묵인하지 않으신다. 후에 이스라엘 왕 사울이 많은 기브온 사람을 죽임으로 언약을 깨뜨렸을 때 하나님은 기브온 사람의 편이 되시어 이스라엘을 심판하셨다. 사무엘 하 21장 1절은 사울이 기브온 사람을 죽였으므로 이스라엘에 십 년 동안 기근이 있었다고 말한다. 다윗이 사울의 집을 심판한 후에야 기근이 그쳤다(삼하 21:1-14).
우리는 믿는 이들이 주 안에서만 결혼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고 있다. 그러나 믿지 아니하는 사람과 결혼을 약속했을 경우나 이미 결혼했을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우리는 기브온 사람들의 예를 생각해야 한다. 물론 가나안 모든 거민은 다 멸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이 잘 모르고 속임을 당하여 약속을 해 버렸다. 이때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미 결혼했을 경우에 사도 바울은 믿지 아니하는 아내의 경우 ‘저를 버리지 말라’고 했으며 믿지 아니하는 남편의 경우도 ‘그 남편을 버리지 말라’고 했다(고전 7:13-14).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이 잘 모르는 상황에서 약혼을 해버렸을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약혼은 여기서 말하는 하나의 언약이다. 상대방이 믿지 않는 자라는 이유로 결혼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우리는 먼저 믿는 자 편에서 약속을 해 놓고 믿지 않는 것을 파혼의 이유로 삼는 것이 합당치 않은 것임을 말하고자 한다. 믿는 이는 하나님 앞에서 세운 언약을 거룩하고 귀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믿지 않는 자 편에서 파혼을 원한다면 물론 받아들일 수 있다. 약혼은 결혼보다는 덜 강한 약속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앙의 문제로 인한 장래의 어려움과 믿음의 문제를 놓고 상의하며 이 문제가 합하지 않을 경우 어느 편이든 파혼을 제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믿지 않는 쪽이 혼약을 근거로 하여 갈라질 수 없다고 한다면 깨뜨리지 않고 이행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합당한 행함이다.
시편 15편 4절 하반절은 “그 마음에 서원한 것은 해로울지라도 변치 아니하며”라고 한다. 하나님은 그분의 자녀들이 함부로 약속을 세우고 파하는 것을 기뻐하지 않으신다. 약속한 것이 성서적으로 합당하지 않다 해서 자신이 세운 언약을 언제든지 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러한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럴지라도 약속을 지키면서 하나님께 믿지 않는 배우자가 구원받고 주님께 돌아오기를 기도할 수 있다. 신실한 성도들의 기도는 주님이 들으신다.
5. 긍휼과 자비
기브온 사람들은 이스라엘을 속였고 속인 대가를 감수해야 했다. 그들은 이스라엘을 속인 대가로 목숨은 건졌지만 그들은 온 회중을 위하여 나무를 패며 물 긷는 자가 되었다(21절). 놀라운 일은 그들이 이방 죄인일 뿐 아니라 멸망당하기로 예정된 가나안 족속 중 하나였지만 “여호와의 택하신 곳에서…여호와의 단을 위하여 나무 패며 물 긷는 자들”이 되었다(27절). 비록 종은 종이지만 하나님을 섬기는 일 가까이에 있을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 것이다.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는 한이 없어서 누구든지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들에게 가까이 오기만 하면 긍휼의 길이 열리는 법이다. 그들이 여호수아에게 와서 비록 거짓이지만 화친을 요청한 이유를 “종들은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인하여 심히 먼 지방에서 왔사오니 이는 우리가 그의 명성과 그가 애굽에서 행하신 모든 일을 들으며 또 그가 요단 동편에 있는 아모리 사람의 두 왕 곧 헤스본 왕 시혼과 아스다롯에 있는 바산 왕 옥에게 행하신 모든 일을 들었음이니이다”(9-10절)라고 하였다.
이는 비록 라합의 간증보다는 분명하지 못하지만(“…여호와는 상천하지에 하나님이시니라”―2:21) 그래도 그들은 이스라엘에 대하여 들은 것을 믿었고 하나님의 능력 앞에 굴복한 것이다(프란시스 쉐퍼).
6. 기브온 사람
기브온 사람들은 그 뒤에 이스라엘의 가나안 정복 과정에서 가나안 동맹국의 편을 들었거나 이스라엘을 배반하여 일어난 흔적이 없다. 땅을 분배할 때 기브온은 아론의 제사장들에게 분배된 땅이었다. 다윗은 그 성읍에 성막을 두었고 그것은 약 400년 동안 계속되었다. 이는 제단과 제사장들도 기브온에 있었음을 의미한다.
다윗의 아들 솔로몬은 왕위에 오르는 중요한 순간 기브온에서 일천번제를 드렸다(대하 1:3-6). 하나님께서 꿈에 그에게 나타나신 곳도 그곳이었다(왕상 3:5). 다윗의 장수 중에 기브온 사람이 있었으며 에스라 시대에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유대인의 족보 가운데에도 기브온 사람들의 명단이 있고 느헤미야 시대에 성벽을 재건하는 백성들 가운데에도 기브온 사람들이 있었다.
비록 그들은 거짓말을 해서 하나님의 백성들 가운데 노예가 되어 나무패고 물 긷는 자들이 되었지만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들과 오랜 세월 함께 살 수 있는 특전이 주어졌던 것이다.
22 여호수아가 그들을 불러다가 일러 가로되 너희가 우리 가운데 거주하거늘 어찌하여 우리는 너희에게서 심히 멀다 하여 우리를 속였느냐 23 그러므로 너희가 저주를 받나니 너희가 영영히 종이 되어서 다 내 하나님의 집을 위하여 나무 패며 물 긷는 자가 되리라 24 그들이 여호수아에게 대답하여 가로되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종 모세에게 명하사 이 땅을 다 당신들에게 주고 이 땅 모든 거민을 당신들의 앞에서 멸하라 하신 것이 당신의 종에게 분명히 들리므로 당신들을 인하여 우리 생명을 잃을까 심히 두려워하여 이같이 하였나이다 25 보소서 이제 우리가 당신의 손에 있으니 당신의 의향에 좋고 옳은 대로 우리에게 행하소서 한지라 26 여호수아가 곧 그대로 그들에게 행하여 그들을 이스라엘 자손의 손에서 건져서 죽이지 못하게 하니라 27 그날에 여호수아가 그들로 여호와의 택하신 곳에서 회중을 위하며 여호와의 단을 위하여 나무 패며 물 긷는 자를 삼았더니 오늘까지 이르니라
1. 봉사의 기회
이스라엘은 비록 그들에게 속임을 당했지만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했다. 물론 여호수아는 그들의 속인 일에 대하여는 분명하게 지적하며 힐책했다. 그리고 그들은 솔직하게 변명을 하였다. 여호수아는 그들의 변명을 듣고 어떤 누명을 씌워 죽이려 하지도 않았고 거칠고 자극적인 언사도 사용하지 않았다(매튜 헨리). 오히려 그들에 대하여 여호수아는 속임의 대가로 내리는 저주(23절) 가운데서도 긍휼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여호수아의 저주가 단순히 저주가 아니라 일종의 긍휼이요 축복임을 암시한다(호크마). 비록 힘들고 천박한 일이긴 하지만 하나님의 택하신 곳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는 이방인들이 교회에 들어오는 것을 예표하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여호수아의 이러한 품행은 오늘날 하나님의 백성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미덕이다.
2. 느디님 사람
기브온 사람들은 후에 ‘느디님’ 사람으로 불리웠는데, 레위 자손이 제사장들을 돕도록 주어진 것처럼 이 느디님 사람들은 레위인의 일을 돕도록 레위인들에게 주어졌다.
3. 복종과 배려
그들은 여호수아의 처분에 완전 복종하는 자세를 취했다. “당신의 의향에 좋고 옳은 대로 우리에게 행하소서”(25절). 그들은 자신들이 생명을 잃을까봐 두려워하여 그렇게 속였다고 변명하였으며 여호수아는 어찌하든 살겠다고 굴복해온 자들을 이스라엘 가운데서 죽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26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