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 통로 역할 했던 기독교의 문화재 지원 현황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특별기고] 정부의 전통종교 문화정책 현황과 기독교의 대응방안(7)

▲박명수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박명수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Ⅱ. 정부 종교정책의 방향과 현황
3. 정부의 기독교계 지원 현황

그러면 기독교는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고 있는가?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기독교는 정부의 문화관광정책과 별다른 관련이 없었다. 왜냐하면 정부의 문화관광정책은 전통문화의 보존과 지원, 그리고 이를 근거로 한 체험관광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근대문화에 속한다. 따라서 기독교는 정부 지원을 거의 받지 않았다. 아울러 기독교는 근본적으로 운영재원을 관광수입이나 국고에 의존하지 않고, 신자들의 헌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다른 전통종교에 비해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불교를 비롯한 전통종교가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을 보면서 한국 기독교도 정부 지원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에 한국선교역사기념관을 건립하는데 국고지원 50억을 받은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인천은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온 장소다. 따라서 이곳에 세계와 한국 기독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선교역사기념관을 세웠다. 국고보조 외에도 시와 구청보조 18억, 자부담 112억을 들여 건립했다. 이는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까지 정부의 종교문화정책은 주로 전통종교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여기에 기독교가 포함된 것이다.

최근 다양한 형태로 기독교는 정부와 함께 문화유산 보존 및 관광산업을 하고 있다. 우선 광주시는 사업비 307억원을 들여 오는 2013년까지 기독교 선교사들의 본산지였던 양림동 일대를 근대문화유산 관광단지로 개발하려 하고 있다. 이곳에서 선교한 선교사들의 묘지를 정비하고, 이들을 기념하는 기념공원을 만든다. 그리고 서양 선교사들의 사택도 수리한다. 아울러 선교사들의 사택을 수리해 근대역사 전시관을 만들 계획도 갖고 있으며, 이곳에서 사역한 독립운동가이며, 교육자인 최홍종 목사의 기념관도 건립한다.

이외에 경북 영천시는 40억을 투입해 화북면 자천교회 일대를 기독교 역사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며, 논산시는 논산과 강경 일대 기독교 유적지들을 하나로 묶어 기독교 성지순례 코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에 300억원의 재정을 요청했다. 경남 김해에는 항일 순교자 주기철 목사 기념관이 총 사업비 25억원으로 추진돼 완공 예정이며, 한국 최초의 성경 전래지로 알려진 충남 서천 마량진 성역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도 전남 여수시 손양원 목사 유적지, 지리산 왕시루봉 일대 선교사 수양관, 대구제일교회, 동산병원 의료선교박물관, 국내 유일의 ‘ㅁ’자 교회인 경북 봉화 척곡교회 성역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이상에서 보듯 기독교에 대한 정부 지원은 현재까지 인천 한국선교역사기념관 외에 완성된 것은 없다. 하지만 기독교에서도 관심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보다 종합적인 연구와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보다 중요한 점은 최근 정부 문화정책에 일종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근대문화 유산에 대한 법령 개정과 지원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전통문화 보존과 지원에만 관심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건축가들을 중심으로 근대문화 유산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이를 계기로 근대문화 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새로운 법이 만들어졌다. 그것은 바로 등록문화재 제도다. 그리하여 2001년 당장 지정문화재로 등록될 수 없는 근대문화 유산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하자는 법이 통과됐다.

사실 지정문화재가 근대문화 유산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정문화재 제도가 너무 까다로워 근대문화 유산으로서 지정문화재로 들어가기는 매우 어렵다. 2004년 현재 지정문화재 11,678건 가운데 근대문화 유산으로 지정문화재가 된 것은 141건으로 1.4%에 지나지 않는다. 실지로 1970년대 이전에는 지정문화재 가운데 근대문화 유산은 오직 독립문 하나였다. 따라서 정부는 지정문화재 제도를 그냥 놔둔 채 등록문화재 제도를 도입해 근대문화 유산을 보존하고 지원하려 했다.

정부는 2004년 인천, 충남, 부산을 제외한 13개 시도의 근대문화 유산 목록화 작업을 실시했는데, 여기에 의하면 전국 근대문화유산은 4152건이며, 그 중 지정문화재는 141건, 등록문화재는 113건, 나머지는 미지정 근대문화 유산이다. 이것은 근대문화 유산이 등록문화재라는 형태로 빠르게 국가의 문화보호정책에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기독교는 근대문화 유입의 주역이었다. 2004년 조사한 근대문화 유산 가운데 건축물의 비율이 65%이며, 이중 종교건축의 비율은 12%이다. 그리고 종교건축물 가운데 기독교가 41%, 천주교가 40%에 이른다. 여기에 비해 불교건축은 8%, 유교건축은 5%에 지나지 않는다. 근대문화 유산 중, 기독교 건축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타 종교에 비해 높은 편이다.

여기서 2004년을 기준으로 기독교 계통의 근대문화 유산을 살펴보면 국가지정문화재가 정동교회(256호), 연세대학교 스팀슨관(275호), 연세대 언더우드관(276호), 연세대 아펜젤러관(277호)이 있다. 시도 유형문화재 중 기독교 유산은 서울성공회 성당(서울 35), 승동교회(서울 36호), 대구제일교회(대구 30호) 등 12개이며, 시도 기념물 중 기독교 관련 근대문화 유산은 구세군 본관(서울 20호) 등 3개, 문화재 자료 중 기독교 시설은 경북 영천시 자천교회(452호)를 비롯한 4개, 등록문화재 가운데 기독교 관련 시설은 강경북옥감리교회(42호, 원래는 강경성결교회)를 비롯한 6개다. 최근 이런 것들을 통해 정부가 기독교의 근대문화 유산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문화사에서 한국 기독교가 차지하는 위치는 근대문화의 통로 역할이다. 최근 정부가 근대문화 유산에 관심을 갖고 문화재청에 근대문화재과를 신설하고, 이 부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한국 기독교가 정부의 종교문화정책과 연결할 수 있는 통로가 바로 이 근대문화재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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